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곰팡이 연합공연 ‘우리 같이 있을 동안에’

29일과 30일 고양아람누리 새라새극장
장필순, 이규호, 오소영, 조동희 등
조동진 음악 계승한 뮤지션 총출동

 

지난 9월 서울 한전아트센터에서 열린 푸른곰팡이의 추모공연 모습. <사진제공=푸른곰팡이>


[고양신문] 지난 여름 갑작스레 하늘나라로 떠난 가수 조동진이 남긴 노래의 씨앗들이 어떤 모습으로 발화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공연이 열린다. 이달 29일과 30일 고양아람누리 새라새극장에서 진행되는 푸른곰팡이 연합공연 ‘우리 같이 있을 동안에’는 조동진 사단이라 불리는 음악공동체 ‘푸른곰팡이’에 소속된 뮤지션들이 함께 꾸미는 무대다. 첫날에는 ‘기억 상실’로 알려진 오소영과 푸른곰팡이의 신인 뮤지션들이, 둘째 날에는 장필순, 이규호 등 조동진 사단을 든든히 지켜온 중견 아티스트 4명이 각각 무대에 선다. 황망히 우리 곁을 떠난 조동진을 추억하는 이들, 그리고 조동진 이후 푸른곰팡이의 행보가 궁금한 팬들에게 반갑고 의미 있는 공연이다.

 

우리 곁을 떠난 포크음악의 대가 조동진

조동진이라는 이름에는 ‘한국 포크음악의 거목’이라는 수식어가 자연스레 따라다닌다. 1979년 발표한 1집 앨범의 ‘행복한 사람’을 시작으로 ‘어떤 날’, ‘제비꽃’ 등 지금도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감미로운 노래들을 만들고 부른 이가 바로 조동진이다. 특히 2집 앨범에 수록된 ‘나뭇잎 사이로’는 가을로 접어들 무렵이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조동진의 대표곡이다.

38년의 음악인생 동안 6집의 음반만 남길 정도로 정제된 창작 활동을 한 그였지만, 앨범 하나하나가 한국 대중음악사의 명반으로 기억될 만큼 의미 있는 성취를 이뤘다. 나지막한 목소리로 읊조리는 그의 멜로디는 누구도 흉내 내지 못할 조동진만의 음악세계를 각인시켰고, 노랫말 역시 자연과 일상을 관조적이면서도 서정적인 시선으로 노래하며 대중가요가 존재론적 사색의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스스로 증명했다. 이렇듯 80~90년대에 청춘을 보낸 이들에게 조동진의 노래는 불안하고 쓸쓸한 삶의 길을 함께 걸어가는 친구가 건네는 따뜻한 위로였다.
 

젊은 시절의 조동진. 자신만의 감성으로 존재의 깊이를 사색했던 그의 노래들은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한다. <사진제공=푸른곰팡이>


상업성과 거리 둔 음악공동체 이끌어

은둔하는 시인처럼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는 일에 익숙하지 않았던 그였지만, 조동진의 음악활동은 많은 후배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친동생인 조동익과 조동희를 비롯해 장필순, 이병우, 한동준, 정원영, 고찬용, 유희열 등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견지하는 수많은 뮤지션들이 직간접적으로 조동진의 영향 아래 음악세계를 완성해갔음을 고백하고 있다.

80년대 동아기획에 소속돼 활동하던 조동진은 상업시장으로부터 좀 더 자유로운 환경에서 순수하게 음악작업에 몰두하고자 92년 동생 조동익, 싱어송라이터 장필순 등과 함께 ‘하나음악’이라는 새로운 음악공동체를 만든다. 이후 하나음악은 다양한 작가주의 음악인들을 아우르며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유일무이한 위상을 지닌다. 가수 조동희는 하나음악이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면서도 서정성을 지향하는 묘한 공통분모를 공유하는 ‘뮤지션 길드’였다”고 회상한다. 실력 있는 신인 싱어송라이터의 산실 역할을 한 ‘유재하 경연대회’를 주관한 것도 하나음악이었다.

 

활동재개 기대 컸던 만큼 아쉬움 더해

그러나 급변하는 음반시장의 변화를 상업주의를 지양하는 하나음악이 감당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한동안 침체기를 겪던 하나음악은 2011년 ‘푸른곰팡이’라는 새로운 레이블을 출범하며 새로운 행보를 시작했다. 하나기획의 음악적 태도를 계승하면서도 새로운 시대의 감성을 조합해내는 푸른곰팡이의 음악들은 주류 음악에 염증을 느낀 팬들과 평론가들의 지지와 찬사를 받았다. 특히 지난해엔 조동진 스스로 1995년 5집 앨범 이후 20년 만에 새 앨범 '나무가 되어'를 발표해 팬들을 기쁘게 했다. 이 음반은 올 봄 2017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음반상’을 수상하며 거장의 귀환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게 했다.

하지만 급작스런 비보가 모두를 슬픔에 젖게 했다. 9월 푸른곰팡이 후배들과 함께 12년 만의 무대를 준비하고 있던 조동진은 공연을 채 한달도 안 남기고 지병인 방광암이 악화되며 심정지로 눈을 감고 말았다. 그의 노랫말처럼 나뭇잎 사이로, 얼마나 먼 길을 돌아가야 하는지 모르는 그곳으로 떠나가버린 것이다.
 

조동진의 생전 모습. 지난해 20년만에 새 음반을 발표하며 활동 재개의 기대를 불러모았던 터라 갑작스러운 부음이 더욱 안타까웠다. <사진제공=푸른곰팡이>


조동진의 음악적 자양분에서 피어난 꽃들

조동진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지만, 9월에 계획됐던 공연은 예정대로 열렸다. 충격과 슬픔에 잠긴 가족과 후배들을 다시 일으켜 세운 이들은 팬들이었다. 장례 내내 찾아와 깊은 애도와 사랑을 보여준 팬들의 모습에 용기를 얻어 푸른곰팡이 멤버들이 마음을 모아 거장 조동진을 관객과 함께 추모하는 무대를 의연하면서도 감동적인 모습으로 진행한 것이다.

29일과 30일 열리는 새라새극장 공연은 지난 9월의 무대와는 성격이 좀 다르다. 9월 공연이 애도와 추모의 자리였다면, 이번 공연은 조동진이 남긴 음악적 유산들을 보다 풍성하게 계승하고 꽃 피우는 무대다. 첫날 무대에 서는 오소영, 소히, 새의 전부, 오늘, 더 버드 등의 젊은 뮤지션들은 각각 자신만의 색깔이 선명한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규호와 조동희, 정혜선, 장필순 역시 각자의 음악활동을 집약한 엄선된 곡들로 감동을 선사할 준비를 마쳤다. 여기에 조동진을 함께 추모하는 무대도 어떤 모습으로 펼쳐질지 기대를 더하게 한다. 푸른곰팡이의 편안한 음악과 함께 한 해를 따뜻하게 마무리하는 공연을 기대해보자.
 

푸른곰팡이 연합공연 

‘우리 같이 있을 동안에’

일시 : 12월 29일(금) 오후 7시 30분 · 30일(토) 오후 6시
장소 : 고양아람누리 새라새극장
관람료 : 전석 6만6000원
문의 : 1577-7766(고양문화재단), 1544-1555(인터파크)

 

9월 추모공연 모습. 존경하는 선배 뮤지션을 떠나보낸 슬픔을 딛고 의연한 공연을 옆 수 있었던 힘은 조동진과 푸른곰팡이의 음악세계를 아끼는 팬들의 애정과 격려였다. <사진제공=푸른곰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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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둡고 쓸쓸한 그 곳에 누군가는 서 있어야지요”

푸른곰팡이 연합공연 앞둔 가수 조동희씨
 

가수이자 푸른곰팡이 대표인 조동희씨.


조용한 삶 살았던 조동진, 중산체육공원 산책 즐겨
"나지막한 노래와 함께하는 따뜻한 공연 기대해주세요"

사생활을 드러내지 않는 성격이라 알려지지 않았지만, 알고 보니 조동진은 중산마을에 살던 고양의 오랜 이웃이었다. 새라새극장 공연 ‘우리 함께 있을 동안에’를 준비하느라 분주한, 조동진의 막내 동생이자 푸른곰팡이의 대표인 가수 조동희씨를 고양아람누리의 카페에서 만나보았다.

“조동진 오빠와 조동익 오빠는 중산마을에 살았어요. 저도 백석동 등 고양시 이곳 저곳에서 살며 아이들을 키우며 소중한 추억들을 많이 쌓았지요.”
현재 조동익은 제주도로, 본인은 서울로 이사를 했다고 근황을 전한 조동희씨는 삼남매가 모두 고양시에 살던 시절을 회상하며 “일산은 참 편안하고 좋은 마을”이라며 애정을 표했다.

“동진 오빠는 워낙 바깥출입을 안 하는 성격이었지만, 혼자 조용히 중산체육공원을 찾아 산책을 하곤 했어요.”
그의 말을 듣고 보니 20년 만에 발표한 새 음반에 실린 곡 중 몇 곡은 중산체육공원을 거닐며 노랫말을 구상하고 멜로디를 떠올린 노래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필순의 대표곡 ‘나의 외로움이 너를 부를 때’ 등의 노랫말을 쓰며 활동을 시작한 조동희씨는 2011년 1집 음반 <비둘기>를 낸 후 싱글앨범과 미니앨범을 꾸준히 발표하며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풍성하게 일구고 있다. ‘애틋하다’, ‘라디오’ 등의 노래를 듣다 보면 조동진 사단의 새로운 구심점으로의 역량이 넉넉히 감지된다.

조동희씨는 요즘 어깨가 무겁다고 했다. 조동진 이후 푸른곰팡이를 짊어지고 나가야 하는 과제가 그의 몫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서두르지 않고 지금까지 걸어온 푸른곰팡이의 정체성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좋은 음악을 계속 만들어내는 곳이 돼야지요. 여전히 속도는 느리겠지만…. 동진 오빠가 이런 말을 했어요. 어둡고 쓸쓸한 그곳에 누군가는 계속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저도 오빠의 말에 동의합니다.”

연말 공연을 기획하게 된 계기를 묻자, 조동희씨는 “9월 공연보다 먼저 기획됐던 공연”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음악활동을 재개한 조동진의 무대를 연말에 고양에서 열자는 논의를 고양문화재단과 일찌감치 진행했다는 것.

“오빠가 살았던 고양에서 무대를 열게 돼 마음이 설레요. 동진 오빠를 추억하는 이들과 푸른곰팡이의 음악색깔을 아껴주시는 팬들 모두를 만족시켜 드리는 무대를 만들고 싶어요.”
 

30일 무대에 서는 싱어송라이터 장필순. <사진제공=푸른곰팡이>

 

사진 왼쪽부터 조동희와 오늘. <사진제공=푸른곰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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