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여름 호수공원 무대로 생태교실 열어
생물학 분야별 최고 강사진 초청해 교육

 


[고양신문]  미래의 생물학자들이 전문가들과 함께 호수공원의 풍요로운 생명들을 만나는 호수자연생태학교 여름습지생태교실이 지난 15일 호수공원 자연학습원과 생태호수 일원에서 열렸다. 고양시 주최, (사)에코코리아 주관으로 ‘생태호수, 생물을 찾아라’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고양시에 거주하는 초·중·고등학생 90명이 참가했다.

이날 교육은 여섯 개의 모둠으로 나눠 진행됐다. 각각의 모둠에는 ▲습지생태교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 본부장 한동욱 박사 ▲수생식물교실 산과물식물연구소장 임용석 박사 ▲민물고기교실 국립공주대 생명과학부 유영한 교수 ▲물속동물교실 국립생물자원관 염진화 연구사 ▲육상곤충교실 한반도곤충보전연구소장 백문기 박사 ▲양서파충류교실 국립생태원 생태조사평가본부 연구원 장민호 박사 등 생물학계 최고 수준 전문가들이 강사로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단순히 생물종을 찾아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종별 특성과 채집방법, 기록법 등을전문 강사로부터 꼼꼼하게 배웠다. 민물고기교실 수업을 진행한 유영한 교수는 호수공원에서 채집한 붕어, 미꾸라지와 함께 칼납자루, 말조개, 동자개 등 다양한 생물들을 수조에 담아와 흥미로운 교육을 진행했다. 육상곤충교실 참가자들은 포충망을 들고 수풀을 누비며 다양한 곤충을 직접 채집했다. 습지 단면 모형을 활용해 습지 형성원리와 구조를 배운 습지생태교실 수업도 흥미진진했다.

호수자연생태학교는 올해로 20회를 맞았다. 호수공원의 나이가 21살이니 호수공원과 역사를 같이 한 뜻 깊은 행사다. 행사를 주관하는 (사)에코코리아 이은주 이사장은 “호수공원은 자라나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생태감수성을 키우기에 가장 좋은 장소”라며 “전문가들과 함께 한 체험이 참가자들에게 생물학자의 꿈을 키우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원관리과 김평순 호수공원팀장은 “다양한 생태체험프로그램이 열릴 수 있도록 호수공원을 보다 풍요로운 생태공원으로 가꿔나가겠다”고 말했다.
 

호수자연생태학교 수업을 시작하며 참가자들에게 강사진을 소개하고 있다.
육상곤충교실 참가 어린이들에게 생물조사지 작성법을 가르쳐주고 있는 백문기 한반도곤충보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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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와 생명이 선물해 준 감동의 시간”
<인터뷰> 이은정 (사)에코코리아 사무처장

 

이은정 (사)에코코리아 사무처장.

호수자연생태학교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20년 전만 해도 ‘생태교육’은 고양시민들에게 낯선 단어였다. 시민들과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자연이 결코 먼 곳에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어 시작했다. 걸어서 찾아올 수 있는 호수공원은 생태 감수성을 교육하는 최적의 장소였다. 교육을 시작하며 중점을 둔 사항은 ‘관찰’이었다. 스스로 관찰하고 찾아내다보면 호기심이 자라고 호기심은 즐거운 배움으로 이어지리라 기대했다.

호수자연생태학교 20년을 이어온 힘은 무엇일까.
민간단체에서 시작한 생태프로그램을 시에서 적극 수용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한 사례라 평하고 싶다. 교육을 시작한 에코코리아는 소속된 생태강사들의 질을 높이기 위한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펼치는 한편, 최고의 강사진을 꾸리기 위해 전문가 네트워크를 지속적으로 유지했다. 공원관리과는 수변에 어항을 설치하고, 테마를 잡아 자연학습원을 조성하는 등 생태호수 주변을 교육에 가장 적합한 환경으로 가꾸기 위해 애를 써 줬다. 예산과 행정 지원도 적극적이다.

다른 생태교실 프로그램과의 차별점은.
호수공원의 물과 관련된 특화된 생태환경이 최고의 자산이다. 수서곤충, 수생식물, 민물고기, 양서파충류 등 다양한 종의 생물종들이 풍요로운 습지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덕분에 귀로 듣는 교육이 아닌, 직접 찾고 기록하고 분류하는 살아있는 교육이 가능하다. 연간 꾸준히 진행하는 생태모니터링도 교육의 든든한 토대다. 호수생태 변화를 지속적으로 살피다보면 생명들이 들려주는 흥미롭고 생생한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만들어진다.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초기에는 좀 욕심을 부려 5일 동안 500명을 교육했는데, 그늘막도 준비 못하고 땡볕에서 고생을 하기도 했다. 호수자연생태학교 기간마다 맹꽁이들이 꼭 나타나기도 했다. 매년 프로그램을 기다렸다가 등장하는 것 아니냐며 농담을 하기도 한다. 초등학생 때 교육에 참여했던 참가자가 중학생이 돼 전문강사의 보조강사 역할을 하고, 20년 전 첫 생태학교 참가자가 환경법을 전공하는 대학원생이 되기도 했다. 언젠가는 참가자들이 성장해 아이의 손을 잡고 호수자연생태학교를 다시 찾을 날도 올 것이다.

 

에코코리아 생태강사들이 모둠교사와 보조강사로 참여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민물고기교실 참가자들이 유영한 교수(국립공주대학교 생명과학부)의 설명을 통해 납자루와 말조개의 생태를 배우고 있다.
"호수자연생태학교 20주년을 축하합니다!"   강사진과 행사 진행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앞줄 오른쪽 두 번째가 (사)에코코리아 이은주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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