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부 독서동아리 ‘배부른 책읽기’

임신부 독서동아리 ‘배부른 책읽기’
아람누리도서관 전국 최초 진행
함께 책 읽으며 정서적 교감 나눠
“엄마가 즐거운 게 가장 큰 태교”

 

아람누리도서관 임신부 독서동아리 ‘배부른 독서’ 회원들은 즐거운 모임 시간을 매 주 손꼽아 기다린다. 사진 왼쪽부터 한송희, 이선경, 문혜림, 김경은씨. 앞줄 꼬마는 김경은씨의 첫 딸 이제아양.


[고양신문] 소중한 새 생명을 뱃속에 품은 임신부들이 책을 들었다. 책 속의 문장과 그림을 마음에 담아 새로운 생각을 탄생시키기 위해서다. 몸과 마음이 품어내는 가장 아름다운 행위 두 개를 병행하는 이들은 아람누리도서관 임신부 독서동아리 ‘배부른 책읽기’ 회원들이다.

이선경(39세, 주엽동), 한송희(34세, 원흥동), 문혜림(30세, 행신동), 김경은(33세, 장항동)씨는 매주 한 번씩 아람누리도서관에 모여 책을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눈다. 산부인과나 산후조리원을 중심으로 다양한 태교 모임이 있는데, 굳이 책 읽는 태교를 선택한 이유는 뭘까?

“1월에 태어날 아기가 책 읽는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다는 바람 때문이죠. 그러려면 먼저 엄마가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도 했구요.” 이선경씨의 이야기에 문혜림씨가 맞장구를 친다. “좀 더 차분한 마음으로 출산준비를 하고 싶었는데, 독서모임이라면 관심사와 성향이 비슷한 분들을 만날 거라는 기대감이 들었어요.”

기대는 넘치도록 충족됐다. 책은 예비엄마들의 마음을 안정되게 다독여줬고, 임신과 출산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고 고민과 격려를 나눌 소중한 모임을 만들어줬다.

참가자들은 모임에 참석하며 그림책의 아름다움에 새롭게 눈을 떴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모임을 통해 접한 『노랑풍선의 여행』이라는 책이 너무 맘에 들어 나중에 꼭 아기에게 읽어주고 싶다는 문혜림씨는 “내 안에 순수하고 예민한 감성이 감춰져 있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고 있다”고 말했고, 한송희씨는 “남녀의 연애와 결혼, 출산까지의 과정을 아름다운 그림으로 그린 『엄마 아빠 결혼이야기』를 보며 신랑과의 행복한 추억들이 자연스레 떠올랐다”고 회상한다.

회원 중 이선경, 한송희, 문혜림씨는 모두 첫 임신이고, 출산예정일도 내년 1월로 엇비슷하다. 임신 중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고민과 힘겨움을 전적으로 공감하고 격려해 줄 든든한 벗들을 얻은 셈이다. 세 사람은 산후조리원도 같은 곳으로 예약해 뒀다.

미더운 ‘선배님’도 곁에 있다. 둘째 아이를 임신한 김경은씨가 첫째를 출산하며 겪었던 자신의 경험을 친절하게 나눠주고 있기 때문이다. 회원들은 태교음악회나 베이비박람회도 함께 참석하며 ‘임신’이라는 특별한 시간을 즐기고 있다.

김경은씨의 첫째 딸 제아(24개월)도 엄마 손을 잡고 도서관을 찾으며 어느 새 책과 친구가 됐다. 그림책을 펼쳐보며 화사하게 웃는 제아의 미소는 다른 예비 엄마들에게 내년에 만나게 될 아기의 모습을 미리 상상하게 해 주는 소중한 선물이다.

사실 동아리를 함께 시작한 회원이 한 명 더 있다. 양은복(39세)씨는 이달 초 회원들의 뜨거운 축하를 받으며 이름처럼 건강한 건이와 강이 쌍둥이를 출산했다.

6월부터 시작된 동아리모임을 5개월째 지속하며 회원들은 책을 바라보는 시선이 깊어지는 경험을 하고 있다.

이선경씨는 “예민하고 기복 심한 임신부의 정서를 다독이는데 책만큼 좋은 처방전이 없을 것”이라면서 “아이에게 지식보다 감성을, 공부보다 책을 권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한송희씨는 “동화책을 읽으며 일정한 틀에 갇힌 어른의 시선을 벗어나 호기심 많고 자유로운 아이의 시선을 회복하게 됐다”고 말했다.

가족들의 지지와 변화도 큰 보람이다. 저녁시간에 신랑과 함께 책을 읽는 시간이 많아졌다는 김경은씨는 “나와 가족들이 즐거운 게 진짜 태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도서관에서 임신부 북스타트와 독서동아리를 꾸린 건 전국에서 아람누리도서관이 처음이다. 이달 26일에는 아빠들이 그림책 육아에 동참할 수 있도록 ‘예비 엄마·아빠를 위한 그림책 워크숍’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 진행은 『이토록 어여쁜 그림책』을 쓴 한미화 출판칼럼니스트가 진행한다.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는 아람누리도서관 이선화 사서는 “1기 모임의 성공적 진행에 힘입어 얼마 전 ‘배부른 책읽기’ 2기 모임도 시작했다”고 밝혔다.
 

"새로 태어날 아기에게 행복한 책읽기 습관을 선물해 줄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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