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기간제 정규직 전환 논란 왜 문제인가

지난달 28일 시와 간담회를 앞두고 기다리고 있는 도서관 기간제 전환배제 당사자들. 시는 간담회 자리에서도 "전환심사 결정에 대한 재논의는 없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고양시 기간제 정규직 전환발표 이후 제기된 도서관 기간제 노동자 45명의 억울한 사연이 아직까지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고양시 도서관의 만성적 인력부족과 이로 인한 기형적 자원봉사운영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재취업 미끼된 자원봉사 가산점
고양시 도서관 인력문제는 그동안 꾸준히 지적되어 왔다. 신도시 개발 이후 고양시 도서관의 양적팽창이 이뤄져 도내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지만 전문인력 배치 현황은 도내 최하위 수준을 면치 못했다. 현재 시립도서관의 수는 17개로 수원에 이어 2위, 도서관 회원은 55만 명으로 인구수의 절반을 넘겼다(52.1%). 반면 도서관 당 사서 수 는 2.3명으로 성남(4.4명), 수원(3.1명) 등 비슷한 규모의 지자체에 비해 부족한 실정이다. 


부족한 인력을 감당하려다보니 자원봉사자들의 역할이 자연스럽게 커졌다. 고양시 자원봉사자 수는 수원 6000명보다 많은 8000명에 달하고 있다. 업무 또한 단순한 보조업무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부터 도서관에서 자원봉사와 기간제 업무를 반복해온 A(54세)씨는 “초기에는 자원봉사자 혼자 자료실을 지키는 경우도 많았다. 사실상 자원봉사자가 업무를 전담하는 수준”이라고 이야기한다.

도서관 기간제 채용기준에 자원봉사 가산점이 생기기 시작한 시기는 2013년부터다. A씨는 “통합시스템 도입으로  업무가 많아지면서 도서관마다 자원봉사 경력이 있는 기간제 근무자 채용을 선호했던 것 같다. 도서관 측은 일을 잘 아는 사람이 계속 있는 게 좋고 우리같은 40~50대 여성들도 도서관이 그나마 괜찮은 일자리였기 때문에 나쁠 것이 없었다”고 이야기했다. 

문제는 이들의 경우 고양시 보조인력운용방침으로 인해 10개월을 근무하면 3개월 이상은 ‘강제휴직’을 해야 했기 때문에 재취업을 위해서는 휴직기간 동안 자원봉사가 사실상 강제됐다는 점이다. 게다가 그 자원봉사 또한 기간제 업무와 다를 바 없다고 도서관 기간제 노동자들은 말한다. 순수한 ‘자원봉사’가 아닌 ‘업무의 연장선’이라는 이야기다. 

김성윤 고양파주녹색당 사무처장은 “채용공고를 보면 도서관 자원봉사시간만 가산점에 반영되는데 이는 누가봐도 자원봉사를 재취업을 위한 미끼로 강요하는 것 아니냐”며 “이런 식으로 기간제, 자원봉사를 반복하며 많게는 11년 동안 도서관을 지켜온 분들이 정작 정규직전환에는 철저히 배제되어 버린 것”이라고 문제제기했다.  

“정부방침 기계적 적용“ 비판도
이러한 도서관의 특수한 근무조건에도 불구하고 기존 근무자들이 전환대상에서 배제된 이유는 무엇일까? 고양시도서관센터와 인적자원담당관실 등에 따르면 당초 고양시의 안은 과거 3년 이내 근무자를 포함한 제한적 경쟁채용 방식이었다. 하지만 전환심의위원회에서 두 차례 논의와 투표를 통해 내린 결론은 정부방침에 따라 7월 20일자 기준 근무자만을 전환대상으로 한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정부방침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대한 것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정부가 발표한 가이드라인은 7월 20일자 기준 근무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맞다”고 하면서도 “지자체나 직종마다 채용관행 및 근무요건이 다양하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전현직 근무자를 대상으로 한 제한적 경쟁 등의 예외조항도 있다”고 이야기했다. 아울러 “전환문제는 지자체별 상황이 다양하기 때문에 각 전환심의위원회의 결정에 따르도록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즉 7월 20일 근무자전환은 하나의 기준일 뿐 전환심의위원회에서 지역상황을 충분히 반영해 결정하도록 한 것이다. 

실제로 성남시의 경우 정부가이드라인 발표에도 불구하고 정규직 전환절차를 급하게 추진하기 보다는 충분한 논의를 거쳐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발표가 있기 전부터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을 선도적으로 추진했던 서울시의 경우 아예 전환직종과 대상, 방식에 대한 결정을 공무원 조직이 아닌 외부 노동전문연구기관에 용역을 맡기기도 했다. 단순히 전환 숫자에 몰두한 것이 아니라 정규직 전환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더 고민했기 때문이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정규직전환의 경우 정부지침을 이행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지역상황과 맞지 않는다면 반대로 정부에 제안할 수도 있는 문제”라며 “이번 전환결과는 그 지자체가 노동 감수성을 얼마나 갖고 있는가를 볼 수 있는 척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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