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과의 공존』 출간한 김혜성 사과나무치과병원 원장

미생물 분야 최신 연구성과 소개
인간 몸에 대한 통합적 사유 제시
이웃과 공동체 향한 관심도 각별
“공부 지속하며 대중들과 지식 나누고파”

 

 

[고양신문] 고양을 대표하는 치과병원인 사과나무치과병원 김혜성 원장이 새 책 『미생물과의 공존』을 출간했다. 김 원장이 책을 낸 게 처음은 아니다. 그동안 『내 입속에 사는 미생물』, 『건강한 장이 사람을 살린다』와 같은 책을 집필하거나 번역했다.

하지만 이번 책은 좀 특별하다. 이전 책이 특정 신체에 서식하는 미생물에 대한 정보를 다뤘다면, 『미생물과의 공존』에서는 우리 몸에 관여하는 모든 미생물로 관심의 범위가 확대됐다. 단순히 범위만 넓어진 것이 아니라, 미생물학계의 가장 앞선 지식과 이론을 아우르며 미생물과 몸의 관계를 거시적 관점에서 조명했다.

그렇다고 해서 딱딱하고 머리 아픈 학술서일 것이라고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미생물의 종류와 습성을 알기 쉽게 설명한 대목은 흥미롭고, 나와 미생물이 현명하게 공존하기 위한 제안도 구체적이고 친절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진화인류학적 관점과 인문적 성찰을 바탕으로 우리 몸을 바라보는 시야를 보다 깊은 경지로 안내하려 한 시도가 돋보인다. 책을 읽다 보면 인간의 몸이 경이롭고 기적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새삼 되새기게 된다. ‘인간과 미생물과의 지혜로운 공존’이라는 매력적인 화두를 독자들에게 건넨 김혜성 원장을 만나 책과 일상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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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에서 다루고 있는 정보의 양이 방대하다. 책을 쓰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

시작은 잇몸병의 근본적 원인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잇몸병의 원인은 세균 때문인지 면역력 때문인지 여전히 모호한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최신 연구 성과들을 살피다가 이전과는 다른 정보들이 쏟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 깜짝 놀랐다. 미생물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에 혁명적 변화들이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학교에 다니면서 배운 지식과는 너무도 간극이 컸다. 직업적으로도 그냥 넘길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에 본격적으로 공부를 하다 보니 고구마 줄기가 올라오듯 생각이 이어졌다. 미생물에 대해 새롭게 깨달은 정보와 관점을 종합적으로 정리해 진료실에서 뿐만 아니라 독자 대중에게도 전달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으로 1년 정도 작심하고 달려든 결과물을 이 책에 담았다.

■ 우리 몸에 공생하는 다양한 미생물에 대한 종합적 서술이 인상적이었다.

미생물을 다룬 기존의 책들이 피부미생물, 구강미생물, 장미생물 등 진료과목을 기준으로 개별적 분야만 기술하곤 했는데, 이 책은 전체적인 흐름으로 정리해 내 몸과 미생물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자 했다. 최신 정보와 연구 성과들을 집약해서 독자들에게 미생물에 대한 새롭고 종합적인 관점을 전달하고자 했다.

공부를 하면서 최신 연구 성과들이 실생활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계속해서 질문했다. 미생물에 대한 새로운 정보가 우리의 일상에 건네는 제안들을 끄집어 내 보려고 했다. 얼마나 성공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시도 자체는 의미 있었다고 자평한다.

■ 미생물이라는 공생체를 통해 바라 본 우리 몸에 대한 깊은 사유가 읽힌다.

현대의학을 하는 이들도 진화적 관점을 토대로 긴 시선으로 인간을 바라보아야 하지 않을까. 예를 들어, 현대인의 큰 골칫거리인 당뇨와 고혈압만 봐도 무엇이 문제인지는 너무도 명백하다. 이전보다 덜 움직이고, 이전보다 너무 많이 먹는 것 때문 아닌가. 우리 몸에 각인된 유전적 관성이 생활방식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의학적 처방은 여전히 미시적이고 분자적 해법만 찾고 있다.

잇몸병도 마찬가지다. 근원적 문제는 먹는 문제에서 찾아야 한다. 그런데 염증이 생기면 아무 거리낌 없이 항생제를 처방한다. 우리 몸을 좀 더 긴 시선으로,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관점을 갖게 되면 오늘날 의학과 제약 산업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될 것이다.

■ 의학적 전문지식을 인문적 영역으로 확장하려는 시도가 인상적이다.

대학교 신입생 시절 읽은 한완상의 『민중과 지식인』에 지식인과 지식기사를 구분하는 서술이 나온다. 전문적 지식만 가지고 살아가는 이가 지식기사라면, 포괄적 시점을 가지고 자신의 지식을 삶으로 옮기는 이가 참 지식인이라는 개념이었다. 그 책의 영향인지 공부를 하면서도, 사회에 나와서도 진정한 지식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이 늘 따라다녔다. 그래서 시작한 게 인문학모임 ‘귀가쫑긋’이었다. 인문적 갈증을 해소하고 내가 선망하는 삶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다는 생각이 녹아있었다고나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의 일상과 인문적 사유 사이에 아귀가 덜 맞는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쓰기 위해 자연과학 지식을 공부하고, 나름대로의 인문적 성찰을 더해 생각을 정리하면서 비로소 아귀가 맞아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 이전 책과 비교해 필력 자체가 일취월장 했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실제로 전문 정보가 줄줄이 등장하는데도 책이 술술 잘 읽힌다. 비결이 뭔가.

재밌게 읽어줘 고맙다(웃음). 머릿속에서 생각의 아귀를 맞추는 재미에 스스로 강하게 몰입한 때문인 듯하다. 가능하면 아침 시간을 귀중하게 쓰기 위해 4시쯤 일어나 집중해서 자료를 보고 집필도 했다. 앞으로도 계속 공부하고 글 쓰며 몸에 익힌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할 생각이다.

■ 사무실 첫 인상이 책방 같다는 느낌이다. 어마어마한 독서가로 알려졌는데.

보시다시피 여러 책을 벌여놓고 동시다발적으로 본다. 아침에는 주로 의학전문저널을 주로 본다. 전문저널에 실린 글은 우선 편집자의 눈높이를 통과한, 질이 보장되는 글이고, 동시에 가장 새로운 이론이다. 하지만 자기 분야만 파고 들다보면 큰 그림을 놓칠 수가 있어서 오후에는 큰 시각을 주는 책을 다양하게 본다. 오전과 오후로 나눠 독서의 균형을 잡는 것이 나름의 노하우라면 노하우다.

■ 일 년에 100번 가까이 산을 찾는다고 들었다.

일주일에 두세 번은 혼자 산을 찾는다. 책에서도 말했지만, 인간의 몸이 가장 편안하게 안길 수 있는 자연을 내 몸에게 선물해 주고 싶어서다. 주로 북한산을 찾아 서너 시간 산행을 하고, 산 근처 카페에서 차 마시며 독서도 하곤 한다.

■ 귀가쫑긋 활동이나 나의 꿈 페스티벌 후원 등 이웃과 공동체에 대한 관심도 남다른데.

내 인생이 일산이라는 동네 한 곳에 자리 잡고 살 수 있어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시골서 자란 탓인지 동네, 이웃, 아는 형과 같은 단어들이 참 좋다. 서울은 지금도 왠지 답답하고 정서가 안 맞는다. 지역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지 않았다면 내 삶의 관계들이 어땠을까 가끔 생각한다. 내 마음을 편안히 풀어내고, 서로를 받아줄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난 것이 큰 복이라고 생각한다.

■ 이번 책을 집필한 후 저자로서의 욕심이 더 커졌을 것 같다. 서민 교수가 ‘기생충’을 자기 만의 장르로 만들었듯, ‘미생물’을 김혜성만의 테마로 삼아 전문지식을 대중들에게 나누고 싶은 생각이 있나.

솔직히 바람이 있다. 물론 오버하거나 튀어 보이지 않도록 스스로 조심해야겠지만 말이다(웃음). 능력이 되는 대로 미생물과 인간의 생명에 대한 나의 생각을 지속적으로 확장시켜 볼 생각이다. 그래서 현대의 과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생명에 대한 나름대로의 관점을 독자와 대중들에게 제시하고 싶다.

■ 다음 책을 이미 준비하고 있나.

당연히 공부를 계속 하고 있다. 포인트가 어떻게 정해질지 좀 더 나가봐야 하지만, 내년 이맘때 쯤 큰 줄기를 잡고 글을 재구성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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