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스페이스 애니꼴, 김성진 초대전 '가림과 드러냄'

극사실적 화면에 깃든 다층적 감정의 결
다음달 3일부터 애니꼴 갤러리에서 전시

 

Harmless Untruth(2015. Oil on canvas)

 
[고양신문] 고양시 유일의 사설 순수미술 전시공간인 아트스페이스 애니꼴이 올 가을에 초청한 작가는 서양화가 김성진이다. 강렬하면서도 서정적인 색감과 표현으로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한 김성진 작가는 현대갤러리에서 전속작가로 활동하며 역량을 인정받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최근 작업물인 피노키오 연작 시리즈와 초기부터 천착해 온 입술 연작을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김성진 작가의 작품은 소재와 색감이 무척 인상적이다. 표현 기법상 하이퍼리얼리즘으로 분류되는 그의 그림은 감상자의 시선과 정서를 단번에 작품 앞에 붙들어 세운다. 선홍빛 입술이 커다랗게 클로즈업된 작품은 매끄러운 립스틱의 도발적인 질감과 촉촉한 피부의 촉감, 따뜻한 체온까지 고스란히 전해오는 듯 사실적이다.

하지만 사진과 그림의 경계를 혼돈케 할 정도의 극사실적 테크닉의 구현만이 작가의 의도는 아니다. 작가는 정교한 화폭 안에 무척 다층적인 정서를 담아낸다. 도발적이고 섹시함으로 다가오는 첫 인상의 이면을 천천히 응시하다보면, 그 안에 감추어진 설레임, 또는 슬픔과 외로움 등 섬세한 감정의 결이 수줍게 모습을 드러낸다.
“여자들이 때론 우울함을 감추기 위해 더 도발적인 화장을 하기도 하잖아요. 그렇듯 다양하고 복잡한 내면을 상징하기에 입술이란 소재가 적합하게 여겨졌어요.”
 

2.Mind Control(2016. Oil on Canvas)


입술을 모티프 삼았던 초기 작품을 거쳐 작가는 삐에로와 피노키오에 관심을 기울였다. 소재는 달라졌지만 작가의 주제의식은 하나의 결로 이어진다. 내면의 모습과 상관없이 타인들에게 늘 웃는 얼굴을 보여줘야 하는 삐에로, 거짓말을 하면 당황스레 코가 길어지는 피노키오는 일상의 진실을 늘 무언가로 가리고 위장하며 살아가야 하는 현대인의 삶에 대한 적절한 은유다.

촛불을 든 여인이 피노키오와 마주하고 있는 모습을 그린 ‘Confidentially’이라는 작품은 작가의 자의식에 대한 진정성 있는 고백이다. “그림 자체가 실체가 아닌 허구라는 것을 캔버스 뒷모습의 상황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작가는 말한다. 여인이 손에 들고 있는 촛불은 다양한 거짓과 위선을 자기도 모르게 반복하는 행위를 정직하게 응시하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작품을 하나하나 감상하다 보면 전시 테마를 ‘가림과 드러냄’이라 붙인 까닭이 자연스레 짐작된다. 차분히 오래 응시해야만 드러난 것의 이면에 숨은 진실의 한 조각이 넌지시 감지되는 것이 바로 김성진 그림의 매력이다.

지난해 풍동 애니골에 문을 연 아트스페이스 애니꼴은 조형과 회화, 사진 등 다양한 장르의 실력 있는 작가를 연이어 소개하며 순수미술 전시의 불모지였던 고양에서 새로운 문화 향유의 토양을 일구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탈리안레스토랑 피노, 카페 애니골과 공간적으로 연결돼 있어 예술 감상의 문턱을 낮춰준다. 별도의 전시 입장료도 받지 않는다. 전시를 마련한 아트스페이스 애니꼴 김희성 대표는 “계절과 잘 어울리는 이번 전시에 보다 많은 이웃들이 찾아와 김성진 작가 고유의 예술적 열정과 감성을 즐겨주시기를 바란다”고 초청의 인사를 전했다.

 

아트스페이스 애니꼴 기획초대전
김성진 - 가림과 드러냄

10. 3(화) ~ 11. 27(월)
고양시 일산동구 애니골길 70
031-901-2200

 

Confidentially(2014.Oil on canvas)

 

mind control(2014. Oil on canv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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