<동행취재> 장항습지 생태체험 탐방

 

원앙, 해오라기, 쇠백로와 반갑게 인사
선버들 아래 물골은 말똥게·펄콩게 보금자리

 

[고양신문] 군부대 경계선 안쪽에 자리한 장항습지는 민간인 출입이 통제된다. 인간의 접근이 반가울 리 없는 생태계로서는 오히려 다행스러운 일이다. 다만 모니터링과 생태교육 목적으로 제한적인 통행이 허락된다. 현재 장항습지 생태체험 프로그램이 매달 2회 연간 10회 진행되고 있다. 프로그램을 주관하는 단체는 고양시에서 생태모니터링과 교육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는 어린이식물연구회다. 지난달 28일 탐방은 ‘장항습지와 새’라는 테마로 진행됐다. 공지를 통해 모집한 시민활동가들이 어린이식물연구회원들과 함께했다. 조류 연구자 김석민씨(한수초등학교 교사)가 일일 강사로 초청됐다.

“사실 새들을 관찰하기 위해서는 아침이나 해질녘에 나서는 것이 좋습니다. 먹이활동 장소와 휴식장소 사이를 활발히 이동하기 때문이지요.”
탐조를 시작하기에 앞서 김석민 강사는 낮시간에만 장항습지의 탐방객 출입이 허용되는 상황에 아쉬움을 표했다.

탐방로로 들어서자마자 한 쌍의 새가 갯골에서 날아올라 논둑 수풀 사이로 사라진다. 순간적으로 크기, 날갯짓, 비행속도 등을 감지한 김석민 강사가 원앙이라고 알려준다. 장항습지가 ‘천연기념물’의 번식지임을 시작부터 확인시켜준 반가운 인사다. 이어 논 가운데 황로와 쇠백로, 중백로가 눈에 띈다. 김석민 강사가 각각의 특징과 구분법을 흥미롭게 설명해준다.

“한 여름에는 사실 숲이 무성해서 눈으로 새를 찾는 것보다 소리로 찾는 것이 더 쉽습니다. 각각 울음소리의 특징을 익히면 눈으로 보는 것보다 더 정확하기도 하구요.”

김 강사의 말을 증명하듯 버드나무숲으로 들어서는 중간에 붉은머리오목눈이, 뻐꾸기, 쇠딱따구리, 직박구리 등 최소한 4종 이상의 새소리가 동시에 들려온다. 멀리 날개폭이 두툼하고 다부져 보이는 새 한 마리가 날아간다. 밤의 사냥꾼으로 불리는 해오라기가 잠시 ‘낮마실’을 나왔나보다.

강사의 설명은 가창오리의 군무, 뻐꾸기의 탁란 등 조류의 흥미로운 생태적 습성 이야기로 이어진다.
“포유류는 젖을 먹이는 암컷이 육아의 책임을 전적으로 전담하지만, 새들은 그나마 암수가 함께 새끼를 키우는 종들이 많은 편입니다. 물론 종에 따라 암수가 눈치껏 이별 경쟁을 하기도 하고, 두루미처럼 한번 짝을 맺으면 30년 가까이를 함께 지내기도 합니다.”

조류 관찰이 주제였지만 자연스럽게 장항습지의 다양한 생태 구성원들을 두루 만날 수 있었다. 탐방테크를 따라 걷다 보니 선버들 군락 아래 물골에 말똥게들이 부지런히 오가고, 강쪽 습지에는 콩알만한 펄콩게도 관찰할 수 있었다. 다만 지속적인 퇴적과 강수량 부족으로 습지 전체가 서서히 육화(육지 땅처럼 변하는 현상)되는 현상이 조금 우려스러웠다.

이날 탐방에서는 약 15종의 새들을 눈으로, 또는 소리로 만났다. 물론 탐방객의 눈에 드러나지 않은 생태 가족들의 숫자는 훨씬 많을 터. 그들의 평안한 보금자리를 방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습지의 풍요로움을 살짝 엿보는 호사, 고양시민이 누리는 또 하나의 행복이다.
 

장항습지 생태체험 프로그램
‘장항습지! 기후변화를 부탁해’

기간 : 4월 ~ 11월(평일 오후에만 가능)
대상 : 가족, 단체, 학교(초등4학년이상), 고양시거주자
인원 : 40인 이내(강사포함)
탐방신청 : 최소 15일전 신청
주관 : 어린이식물연구회
문의 : 010-2209-6082(심은영 교육팀장)

 

▲ 사진으로 보는 생태탐방 
 

탐방을 시작하기 전 대기하는 장항습지탐방센터의 모습.
선버들 군락 사이로 갈대숲이 이어져 있는 모습.

 

장항습지 논에서 사용하는 농업용수를 확보하기 위한 물골.
생태탐방 참가자들이 탐방데크를 따라 이동하고 있다.
장항습지에서 점유지를 넓혀가고 있는 산조풀. 육화 현상을 보여주는 사레 중 하나다.
말똥게. 선버들과 말똥게는 장항습지를 대표하는 양대 생물종이다.
김석민 강사의 설명에 귀 기울이며 새를 찾고 있는 참가자.
크기가 손톱만한 펄콩게. 말똥게와 함께 기수역 습지의 대표적인 종이다.
넓은 초지에서 새들의 몸짓을 찾고 있는 참가자들.
장항습지 끝의 펄 위에 형성된 초지. 새섬매자기, 세모고랭이 등이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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