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광석 대명한의원 원장

[고양신문] 외국에 사는 지인들에게서 연락이 온다. 그들 나름으로 정말 진지하고 심각하게 묻는다. 한국 괜찮으냐고, 전쟁이 나지 않느냐고 걱정이다. 이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참 난처하기 짝이 없다. 사람 앞일이야 알 수 없지만 행인지 불행인지 나는 전쟁 걱정은 안하며 살았다. 세계 역사에서 유래를 보기 힘든 민족 분단 상황이 서글픈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현 상황이 휴전 상태라는 것 정도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리 불안하지 않았던 것은 분단으로 만들어진 두 정권이 서로를 이용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좀 철이 들고 나서였다. 남과 북은 공생관계라 일방이 무너지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거란 안일한생각도 있었다. 21세기에 왕조 국가도 아닌 곳에서 3대 세습이라는 이해할 수 없는 정권을 유지해가는 북한. 국정원을 내세워 민간인을 사찰하면서 국외에 나가선 첩보활동으로 코미디 영화를 찍었던 남한 정권. 둘 다 밖에서 보면 정말 한심하고 어리석기 짝이 없는 사람들로 보였을 터이다. 여기나 저기나 부끄럽긴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북한이 따라 올 수 없는 민주화의 강을 넘었다. 그야말로 훌쩍 뛰어 넘었다. 우리의 민주화 과정을 본보기 삼아 민주화를 요구할까 겁도 날 것이다. 그래서인지 하루가 멀다고 미사일을 퍼부어대고 있다. 안에 사는 사람들은 별 상관없이 살아가지만 외국에 사는 사람들 눈에는 이 상황이 몹시 불안하고 두려운 모양이다.

휴가차 아이들을 만나러 가서 현지 사정을 보게 되니 왜 그들이 그렇게 한반도를 걱정하는지 알 것 같았다. 뉴스마다 전쟁에 관한 소식이 나온다. 정말 민망할 지경이다. 우리만 모르는 한반도의 상황이 따로 존재하는 것 같았다. 그러니 사람들이 걱정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모처럼 만난 지인과 이야기를 하던 중 역시나 전쟁에 대한 걱정을 듣게 되었다. 나는 나름의 소신을 가지고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걸 역설했다. 예전에야 너희들이 감히 전쟁을 하겠니 하는 조금은 빈정거리는 심정이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은 진정으로 평화를 바라고 국민의 안위를 걱정하는 지도자를 둔 덕에 자신감을 가지고 의견을 피력 할 수 있었다.

主明卽下安 하고 主不明卽十二官이 危하여 使道閉寒而不通(주인이 밝은 즉 아랫사람이 편안하고 군주가 밝지 않으면 십이관이 서로 틀려서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업신여기므로 위태롭다)하다고 하였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옛 성현의 말씀이 피부에 와 닿는 요즘이다. 몽매한 지도자를 둔 국가의 국민들이 얼마나 불행해질 수 있는지 지난 몇 년간의 경험으로 우리는 충분히 깨달을 수 있었다.

아랫사람을 하찮게 보는 사람은 결국 자기 스스로 하찮게 된다. 천박한 자본의 힘에 올라 앉아 사람 목숨조차 우습게 알던 사람들의 마지막이 얼마나 초라해질 수 있는지 많은 이들이 보고 배웠으리라. 또한 권력과 정보를 가진 사람들이 그 힘으로 공포분위기를 만들고 두려움에 떨게 하는 것으로 잠시나마 그 권력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절대 오래갈 수 없다. 우리는 그걸 생생히 체험하며 나아가고 있다.

사람을 귀하게 여기고 희생한 사람들에 대한 예우를 다하는 사람은 진정으로 존경 받는다. 사람의 마음을 얻고 그들이 원하는 방향을 알고 그 길로 가면 반드시 성공할 것이다.

깨어있는 시민의 힘이 얼마나 큰지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해내는지 우리는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그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국민을 협박하는 세력이 있다. 이제 그 세력은 오래 가지 못할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렇게 되었음 하는 바람이다. 한겨울 추위도 아랑곳 않고 부정한 권력과  싸워 얻은 이 천금 같은 기회를 살려 진정으로 국격을 높이고 세계 속의 대한민국으로 우뚝 설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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