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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사르 등재, 신곡수중보 존폐… 선결 과제는 ‘물관리 일원화’<기획> 장항습지의 오늘과 내일 - 3. 신곡수중보와 람사르 등재
  • 유경종 기자
  • 승인 2017.07.28 20:24
  • 호수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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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항습지 람사르 등재 10년째 제자리걸음
새 정부 출범 발맞춰 신곡수중보 개방 요구 급물살
“물관리 행정 하루 빨리 일원화돼야”

 

고양과 김포에 걸쳐 한강하구를 가로막고 있는 신곡수중보의 존폐 문제는 장항습지의 미래 모습을 좌우할 주요 변수 중 하나다. <사진제공=박평수>


[고양신문]  지난 호에서 장항습지만의 고유한 생태적 가치를 살펴본 후 육화 현상, 외래식물과 쓰레기 처리, 탐방로 등의 문제점들을 짚었다. 이번 호에서는 장항습지의 미래를 좌우할 가장 중요한 2개의 논점인 람사르 습지 등재와 신곡수중보 개방 문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부서ㆍ지자체간 견해차 람사르 등재 걸림돌

“장항습지가 곧 람사르 습지로 등재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처음 나온 게 2007년, 어느덧 10년이 흘렀다. 하지만 이후 진도가 한 발도 안 나가고 있다. 왜일까?

람사르 협약의 정확한 명칭은 ‘물새 서식지로서 중요한 습지보호에 관한 협약’이다. 국제 람사르협회는 생물지리학적으로 독특한 특징을 가졌거나 희귀동식물종의 서식지로서의 중요성을 가진 습지를 ‘람사르 습지’로 지정하고 있다. 람사르 습지에 등재된다는 말은 습지의 가치와 중요성을 국제적으로 공인받는다는 말과 다름없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1996년 첫 등재된 대암산 용늪을 비롯해 창녕 우포늪, 순천만·보성갯벌 등 모두 22곳의 연안습지와 내륙습지가 순차적으로 람사르 습지 등재를 실현했다.

다른 습지들과 달리 장항습지의 등재가 지지부진한 이유는 가치가 떨어져서가 아니다. 생태적·지형적으로 장항습지는 람사르 습지 등재 요건을 충분히 갖췄다는 것이 생태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문제는 행정 절차다. 람사르 협약은 국가 간 협약이기 때문에 등재 신청 주체는 고양시가 아니라 대한민국 정부다. 실무부서인 환경부는 10년 전 ‘장항습지를 포함한 한강 하구 수역 전체’를 일괄 등재하겠다는 원칙을 밝혔다.

방향은 잘 잡았다. 고양시와 김포시, 파주시, 인천 강화군을 아우르는 한강 하구 기수역 전체가 유기적인 관계를 맺으며 지형적, 생물적 특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발 욕구와 생태보존 논리가 늘 팽팽하게 줄다리기를 하는 행정 관행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통합 등재안은 발목을 잡히고 말았다.

우선 해당 지자체의 입장이 엇갈린다. 김포시와 파주시는 한강 하구 습지구간의 람사르 등재를 반대하고 있고, 인천 강화군은 명쾌한 입장을 유보하고 있다. 고양시만 일관되게 람사르 등재 찬성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국토부 역시 치수와 준설 등의 문제를 들어 장항습지의 람사르 등재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사실 한강 유역 전역을 관리하고 있는 1차 부서는 국토부 산하 서울 국토관리청이다. 다만 국가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구간에 한해 환경부에서 환경 보전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형편이다. 행정 권한의 이원화라는 구조적 모순과 더불어 보수정권에서 형성된 미묘한 정책 기류도 람사르 등재의 적극적 추진을 가로막았다. 보존보다는 개발에 물관리의 방점을 찍은 이명박 정권 이후 한강 하구 습지의 람사르 등재는 이런 저런 눈치를 보며 뒷전으로 밀려버린 것이다.

고양시 우선 등재 위한 본격 논의 필요

논의가 지지부진하자 고양시에서는 ‘고양시 구간만이라도 우선 등재하자’는 여론이 형성됐다. 현재 시 역시 ‘고양시 구간 우선 등재’를 표방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도 입장이 둘로 나뉜다. 고양시 수변부 전 구간을 등재하자는 입장이 있는가하면, 고양시 땅과 연결된 장항습지 육지 부분만 떼어 등재하자는 입장도 있다. 전자는 한강 하구 습지구역 전체를 등재한다는 환경부 원안의 원칙을 계승한다는 점에서 명분을 주장하고 있고, 후자는 국토부 반대 등의 걸림돌을 피할 수 있는 현실론이라는 논리를 업고 있다.

박평수 고양도시농업네트워크 공동대표는 장항습지와 산남습지 고양시 구간은 물론, 고양시에 속한 수변부까지 포함한 전 구간의 등재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고양시에서 원칙을 고수하는 선례를 만들어야 최종 지향점인 한강 하구 전체의 람사르 등재로 향하는 교두보를 만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고양시가 타 지자체에게 선도적인 입장을 보여줘야 한다는 점에는 어린이식물연구회 심은영 팀장 역시 의견을 같이 한다.

하지만 환경친화사업소 권지선 소장은 현실적으로 장항습지 육지부분만 등재하는 것이 타 부서와의 절충점을 찾기에 훨씬 합리적인 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추후 여건이 바뀌면 수변부 전체를 추가 등재하면 된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수변부 전체 등재, 또는 육지부 부분 등재 중 어느 것이 정답일까를 섣불리 결론내기는 어렵다. 하지만 분명한 건 시간을 더 끌지 말고 적극적 공론화를 통해 의견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 과정에서 시민들의 관심과 지지를 이끌어낼 수도 있고, 환경부의 소극적 자세를 질타하며 고양시의 분명한 입장을 표명할 수 있을 것이다.

장항습지의 람사르 등재를 위해 모니터링 시스템의 확대가 절실하다는 의견도 표출된다. 람사르 등재 신청을 위해서는 최소 3년 이내 데이터를 첨부해야 하는데, 현재 습지보호구역을 대상으로 환경부에서 5년에 한 번씩 실시하는 공식 모니터링만으로는 정밀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한동욱 본부장은 고양시가 람사르 등재 의지가 분명하다면 보다 확대된 생태 모니터링을 통해 장항습지 생물종에 대한 상세한 현황과 변화 추이를 세밀하게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와 민간단체의 협업에 의한 모니터링의 확대가 람사르 습지 등재를 향한 기초 작업이며, 동시에 가장 실질적인 의지의 표현이 될 것이라는 말이다. 심은영 팀장과 박평수 대표 역시 모니터링을 확대하면 더 많은 멸종 위기종이나 법적 보호종을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수중보 개방하면 장항습지 오히려 건강해져

신곡수중보는 장항습지의 미래를 좌우할 또 하나의 주요 변수다. 1988년에 건립된 2.5m 높이의 신곡수중보는 고양과 김포를 가로질러 한강물의 수위를 일정 높이로 가두는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물순환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한강 하구의 생태환경을 되살리기 위해 신곡수중보를 철거해야 한다는 요구가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표출돼왔다. 2011년에는 서울시가 신곡수중보 존폐에 대한 연구를 벌여 철거로 인한 이익이 높다는 결론을 도출하기도 했다. 이런 흐름은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물관리에 대한 관점의 전환 기대가 높아지며 더욱 힘을 얻고 있다.

논의에 앞서 신곡수중보와 관련한 고양 시민들의 ‘괜한 걱정’ 하나를 짚어보자. 일부 시민들은 장항습지가 신곡수중보가 만들어진 이후 형성된 지형이니 신곡수중보가 없어지면 장항습지가 도로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한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기우에 가깝다. 전문가들은 신곡수중보가 사라지면 강물의 범람과 퇴적, 침식이 훨씬 역동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오히려 장항습지가 더 건강해 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장항습지는 어느 새 스스로 자신의 존재를 지킬만한 생태적 체력을 길렀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신곡수중보는 개방될 수 있을까. 환경단체의 입장과 국토부의 입장이 크게 다르다. 국토부는 현재 신곡수중보 상류의 모든 기반시설이 신곡수중보 수위에 맞춰 설계됐다는 점과 수중보가 확보해주는 수량의 이용 등을 들어 수중보 철거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고양시와 연관해 살펴보면, 행주어촌계 어민들의 어업방식 전환과 행주양수장 의존도가 절대적인 농업용수 취수 문제가 신곡수중보 존폐와 맞물린 선결 과제들이다.

논의 창구 일원화가 합리적 해법 첫걸음

람사르 등재와 신곡수중보 문제에서 드러난 것처럼 장항습지의 미래에 대한 전망을 불투명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은 국토부와 환경부가 엮인 물관리 행정의 이원화다. 관점과 성격을 달리하는 두 부서가 한강 관리 책임을 나누어 점유하고 있는 한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지난 대선을 앞두고 각 당은 하나같이 ‘물관리 일원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속셈은 제각각이었다. 지난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핵심 쟁점인 물관리 일원화 사항이 빠져버린 것이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현 정부의 ‘환경부 중심의 일원화’ 기조에 반기를 들며 논의를 미뤄버린 것이다.

물관리를 국토부에서 할 것이냐, 환경부에서 할 것이냐는 단순한 헤게모니 싸움이 아니다. 치수 정책을 바라보는 철학의 선택이다. 물을 관리와 이용의 대상으로 볼 것이냐, 아니면 보존과 환경개선의 방향으로 볼 것이냐의 고민을 품고 있는 의제인 것이다.

물론 특정 부서로 일원화된다고 해서 당장 람사르 문제나 신곡수중보 문제가 솔로몬의 해법과 같은 명쾌한 결론을 도출하긴 힘들 것이다. 하지만 부서 간의 부조화를 핑계로 주요 사안의 결정을 무한정 미루는 비효율적 행정을 언제까지 지켜보고 있어야 하나. 논의 창구를 하나로 모으는 것은 합리적인 해법을 찾아가는 첫걸음이다. 물관리 일원화는 고양의 보물인 장항습지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서도 너무나 절실한 과제가 되었다.

 
 

※ 이 기사는 생태전문가, 환경활동가(아래 사진 참조)들과 권지선 고양시 환경친화사업소장의 도움말을 바탕으로 작성됐다. 편의상 인용부호 없이 전문가들의 견해를 인용했음을 밝힌다.

(사진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한동욱 국립해양생물자원관 기반연구본부장, 박평수 고양도시농업네트워크 공동대표, 심은영 어린이식물연구회 교육팀장, 이은정 (사)에코코리아 사무처장.

 

▲ 장항습지에 터를 잡고 사는 다양한 생물들.
 

참게  <사진제공=박평수>
붉은발말똥게  <사진제공=심은영>
꼬리명주나비  <사진제공=문연희>
펄콩게  <사진제공=박평수>
 

유경종 기자  duney78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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