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폭 넓히기 위해 인도폭 줄여... 학생·장애인 보행자는 ‘교통지옥’

고양시가 일산서구 탄현동의 1690세대 푸르지오 아파트 사업 계획을 승인하면서 주변 탄현로에 향후 발생할 교통문제에 대해 주민과의 충분한 협의없이 도로확장공사를 강행하려고 해 큰 반발을 사고있다.

시 허가를 받아 아파트 사업시행자가 강행하려는 도로확장공사는 크게 일현로(일산동고 사거리~탄현8단지 삼거리)와 탄현로(일산동고 사거리~황용초 사거리)를 기존 2차선에서 3~4차선으로 확장하는 공사다. 차선을 확장함으로써 극심한 교통혼잡을 조금 완화할 수 있지만 기존 인도폭이 3m에서 2.5m로 줄어들게 되면서 보행자, 특히 장애인들의 통행 불편이 가중된다.

이 중에서 일현로 1개 차선 확장공사는 탄현 10단지 입주민들의 찬반투표를 거치는 진통 끝에 주민동의를 전제로 이미 지난해 11월 완료됐다. 일현로 1개 차선이 확장되면서 182m 도로에 늘어선 많은 주민들이 원하던 가로수는 현재 모두 뽑혔다. 또한 인도폭을 확보하기 위한 지중화 사업은 이뤄지지 못해 많은 주민들이 원하지 않던 전봇대는 그대로 남아있다.

일산동고 사거리에는 늘 교통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차도뿐만 아니라 인근에 4개 학교가 인접해 있고 장애인 시설도 밀집해 있어 인도도 늘 붐빈다. 그렇지만 뾰족한 교통대책은 나오지 못하고 있다.

“장애인 차별 금지법 어겨”
일현로에 비해 탄현로 확장공사는 차량뿐만 아니라 보행자 수요가 훨씬 많다는 점에서 더욱 복잡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탄현로는 고양시와 파주시를 오가는 통행차량으로 현재도 출퇴근 시간이면 붐비는데다 내년 10월 완공되는 푸르지오 아파트 1690세대가 주로 이용할 도로이기 때문에 교통혼잡이 더욱 심해질수 있다.

차량뿐만 아니라 이 일대는 일산동고, 호곡초, 호곡중, 황룡초 등 4개의 학교가 인접해있고 또한 장애인재활스포츠센터, 장애인복지관, 일산장애인직업능력개발원, 홀트학교 등 장애인시설도 밀집해 있는 곳으로 보행자들도 많은 불편을 겪는 곳이다.

장애인인 이미영 탄현마을 7단지 대책위원장은 “탄현로 일대는 전국에서 유사한 사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학교와 장애인 재활시설이 밀집해 있는곳”이라며 “인도폭이 줄어들지 않은 지금도 장애인들이 일산동고사거리 인도를 휠체어로 이동해 재활장애인스포츠센터와 장애인복지관까지 가려면 여간 고생스러운 것이 아닌데 다시 인도폭이 0.5m가 줄어든다면 우리 입장에서는 교통지옥이라고 할 만하다”고 말했다.

탄현마을의 또 다른 주민은 “탄현로 확장은 장애인 차별금지법을 어기는 사안으로 법을 어기면서까지 고양시는 인허가를 남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시는 탄현로 확장 인허가를 하려고 하고 확장공사는 올해 말에 이뤄질 계획이다.

문제의 근본원인은 아파트가 들어서기 전에도 탄현로와 일현로 일대의 교통혼잡이 심함에도 불구하고 고양시가 2015년 11월 1690세대의 푸르지오 아파트 사업을 승인해주었다는 점이다. 고양시는 탄현로에서 400m 떨어진 푸르지오 아파트 사업을 인가하는 조건에 탄현로와 일현로 도로확장을 포함시켰다. 푸르지오 아파트에 새로 입주할 주민들도 교통문제와 관련해 향후 민원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김완규 시의원은 “건설사는 단기적인 이익을 취해 빠져나가면 그만이다”며 “그러나 새로 입주하는 푸르지오 입주민들이나 인근 단지 입주민들과 장애인들, 학생들은 불편과 위험을 감수하게 되고 교통약자들의 불만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한 “고양시는 향후 불거질 교통문제로 또 다른 대책을 세워야 하고 결국 불필요한 예산 투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파트 경유하는 우회도로 만들어야”
탄현로 차선 확장을 위해서는 어쩔 수없이 탄현 9단지 아파트 일부 부지를 도로로 편입시켜야 하는데 주민들의 재산권과 연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사실상 이마저도 어렵게 됐다.

고양시 도시정비과 담당자는 “차선을 늘리면서 인도폭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에듀포레 푸르지오 아파트 업체가 탄현로 2구간과 접해있는 탄현 9단지 아파트 부지를 매입해야 한다”면서 “업체는 지난 1월 도로확장을 위해 탄현 9단지 아파트 주민동의를 받기위해 공문을 넣었는데 결국 주민동의 받지를 못했다”고 말했다. 이 담당자는 “현재로서는 차선을 늘리기 위해서는 인도폭을 줄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에듀포레 푸르지오 아파트 사업시행자는 고양시로부터 사업인가를 받는 대신 도로확장공사를 하고 고양시에 납부할 분담금으로 도로확장으로 인한 현물(도로확장으로 편입된 땅, 가로등 등)을 시에 기부채납하게 된다. 고양시가 푸르지오 아파트 사업 계획을 승인하는 과정에서 교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4년 9월부터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간담회를 실시해 교통개선대책을 토론해왔지만 그 실효성은 떨어진다. 협의체 구성 이후 교통개선대책 결과로 김포~관산 간 연결도로 개설, 앵골 과선교 진입도로 개설 등을 논의했으나 진전이 없었다.

고양시 도시정비과 담당자는 “민관협의체는 앵골과선교 교통개선은 파주시권역이 포함돼 파주시와의 협의가 필요한 상황으로 현재 진행이 미진하고 김포·관산 간 고속화도로 신설사업 역시 가까운 시일 내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미영 탄현마을 7단지에 대책위원장은 대안으로 “푸르지오 아파트를 경유하면서 고봉로나 중산로를 통해 파주로 통행하는 우회도로를 놓는다면 당장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