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탱고』(헤르츠나인. 제님)

 

[고양신문] 그림책 큐레이터, 또는 그림책 커뮤니케이터라는 조금은 독특한 호칭으로 스스로를 소개하는 작가 제님씨의 새 책 『그림책 탱고』가 출간됐다. 누군가에게 선물하고픈 그림책 33권을 골라 잔잔한 일상의 경험과 함께 소개하는 책이다.   

여느 엄마들이 그렇듯, 제님씨도 아이에게 읽어주기 위해 그림책을 처음 만났다. 엄마도 아이도 그림책이 좋아 10여 년의 세월을 그림책과 함께 행복하게 보냈다. 아이는 이제 훌쩍 커서 그림책보다는 다른 것들에 관심을 쏟는 나이가 됐지만, 그림책만으로 아이를 기른 행복했던 체험을 제님씨는 자신의 첫 책 『그림책이 좋아서』에 고스란히 담아 세상에 선보였다. 

아이는 그림책을 떼었지만 엄마는 그림책과 헤어지지 못했다. 이미 단단히 사랑에 빠져버렸기 때문이다. 그림책이 더 이상 아이들만을 위한 장르가 아닌, 어른들에게도 커다란 울림을 전하는 예술적 성취를 담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챈 제님씨는 자신에게 찾아온 감동과 기쁨을 누군가에게 전하기 위해 책을 쓰기도 하고, 강연도 한다. 이번 책은 재작년 나온 『포근하게 그림책처럼』에 이은 작가의 세 번째 책이다.  

제목이 왜 『그림책 탱고』일까? 탱고는 혼자 출 수 없다. 누군가와 함께 눈빛과 열정을 주고 받으며 스텝을 밟아야 하는 춤이다. 제님씨가 누군가에게 그림책을 권하는 마음이 꼭 그렇다. 혼자 보기 아까운, 누군가가 함께 읽어주고 공감하고,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하는 그림책들을 골라 탱고춤을 청하듯 권하는 마음이 이 책 속에 담겼다. 그림책을 매개로 누군가의 마음과 연결되고 싶다는, 수줍지만 설레는 프러포즈인 셈이다. 
 

친절하고 다정한 그림책 커뮤니케이터 제님씨(사진제공=헤르츠나인).


책은 만듦새가 참 예쁘다. 표지에는 나뭇잎 무늬 스커트를 입은 소녀가 책의 부제처럼 ‘그림책 들고 너에게 사뿐’히 걸어가듯 발 뒤꿈치를 들고 있다. 책장을 펼쳐보면 소개된 책들의 예쁜 표지와 삽화가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배치돼 그림책이라는 소재를 다룬 책으로서의 장점을 십분 살렸다. 가까이 두고 여기 저기 펼쳐보기에 딱이다. 

글은 그림보다 더 좋다. 책을 읽다 보면, 제님씨가 단순한 큐레이터가 아니라 속 깊은 에세이스트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그림책 자체의 가치를 매력있게 소개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삶 속에서 길어 낸 경험과 생각들을 섬세하고 진솔하게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33권의 그림책이 소개되지만, 이 책의 진짜 주인공은 역시 제님씨 자신이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가까운 이들과 따듯한 관계를 맺으며 풍요로운 마음결을 가꾸고 살고 있기 때문이다.  

각 장의 뒤편에는 ‘함께 선물하면 좋을 책선물 꾸러미’라는 코너를 덧붙여 관련 책들을 아울렀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나도 모르게 제님씨처럼 누군가에게 그림책을 선물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고일지도 모른다. 눈길 끄는 책이 너무 많아 고민된다면, 우선 제님씨의  『그림책 탱고』를 선물하면 된다. 

가까운 곳에서 작가를 직접 만나는 반가운 자리도 마련된다. 한양문고 주엽점에서 제님씨를 초청해 북토크를 열기 때문이다. 작가가 청하는 탱고에 마음 동한 이들이라면 필참이다. 
 

『그림책 탱고』 제님씨와의 만남

일시 : 1월 19일(금) 오전 10시 30분
장소 : 한양문고 주엽점 ‘한강홀’
인원 : 사전신청 30명(선착순)
참가비 : 5000원
문의 : 031-919-6144
 

제님 작가의 그림책 시리즈. 왼쪽부터 『그림책이 좋아서』, 『포근하게 그림책처럼』, 『그림책 탱고』(사진제공=헤르츠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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