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수 소설가의 텃밭에서 세상읽기>

김한수 소설가

[고양신문] 난 작년부터 담배를 사지 않는다. 담배를 끊어서가 아니라 직접 담배농사를 짓기 때문이다. 예닐곱 평에 담배를 키우면 일 년 동안 자급이 가능하다. 직접 담배농사를 지으면 돈도 굳어서 좋지만 그보다는 손수 키운 유기농 담배를 피운다는 만족감이 훨씬 크다.

담배농사를 짓게 된 결정적 계기는 농약과 화학첨가물 때문이다. 담배는 농약을 살벌할 정도로 많이 친다. 거기에다가 제조과정에서 수십 가지의 화학첨가물이 들어간다. 뿐만 아니라 중독성을 높이기 위해서 담뱃잎을 말릴 때 암모니아에 적시기까지 한다.

그러나 내가 만든 담배는 유기농으로 키운 담뱃잎 그 자체다. 그래서일까 밖에서 담배를 피우고 들어가면 담배냄새 난다고 구박을 하던 가족들이 직접 만든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 뒤로는 그 어떤 잔소리도 하지 않는다. 비흡연자들이 담배냄새를 끔찍하게 싫어하는 이유는 화학물질을 태우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여기에서 유기농 담배가 좋다고 주장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내가 담배농사 얘기를 꺼낸 이유는 따로 있다.

담배농사를 지으면 그 밭에서는 다른 농사를 짓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담배농사는 팔월 중순이 지나면 더 이상의 소출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밭을 정리해야 한다. 그러나 팔월에 지을 수 있는 농사는 김장채소밖에 없다. 고심 끝에 나는 그냥 담배 밭에 김장채소를 심기로 결정했다. 다른 밭에 이미 김장농사를 지어놓았기 때문에 내릴 수 있는 결정이었다.

그런데 웬걸, 속설과 달리 김장채소는 쑥쑥 잘만 컸다. 담배 밭에 다른 작물을 심으면 농사 망친다고 했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어리둥절했다. 그러다가 문득 인삼 생각이 났다. 인삼은 담배 못지않게 농약을 많이 치기로 유명하다. 육 년 동안 인삼을 키우면 그 밭은 육 년을 쉬어야 한다. 엄청나게 쏟아 부은 농약 때문에 흙이 더 이상 농사를 지을 수 없도록 척박해졌기 때문이다.

난 비로소 담배 밭에 다른 작물을 심으면 왜 농사를 망친다고 했는지 이해가 되었다.

담배와 인삼은 대규모 단일재배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래서 농약과 제초제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흙이 죽어나가고, 그 흙에서 농사를 지어야만 하는 농민들은 화학비료에 의존해 농사를 짓는다.

반면에 난 예닐곱 평 텃밭에서 낙엽을 두툼하게 덮어주고 잘 삭힌 오줌으로 웃거름을 주어가며 담배를 키웠다. 일부 벌레 피해가 있긴 했지만 무시해버려도 좋을 정도로 그 피해는 극히 미미했다. 벌레 피해가 심한 건 척박한 흙에서 대규모로 단일 작물을 심기 때문이다. 흙이 살아있는 밭에서 다양한 작물을 사이짓기하면 병해충 피해는 확연히 줄어든다. 실제로 우리 농장에서는 배추 빼고는 농약을 사용할 일이 거의 없다.

우린 배추에 사용하는 농약도 직접 만들어서 쓴다. 올해에는 돼지감자로 천연농약을 만들어서 배추 밭에 진딧물이 왔을 때 사용해봤는데 효과 만점이었다.

어쨌건 담배 밭에 다른 작물을 심으면 농사 망친다는 소리는 낭설에 지나지 않았음이 입증된 셈이다. 결국 문제는 농법이다.

그나저나 조만간 내가 직접 키워서 가공한 담배의 성분을 분석해볼 요량이다. 약을 연구하는 지인이 깊은 관심을 보이며 성분분석을 해주겠다는 친절을 베풀었기 때문이다. 어떤 결과가 나오게 될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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