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체작품전 ‘오브제의 재발견’, 10월 29일까지 안상철 미술관

전시장에서 만난 나희균 작가. 1993년 세상을 떠난 남편 안상철 작가와의 첫 부부전을 열고 있는 나 작가는 86세의 고령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활기찬 모습이다. 뒤편에 보이는 전시 표제글씨도 나희균 작가가 직접 썼다.

 

한국화 고정관념 틀 깬 안상철
해방 1세대 서양화가 나희균
각각 자연물과 인공물 사용 오브제 작업 

 

[고양신문] 한국 근현대미술사에 큰 족적을 남긴 부부 작가 안상철(1927~1993)과 나희균(1932~)의 입체작품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전시 ‘오브제의 재발견’이 양주시 백석읍에 자리한 안상철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연정 안상철 탄생 90주년을 기념해 기획된 이번 전시에서는 각각 한국화와 서양화를 전공한 두 사람이 평면 회화에서 입체작품으로 전환했던 시기인 1970년대와 1980년대에 제작된 작품을 한자리에 모았다. 부부의 작품을 함께 만나는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안상철 작가는 나무와 돌과 같은 자연에서 얻은 소재로 한국화의 주제를 계승하면서도 혁신과 파격을 시도한 ‘오브제 - 영 시리즈’를 지속적으로 발표해 미술계에 화제와 충격을 던졌다. 반면 안희균 작가는 인공적 소재인 철판과 네온, 파이프를 사용해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 세계를 완성했다. 소재도 표현 양식도 완연히 다르지만, 두 작가의 작품을 나란히 감상하다 보면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창조성을 지향한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각자가 선택한 오브제의 물성 안에 높고 깊은 정신의 무늬를 새겨놓고자 한 점도 일맥상통한다.
 

안상철 작가의 연작 '오브제 - 영 시리즈' 작품들. 고목과 돌을 소재로 사용해 소멸과 영원이 공존하는 아득한 느낌을 담아냈다.
안희균 작가의 네온 시리즈. 네온이라는 파격적인 소재를 조형의 오브제로 처음 사용했다.


부부는 1950년 서울대 회화과에 동기로 입학해 각각 한국화와 서양화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안상철 작가는 55년부터 59년까지 5년 연속 국전에 입상하는 놀라운 기록을 세우며 최연소 국전 초대작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나희균 작가는 54년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김환기, 이응로 등과 교유하며 해방 후 본격적인 유화의 시대를 연 세대의 일원으로 자리매김했다. 서양화의 개척자 고희동의 주례로 59년 부부의 연을 맺은 두 사람은 이후 왕성한 창작활동을 펼치며 많은 제자들을 양성하기도 했다.

비록 안 작가는 93년 먼저 세상을 떠났지만, 첫 부부전을 여는 나희균 작가의 마음에 설렘이 없을 수 없다. 80대 후반의 고령에도 활력 있는 건강과 맑은 감성을 유지하고 있는 나희균 작가는 전시의 표제 글씨도 직접 쓰고 전시장을 찾는 이들을 직접 만나기도 하며 정성을 쏟고 있다.

장흥유원지 위쪽 기산저수지를 앞마당 연못처럼 품고 있는 안상철 미술관은 전시와 함께 멋진 자연 풍광을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안상철·나희균 부부의 아들인 건축가 안우성이 설계·시공한 아름다운 미술관 건물은 작품의 감동과 풍경의 쾌감을 자연스럽게 연결해준다.

전시는 10월 29일까지 이어진다. 개별적으로 찾아간 관람객에게도 전문 학예사와 에듀케이터가 친절한 전시 해설을 해준다. 저수지가 시원하게 조망되는 휴식공간에서 차를 무료로 즐길수도 있다. 입장료는 3000원이지만 경기도민은 1000원으로 할인혜택을 받는다. 문의 031-874-0734
 


◆ 사진으로 만나는 전시 

 

평면 회화에서 입체작품으로 이전하는 '영' 시리즈 초기 작품. 평면을 찢고 나오는 돌의 입체성이 역동적이다.
안상철 작가가 세상을 뜨기 2년 전에 제작한 '영-91' 조명과 구동 모터, 녹음테이프를 사용해 복합적 감각을 동원해 감상하도록 했다.
안상철 작가의 작품이 전시된 제1전시장. 공간적 아름다움이 돋보인다.
나희균 '철의 작품 76'. 철판과 동선, 철 파이프 등 딱딱하고 차가운 소재를 사용했지만 작품의 느낌은 따뜻하고 풍요롭다.
안희균 작가의 작품이 전시된 제2전시실.
안희균 작가의 파이프 시리즈 중 한 작품.
안상철 미술관 휴게공간에서는 기산저수지의 시원한 풍경이 조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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