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미숙 대표와 직원들 버킷리스트였던 사옥 장만

카페처럼 평화롭고 자유로운 분위기의 새로운 사무공간. 언제든 커피와 간식을 즐길 수 있고 출퇴근도 육아에 맞춰 조정할 수 있다.

직원 투표로 직원 뽑고, 사내 MBA코스 운영
경기가족친화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선정

[고양신문] “하하하, 새집으로 이사 오면서 경사가 겹쳤어요. 한 직원은 아기를 가졌고요, 또 한 직원은 결혼 날짜를 잡았답니다. 너무 너무 좋은 거 있죠.” 
임미숙 ㈜리디아알앤씨 대표는 며느리가 아기 가진 것처럼 진심으로 기뻐했다. 임미숙 대표뿐만 아니다. 이 회사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은 누군가 아이를 낳고 결혼하는 일을 가족만큼 기뻐해준다. 아이 셋을 낳으면 특별 격려금을 주고, 직원을 뽑을 때는 아이 엄마에게 점수를 더 준다. 본사 직원 32명 중 20명이 여성이고 이중 15명이 기혼이다. 육아에 맞춰 출퇴근 시간을 정하고, 아이 학교의 녹색어머니회 활동을 위한 시간도 공식적으로 인정해준다. ‘여성친화기업’이라는 문구는 너무 형식적이다. 몇 마디 문장으로 표현할 수 없는, 진심어린 어떤 문화가 있다. 

임미숙 리디아알앤씨 대표는 결혼과 육아에 밀려 일로부터 소외된 경력단절 여성, 사회구조 탓에 일자리를 구할 수 없는 실업청년을 누구보다 환영한다고 말했다.

임미숙 대표는 회사에서 ‘리디아’로 불린다. 임 대표의 남편이자 동업자인 이광진 이사는 ‘폴’이다. 직원들도 모두 영어이름을 부른다. 이름 하나 바꿨을 뿐인데 많은 자유가 주어진다. 
대표는 어떤 결정도 혼자 하지 않는다. 팀장들에게 권한을 위임하고 대부분 팀별 회의에서 의사결정을 한다. 새로운 직원을 뽑는 일도 임 대표의 몫이 아니다. 3개월 동안 수습기간을 거친 후 전 직원이 찬반 투표로 채용을 결정한다. 


임미숙 대표는 “서로 데이트 기간을 갖고 결혼을 결정하는 것처럼, 회사도 함께 일할 사람들과 호흡을 맞춰보며 서로 선택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며 “정직원이 되면 뽑힌 직원도 뽑는 직원들도 정말 기뻐한다”고 말했다.  
2남2녀 중 장녀였던 임미숙 대표는 아들딸 차별이 심한 가정환경에서 자랐다. 딸은 그저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하는 상황이었고, 가고 싶은 대학을 포기하고 상업학교로 진학할 수밖에 없었다. 직장을 다니며 스스로 학비를 마련해 대학에 입학했고, 입학 후에는 밥을 굶으면서 장학금으로 버텼다. 졸업 후 원단 무역회사에 취업했지만 얼마 가지 않아 결혼과 출산이라는 인생의 고비가 왔다. 남들보다 어렵게 공부했고 어렵게 시작한 일이었는데, 그냥 포기하는 것이 너무 아쉬워서 프리랜서로 일을 이어갔다. 
일하다보니 아예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원단 회사에서 무역 업무를 하면서 익혀뒀던 거래처 사람들이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 베트남과 중국, 일본, 홍콩 현지 법인들과 거래하며 밑바닥부터 배운 무역일이 큰 도움이 됐고, 유럽과 한국, 중국을 연계하는 삼각무역 시장에도 눈을 떴다.

리디아알앤씨 전 직원의 버킷리스트였던 새 사옥


리디아알앤씨는 2002년 독일 침구 브랜드인 헬렌스타인의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따낸 후 중국 현지 합작 공장을 설립했다. 곧바로 독일 홈쇼핑채널인 QVC에 물품을 공급했는데 호응이 좋았다. 특히 임미숙 대표가 직접 개발한 다운필 베개는 유럽 홈쇼핑을 통해 연 매출 782억원을 기록하며 해외에서 먼저 고공행진했다.  
이후 ‘헬렌스타인’ 국내 쇼핑몰을 오픈했는데 해외 유명세 덕분인지 매년 성장을 거듭했고, 국내 정상의 고급 침구 브랜드로 자리를 잡았다. 

㈜리디아알앤씨는 5년 전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한 독립브랜드를 생산하고 있다. 유기농 섬유로 만든 유아 브랜드인 ‘블레스 네이처’이다. 이 브랜드는 아예 중국시장을 겨냥하고 만들었다. 매년 1750만 명의 신생아가 태어나는 중국시장이야말로 바다처럼 넓은 기회의 땅이라고 생각됐다. 중국 내에 고급 시장을 겨냥한 유아전문 브랜드가 없는 상태여서 블레스네이처는 잔잔하지만 꾸준하게 성장하고 있다. 현재 상해 등 중국 현지 고급백화점 11곳에 매장을 오픈했다. 중국 현지 법인도 설립한 상태다. 
지난해 ㈜리디아알앤씨는 매출 목표 180억원을 거의 달성했다. 매출 목표 역시 직원들이 설정했고, 목표 달성을 위한 계획도 스스로 마련했다. 회사의 목표가 곧 각각의 목표였다. 누가 압박하지 않아도 끊임없이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문화가 궁금했다. 
임미숙 대표는 첫 번째 이유로 스스로 결정하도록 하는 자율적인 문화를 꼽았다. 사장이  결정한 목표는 사장의 목표로 끝나지만, 직원들이 함께 선택한 목표는 회사와 직원들의 목표가 될 수 있다고 한다. 두 번째 이유는 끊임없는 교육과 자기계발의 기회를 주는 것이다. 이 회사에서는 교육의 기회가 충분히 주어진다. 입사가 결정되면 기업의 가치와 철학을 공유하는 신입사원 교육이 진행되고, 2~3년차가 되면 핵심인재교육 과정에 들어간다. 관리자급이 되면 MBA 코스를 밟는다. 강사는 국내 최고의 전문가로 구성된다. 한 달에 한 권씩 같은 책을 읽고 토론하고, 전 직원이 함께 해외 연수도 떠난다. 

㈜리디아알앤씨의 2018년은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고 활기찬 시간이 될 것이다. 모든 직원들의 버킷리스트였던 리디아 사옥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풍산역 맞은편에 자리 잡은 새 사옥은 평화롭고 자유로운 카페 같다. 파티션이 없는 크고 긴 원목 책상에 직원들이 둘러앉아 일한다. 사무실 한쪽에는 언제라도 커피와 간식을 즐길 수 있는 오픈 바가 있다. 그동안 교육과 연수를 위해 이곳저곳을 빌려 쓰면서 사내 교육장을 마련하는 것이 큰 갈망이었는데, 새 사옥엔 리디아교육센터도 멋지게 문을 열었다.
“가슴이 벅차다. 직원들이 너무 좋아해서 나도 좋다. 그동안 꾸었던 꿈은 머릿속에 있었지만 이제 그 꿈을 눈으로 볼 수 있게 됐다. 이제 창고 부지를 장만해서 물류담당 직원들도 본사만큼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
임미숙 대표는 “리디아의 기업문화를 보고 누군가 ‘한국의 구글’이라고 불렀다”며 “규모는 중소기업이지만 기업문화는 삼성이 부럽지 않은 기업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고양에 이 정도의 기업이 있다는 것은 지역사회가 자랑할 만한 일 아닌가요?” 임 대표의 마디마디에는 깊은 확신이 묻어나왔다. 


리디아에서 가장 오래 일한 제니는 입사 후 첫 아이를 낳고 사직서를 제출했다. 아무리 여성친화 기업이라고 해도 더 좋은 직원을 뽑아서 일하는 것이 회사에 도움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임 대표는 컨설팅 회사까지 동원해 제니에게 휴직을 권했다. 회사로 돌아온 제니는 오히려 둘째 아이를 낳으라는 압박을 받았다고 한다. 지금은 둘째를 낳고 최고 관리자로 훌륭하게 일하고 있다. 
임미숙 대표는 눈에 보이지 않은 가치를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고, 결국 눈에 보이는 현실로 만들어 내는 힘이 있었다. 리디아알앤씨 같은 기업이 고양에 있다는 것을 동네방네 자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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