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유용우 원장의 건강칼럼

유용우 유용우한의원장

아이들을 진료하면서 방학이 되면 ‘이번 기회에 건강을 획득해보자’라며 설렘을 가지고 기다리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세상의 흐름에 따라 어느덧 방학이 ‘치료의 공백기’가 아닌가 하는 자조감이 드는 상황이 돼가고 있다. 방학이 되면 아이들의 생활리듬이 흐트러져 오히려 늦게 자고, 식생활도 불규칙해지고, 운동도 게을리 하는 등 총체적인 정체에 빠지는 같아 안타깝다.

어린이들이 접하는 방학 중에서 특히 겨울방학은 준비의 시점이자 비축과 보완을 위한 좋은 시기다. 하루를 기준으로 보면 밤과 같은 때라서 충분한 숙면으로 몸을 회복해 다음날 왕성한 활동을 준비하는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어린이의 성장을 설명할 때 다음과 같은 표현을 쓰곤 한다. “성장의 의지(意志)를 쫓아서 뼈의 기운이 응축돼 밀도가 한계치에 이르면 폭발해서 키가 쑥쑥 커지고 살이 달라붙어 성장을 완성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충실하게 밟은 아이들은 안았을 때 묵직함과 단단함이 느껴지고 키도 무럭무럭 자란다. 그러나 이러한 응축의 과정이 미흡한 아이들의 경우에는 안았을 때 가볍게 느껴지고, 시간이 지나면서 겨우 성장부진을 면하는 수준으로 자란다. 성장기 아이들에게는 겨울이 성장 싸이클로 보면 응축의 과정이다. 이때 얼마나 뼈의 기운을 단단하게 뭉치게 하느냐에 따라 이후 성장의 진폭이 달라지는 것이다. 

아이들 성장의 기본은 충실히 먹고 자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갓난아기는 먹고 자고 싸는 것의 반복이 가장 급격한 성장을 이루게 하는 원천이다. 먹는 것을 충실히 해 성장의 원천을 튼튼히 하고, 수면과 운동으로 성장의 의지를 다지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겨울은 성장의 의지를 한껏 다질 수 있는 절기인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겨울을 장(藏)의 절기로 본다. 모든 것을 저장해 내적인 충실을 기하는 것이다. 겨울의 특성은 기본적으로 밤이 긴 것에 있다. 오후 6시만 되어도 깜깜해지면서 몸과 마음이 차분해진다. 이때부터 활동성이 줄면서 수면과 더불어 내일의 활동을 위해 몸과 마음을 회복하고 성장을 준비하게 된다. 특히 아이들의 성장 호르몬이 왕성하게 분비되는 저녁 9시 30분에서 10시 30분 사이에 숙면에 들 수 있는 계절은 어찌 보면 겨울이 유일하다. 

성장을 방해하는 가장 첫째 요소는 잘 못 먹는 것이다. 성장할 재료가 없는데 어떻게 성장을 하겠나. 성장을 저해하는 그 다음 요소는 어린이의 경우 기체증이다. 기체증으로 성장에 방해를 받을 때 아이들에게 ‘나를 도와주세요’라는 신호인 성장통이 나타난다. 즉, 성장통은 성장이 너무 빨라서 나타나는 통증이라기보다는 ‘성장이 힘들어요, 도와주세요’라는 아이들의 SOS 신호다.

부모님들은 아이들이 호소하는 다리의 통증에 의문을 가졌다가도 ‘성장통이네요’라는 한마디에 쾌감에 가까운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제상황은 전혀 다르다. 성장통을 호소하는 대부분의 어린이들은 뼈에 힘이 부족하고 손발에 힘이 없고 근육과 관절에 부담이 되면서 통증이 나타난다. 성장과 관련해 이야기한다면 오히려 성장의 기회를 놓치는 ‘성장부진통’이라 할만하다. 간혹 다리에 병증이 있어서 통증을 호소할 때도 있는데 어떠한 형태로든 아이가 ‘다리가 아프다’는 표현을 하면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료를 받을 것을 권한다. 

<우리아이 성장통 의심 체크 포인트 10>
1. 오래 걷거나 달리면 다리가 아프다.
2. 다리가 아파 주물러줘야만 잠을 잔다.
3. 다리가 아파 자다가 깨는 경우가 자주 있다.
4. 손톱이 잘 깨지거나 손 가시가 일어난다.
5. 목이 짧다는 느낌이 든다.
6. 조금만 걸어도 업어달라고 한다.
7. 얼굴에서 앳된 느낌이 든다.
8.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이 있다.
9. 아랫배가 차거나 복통을 호소한다.
10. 머리가 아프거나 어지럽다는 표현을 한다.

유용우 유용우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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