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 빛 시 론>

정수남 소설가. 일산문학학교 대표

[고양신문] 며칠 전 지인으로부터 자네가 내년 6월 지방선거에 출마할 뜻을 갖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네. 그런데 그게 왜 기쁘게만 들리지 않는 것인지……. 그렇다고 출마를 만류하는 것은 아닐세.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다 헌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는 이상 피선거권은 보장되어 있는 것이니까. 다만 아래 두 가지만큼은 반드시 명심하고 출발했으면 하는 마음이네. 

하나는 중국 전국시대의 순자가 한 말을 기억했으면 하는 것이네. ‘군주는 배고, 백성은 물이다.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엎을 수도 있다.’ 이 말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우리나라 헌법 제1조 2항과도 같은 뜻이지. 철옹성 같다던 박근혜 정권을 무너트린 ‘촛불’이 이를 입증한 예라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매우 상식적인 이야기가 될 테지만, 이 말은 곧 지도자란 모름지기 국민을 무서워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일세. 그런데 지금 정치판은 어떠한가. 완장을 채워주고 모자를 씌워주면 금세 그것을 망각한 채 유아독존적인 존재로 돌변하지 않는가.

다음은 지역 주민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고 출발하라는 것일세.

민선 7기를 맞는 내년엔 특히 우리 국민 모두에게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 틀림없네. 그것은 지방분권 때문이지. 사실 지방분권만큼 더 큰 관심사가 어디 있겠는가.

우리가 이미 숙지하고 있는 것처럼 지방분권이란 그동안 중앙정부에 집중되어 있던 국가의 통치 권력을 각 지방 자치단체가 나누어 가지는 것으로, 지역 주민과 그 대표기관이 자기결정권을 확충하는 것을 의미하네. 말하자면 우리가 사는 이 고양시를 비로소 우리가 실질적으로 맡는다는 것이지. 이처럼 중차대한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이에는 자기가 내린 결정에 대한 무거운 책임 또한 따르기 때문에 의무 역시 막중하다고 아니 할 수가 없네.  

사실 지방자치제가 본격적으로 실시된 지는 벌써 20년이 지나지 않았는가. 하지만 그동안은 허울뿐, 우리의 정치행정 체제는 중앙집권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종속관계였다고 볼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따라서 애향심이나 지역의 특성을 살리는 것은 고사하고 마을 공동체에 관심조차 없었던 게 사실 아닌가. 그러므로 이것이 실시되면 분명 중앙에 편중되어 있던 우리나라 정치제도를 바꾸는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은 물론, 우리가 스스로 우리의 마을을 성장 발전시켜가는 쾌거가 될 것일세. 그러므로 지방분권은 단순히 지방정부의 권한을 강화하기 위한 것뿐만이 아니라 민주주의가 뿌리를 내리고 시민이 실질적으로 주권자의 역할을 강화하는 가장 중요한 개혁사안이라고 아니 할 수가 없는 것이지. 

그러나 그것으로 우리가 무작정 기뻐할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하네. 왜냐하면 지방분권의 또 하나의 과제인 재정분권이라는 언덕을 넘어야 하기 때문이지. 사실 재정분권 없는 지방분권이란 사상누각에 불과한 셈 아니겠나. 물론 이를 해결하는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네. 예를 들면 이런 것일세. 먼저 지금까지 자치단체가 중앙정부에 의존해왔던 보조금 규모를 점진적으로 축소시키고, 보조금 지급방식을 개별보조금에서 포괄보조금으로 변경하는 한편, 또 현재의 국세와 지방세의 세율 배분 비율을 8:2에서 6:4, 더 나아가 5:5까지 바꿀 수 있다면 어느 정도 재정자립도도 높아지지 않을까. 물론 여기에 이르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말이야. 그러니까 만약 자네가 그 험난한 선거전을 치르고 당선된다면 그 뒤엔 이것을 위해 싸워야 할 것일세.

이번 지방선거의 핵심은 바로 이것이 될 것일세. 시민들은 자치단체장이나 의원을 뽑을 때 그동안의 경력이나 실적보다 먼저 이러한 사정을 개선할 능력자를 선택할 것이네.

자네, 혹시 개혁은 생물이라는 말 알고 있나? 말이 나온 김에 노파심에서 한 마디 더 덧붙이면, 정치는 결코 안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일세. 배가 물살을 가르며 올라가듯이 끊임없이 움직여야 하네. 이제부터는 미래를 향한 새로운 정책 제시와 구체적인 실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투명성 등을 자네의 트레이드마크로 삼아야 할 것일세. 자, 그럼 이제 출발선으로 가시게. 지금부터 나는 자네가 무사히 완주할 수 있기를 기원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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