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황동 습지 파괴로 맹꽁이 올챙이 폐사 위기
환경보호과 소극적 대응으로 사태 방관


 

덕양구 산황동 군부대 인근 맹꽁이 산란처 습지가 불법성이 의심되는 매립으로 훼손됐다. 사진 왼편 흙으로 덮인 부분이 원래는 오른편처럼 갈대가 우거진 습지였다.


[고양신문] 멸종위기종 맹꽁이들의 산란지가 매립과 토사 퇴적으로 훼손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담당부서인 고양시 환경보호과가 소극적으로 대응해 빈축을 사고 있다.

지난 13일 환경운동가 박평수(고양도시농업네트워크 공동대표)씨의 제보를 받고 찾은 덕양구 산황동 한국수자원공사 고양사업소 뒤편의 작은 습지는 매립토가 쌓여 면적이 줄어든 상태였다. 군부대 소유인 이 습지는 맹꽁이들의 주요 산란처로, 이날 남아있는 습지엔 맹꽁이 올챙이들이 활발하게 헤엄을 치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실잠자리, 거머리, 소금쟁이, 잠자리유충, 물달팽이 등이 공생하고 있어 훼손 전에는 다양한 생물들이 터를 잡은 작은 ‘생태낙원’이었음을 짐작케했다.

하지만 매립으로 습지가 줄어든 탓에 산란지가 부족해진 맹꽁이들은 물이 있는 곳마다 알을 낳아 매립토에 고인 빗물 웅덩이에도 맹꽁이 올챙이들이 가득했다. 웅덩이 속 올챙이들은 며칠 더운 날씨가 지속되면 물이 말라 집단으로 폐사할 운명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였다.

박평수씨는 “지난 3일, 갈대와 버드나무가 우거졌던 습지의 3분의 2가 불법 매립으로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환경보호과와 한강유역환경청에 상황을 통보했다”며 “늦었지만 강력한 제재 조치를 취할 것을 기대했으나 아무 실효성 없는 표지판만 하나 달랑 박아놓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환경보호과가 설치한 표지판에는 ‘맹꽁이가 산란을 하여 유생(올챙이)이 자라고 있으니 맹꽁이가 성체가 되어 서식지로 돌아갈 수 있도록 보호하여 주시기 바란다’는, 경고인지 권유인지 모를 애매모호한 설명이 적혀있었다.

사태를 제보해 준 환경운동가 박평수씨가 맹꽁이 올챙이들의 상태를 관찰하고 있다.
환경보호과가 훼손 현장에 박아놓은 표지판. 경고인지 권유인지 모를 애매모호한 문구를 적어놓았다.

맹꽁이는 현재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2급 동물로, 맹꽁이의 서식처는 법적으로 보호받도록 돼 있다. 특히 평소에는 흙이나 자갈 속에서 지내다가 장마철이 되면 물웅덩이를 찾아 산란을 하는 맹꽁이 특성상 장마철을 전후한 서식지 보호 조치가 필수적이다.

이에 대해 환경보호과 관계자는 “문제가 된 맹꽁이 산란지가 군부대 소유 부지라는 것은 확인했지만, 정확한 공사 행위자가 누구인지는 현재 확인 중”이라며 “성토의 불법성이 확인되면 관계기관과 협의해 원상 복구 명령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올챙이가 성체가 되기까지의 기간 동안에는 최대한 관심을 갖고 훼손을 막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의 습지가 맹꽁이 산란지임을 이미 지난해부터 인지했음에도 매립공사 진행 사실조차 사전에 파악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별다른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박평수씨는 “2010년 7월 덕양구 사리현동 백로 서식지가 소유주의 벌목으로 파괴돼 수백 마리의 백로가 떼죽음하는 사태가 벌어졌을 때 최성 고양시장이 ‘이런 생태계 참사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는데, 또다시 이런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재발방지를 위한 각성을 촉구했다.

 

매립지 위편으로는 밭을 개간하고 비닐하우스 공사를 한 모습이 보인다.
산란지가 줄어든 맹꽁이들은 물이 있는 곳마다 알을 낳았다. 작은 물골에 갇힌 올챙이들은 물이 마르면 폐사할 위기에 처할 듯.
환경부 멸종위기 2급 동물로 지정된 맹꽁이의 짝짓기 모습. <사진제공=박평수>
맹꽁이들은 장마철이 되면 물웅덩이를 찾아 짝짓기를 하고 산란을 한다. 물 표면에 뜨는 맹꽁이알은 하루만에 부화해 올챙이가 된다. <사진제공=박평수>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