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청소년재단 주최 제1회 고양시청소년합의회의


[고양신문] 세간의 관심을 불렀던 신고리 5, 6호기 원전 건설에 대한 공론조사가 20일 마무리됐다. 시민참여단 471명이 2박3일간 숙의 끝에 내린 결론은 ‘신고리 5, 6호기 원전건설은 재개하되 원자력 발전은 축소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도출된 결론에 관계없이 이번 공론조사는 숙의민주주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자리였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반면 한계도 있었다.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바로 18세 미만 청소년들의 목소리가 이번 공론조사에서 반영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원전개발은 지금보다는 미래세대에게 더 중요한 문제라는 점에서 이번 공론화 과정에 청소년들이 참여하지 못한 부분은 아쉬운 대목이다.
 

청소년이 주도하는 공공토론은 어떤 모습일까. 지난 22일 마두청소년센터에서 진행된 ‘원자력의 미래’를 주제로 한 고양시 청소년들의 합의문 발표에서 그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이날 발표문은 2개월 동안의 합의과정과 두 차례 본회의를 거쳐 원자력정책에 대해 청소년들 스스로가 숙의해 내린 결과물이었다. 이날 자리에는 18명의 청소년 패널들이 참여했으며 청소년합의회의를 기획한 청소년재단 관계자, 학부모, 청소년 등도 참석해 발표를 경청했다.

“저희 청소년 패널들이 내린 결론은 현재 상태의 노후 원전을 폐지하되 이후 가동되는 원전 중 일부는 노후화 될 경우 신규 원전으로 대체하면서 일정 수는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무려 19페이지에 달하는 합의문 발표에서 청소년 패널들이 내린 결론은 ‘부분적 탈핵’이었다. 원전 전면폐쇄보다는 일정 개수의 원전을 유지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원전을 배제한 에너지 정책이 우리나라의 경쟁력을 유지시킬 수 있을까’라는 현실적인 질문도 고려됐다. 다만 청소년 패널들은 “전문가들의 강의를 들었음에도 같은 주제를 놓고 대립된 의견들이 여전해 각자의 주관이 성립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는 것, 합의시간이 부족한 상태에서 결론을 내렸다는 것 등의 한계점을 지니고 있었다”는 점도 합의문을 통해 밝혔다.

패널로 참석했던 이재훈(화수고 2) 학생은 “완전 탈핵을 해야하느냐 부분적 탈핵이냐를 놓고 가장 치열한 토론이 있었다. 비록 양측 입장 사이에 완전한 설득이 이뤄지지는 못했지만 논의 과정에서 서로 강력한 근거들이 도출되기 시작했고 이를 바탕으로 조금씩 방향성이 잡히기 시작했다”고 이야기했다. 특히 마지막 합의문 작성을 앞두고 새벽을 넘길 정도로 심도깊은 논의가 진행됐다는 후문이다.
 


1987년 덴마크에서 처음 시행됐다고 알려진 합의회의는 사회적 쟁점이 되는 신기술 도입에 대해 찬·반을 견지하는 전문가와 시민 간의 평등한 의사소통을 통해 일반시민들의 정책참여를 촉진하는 제도다. 한국에서도 지금까지 총 4번의 합의회의(유전자 조작식품, 생명복제기술, 전력정책의 미래, 동물장기이식)가 진행됐으나 청소년들이 주도하는 합의회의는 이번이 처음이다. 청소년합의회의를 기획한 고양시청소년재단측은 “이 과정을 통해 청소년들이 지역사회 발전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시민으로서 의사표현을 하는 장을 마련하기 위해 준비했다”고 목적을 밝혔다.

청소년재단은 지난 6월부터 고양시 13~19세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청소년 패널을 모집했으며 면접을 통해 원자력에 대한 긍정적 입장 8명, 부정적 입장 7명, 중립적 입장 2명으로 총 17명을 선발했다. 선발된 청소년 패널들은 9월 1~2차 예비모임을 통해 '한국에너지 정책의 현황과 평가', '원자력 발전', '핵 발전을 둘러싼 쟁점',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현황과 전망' 등 소주제에 대한 학습과 토론을 진행했다. 아울러 지난 14일에는 찬반입장의 전문가 4명을 초청해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으며 21~22일 양일간의 최종 상호토론을 통해 합의문발표까지 진행했다.

이재훈 학생은 “그전까지는 원자력에 대해 잘 몰랐는데 여기에 관한 다양한 견해를 듣고 제 의견을 정립하는 과정이 저 자신을 성숙하게 하는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며 “또한 과학기술반영에 대해 민주적으로 토론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합의회의의 의미와 필요성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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