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모임 귀가쫑긋에서 경전반 강의하는 장중덕씨

일산 인문학 모임 '귀가쫑긋'에서 7년째 경전공부를 진행 중인 석경 장중덕씨.

[고양신문] “주역은 세상사는 이야기입니다. 시대가 흘러도 바뀔 수 없는 가치를 현 상황에 맞춰 대처하는 방도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주역은 64괘로 이뤄져 있는데, 상경은 건곤에서 감리괘까지 30괘를 말합니다.  상경은 천지와 자연의 이치가 어떻게 흘러가는 것인가를 말하고 있고, 하경은 인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일산에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인문학 공부를 하는 ‘귀가쫑긋’이라는 모임이 있다. 시작한 지 8년이 된 이곳에서는 매월 진행되는 정기강좌 외에 다양한 공부 모임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경전공부반, 동양철학반, 서양철학반, 글쓰기반, 책읽기반 등이다. 특히 2012년부터 『중용』을 시작으로 2013년에는 『대학』을, 현재는 『논어』와 『주역』을 강독 중인 장중덕씨를 만났다. 올 3월부터 1년을 계획으로 진행된 주역 공부 과정 중 7개월 만에 상경을 총 마무리하는 시간이었다.

그는 현재 행신동에서 ‘행신동물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직업과는 전혀 다른 그러면서도 절대 쉽다고 말할 수 없는 경전 강의를 하고 있어 그 이유가 늘 궁금했다.

고전 공부를 하게 된 이유는.

20대 대학시절 탈춤연구회라는 동아리에서 유물론을 처음 접했다. 공부도 하고 활동도 했는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많은 고민을 했다. ‘용기도 없고 뚜렷한 자신의 성찰도 없는, 막연한 남들과의 연대나 막연한 사랑이 과연 내 것인가?’ 생각하게 됐다. 다른 내 모습을 찾아야 되지 않을까라는 마음이 들었다.

그 과정에서 옛날 현인들이 삶의 의미를 찾고 싶을 때 어떻게 했나를 찾아보게 됐다. 서점에서 『논어』를 접했는데, 논어에서 당시 내가 고민하던 모습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용기 없는 것도 나고, 뚜렷한 목적 없는 것도 나고, 말하기 좋아하는 것도 나고, 모르면서 우기기 좋아하는 것도 나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나 자신의 모습과 생각, 방황을 정리하는 계기가 됐다. 논어를 읽으면서 내 가슴을 망치로 크게 맞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어리석음은 조금 벗은 것 같지만, 아직도 내 안에 생기는 욕망, 내 기질에 의해 나를 덮고 있는 어둠은 고치지 못했다. 20대의 내 모습이나 지금의 내 모습은 여전히 똑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아직도 자라고 있으며 올바른 사람으로 서는 것이 앞으로 내가 더 해야 할 공부라고 생각한다.  

동물병원을 운영하면서 강의를 하게 된 동기는.

이곳에서 강의 하기 전 동물병원에서 학생들에게 7~8년간 한자를 강의했다. 8년 전 귀가쫑긋이라는 모임이 시작됐을 때는 한 달에 한 번 외부에서 강사를 초청해 강연을 듣는 정기강좌밖에 없었다. 이후 모임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논의하면서 정기강좌 외에 자발적이고 자생력 있는 모임을 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 경제적인 이유로 외부에서 선생님을 모셔와 공부반을 이끌어 가기는 힘든 상황이었다. 내가 마침 고전공부를 하고 있으니까, 뜻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끼리라도 소모임을 만들어 주제를 정해 토론도 하고 모임을 진행해보자고 시작했다.

아직까지도 앞에 선다는 게 송구스럽다. 여전히 내 모습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 수업준비를 위해 공부도 하면서 그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부족하고 창피하지만 용감하게 나서는 것도 나에 대한 다그침이자, 벗어나지 않아야 될 테두리를 인위적으로 만드는 의미도 있다. 여러분들이 의견을 내고 토론을 하면서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은 그분들의 공이다. 그분들의 뜻에 조금이라도 함께할 수 있어서 나도 행복하다. 

 

23일 '주역 상경' 마무리 시간에 강독 중인 장중덕씨와 회원들

고전공부를 하는데 있어 ‘괘’가 무슨 뜻인지부터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옛 선현들의 학문을 공부하다보니 어렵고 요즘 시대의 가치관과는 조금 괴리가 있다는 생각이 있는 사람은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본인의 마음이 열려있지 않을 때는 크게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종교도 철학도 다른 학문도 사람다움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자기 자신을 닦고 남들과 함께하기를 게을리 하지 말라고 강조하는 것이다. 어떻게 사람답게 살고 싶은지, 인간다움이 무엇인지를 알고자 하면 된다. 

고전의 경우 나랑 사고하는 방식과 표현이 다르기 때문에 이해하는 데 많은 시간과 낯섦을 거쳐야 한다. 절실함이 통하면 낯섦도 줄지 않을까 싶다. 굳이 이해하기 위해 억지로 노력할 필요는 없다. 동양철학이 인간을 이해하는 핵심 열쇠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농사를 지으면서도, 종교의 경서를 보면서도, 다른 학문을 통해서도 깨달을 수도 있다. 깨달으면 그것을 함께 나누는 데 의미가 있는 듯하다.

낯선 사람은 어려움이 있더라도 이해하는 만큼 읽고 들으면 어떨까 싶다. 방어벽을 쌓고 “또 삼강오륜이야!” 그러지 말고 윗사람이나 형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사람다움으로 거듭나기 위한 이치로 받아들이면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6년째 여러 곳에 장학금을 내고 있다. 3년 전부터는 ‘귀가쫑긋 고전장학회’라는 이름으로 기부 중인데 그런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공부를 같이 하는 분들과 함께 뜻을 모아서 하게 됐다. 나도 사회 속에서 동네 어른들의 따듯한 시선 속에서 컸다. 사회적 관계 속에서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다면 자라는 세대와 함께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이 꿈이 있을 때, 그것을 이룰 수 있게 힘을 보태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를 통해 좀 더 건강한 사회를 후세대와 함께 나눌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그래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에게 전달하더라도 공부에 우선순위를 둔 불우이웃기금이라는 이름이 아니라 장학금이라는 명목으로 지급 중이다. 액수는 적지만 아이들이 꿈을 이루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앞으로 저술 계획은 있나.

그렇다. 1차 목표는 ‘독학공부’에 대한 책을 꼭 쓰고 싶다. 내가 공부할 때 시간도 없고 혼자 하다 보니 물어볼 데가 없어 답답하고 안타까웠다. 논어 원전공부나 논어 독학공부, 주역 원전공부와 주역 독학공부 등으로 ‘독학으로도 충분히 원전을 읽을 수 있다’는 내용의 책을 꼭 쓰고 싶다. 나와 같은 사람이 공부할 때, 한 발 뗀 사람의 도움을 받아서 뒤에서 발걸음을 떼는 사람에게 내가 디딤돌이 되기를 바란다. 주역의 경우 현재 글의 일부 분량을 준비했기 때문에 아마 내년 말쯤이면 구체적인 윤곽이 나올 것 같다.

그는 매주 월요일 오후 8시에는 사서삼경 원전을 강독 중이고, 매주 수요일 오후 8시에는 주역원전 강독을 진행 중이다. 언제든 합류 가능하다. 주역 수업을 듣고 있는 한 회원은 "처음엔 주역이라해서 역술을 공부하나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주역 공부를 하면서 운영하고 있는 회사 직원들을 대하는 자세를 바꾸게 됐고, 회사 분위기가 훨씬 좋아졌다"며 수업에 강한 애정을 표했다. 장중덕씨의 의도대로 삶의 이치를 깨닫는 시간이 되고 있다. 

문의 : 다음(Daum) 카페 ‘귀가쫑긋’ (cafe.daum.net/human-inquiry)

010-8882-1376

주역에 대해 설명 중인 장중덕씨와 수강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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