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도 물고기 박사 귀가쫑긋 강연

고양시 인문학 모임 '귀가쫑긋'에서 강연을 한 황선도 물고기 박사

 

[고양신문] 황선도 해양수산과학자가 지난 5일 일산의 인문학모임 귀가쫑긋에서 ‘바다에서 실학을 찾다’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해양학과 어류생태학을 전공한 후 고등어 자원생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황 박사는 지난 30년간 우리 바다의 물고기를 연구하는 일에 몰두했다. 2013년 『멸치 머리엔 블랙박스가 있다』라는 책을 통해 ‘물고기 박사’로 이름을 알렸고, 지난 해 『우리가 사랑한 비린내』로 바다 이야기를 인문학적으로 풀어냈다. 현재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에서 우리 바다의 생태계 복원을 위해 힘쓰고 있다.

 

이날 강연에서 그는 조선 후기 정약전이 실학에 근간을 두고 저술한 『자산어보』 이야기를 시작으로 고등어, 삼치, 우럭, 광어, 방어 등 수십 가지 물고기들의 구별법부터 실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흥미로운 정보를 들려줬다. 이와 함께 ‘과학이 어떻게 실학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해 진지하고 의미 있는 생각도 전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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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물고기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기’다. 인간들이 간척사업을 하면서 물고기의 서식처가 없어지고 있다. 이것이 계속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물고기와 인간의 공존이 절실하다. 군산해양수산도시나 부산해양도시, 여수 쫑포해변 등 과거의 모습을 잃어버리고 너무나 많이 개발된 모습을 볼 때 영화에 등장하는 재난 상황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매우 무서운 일이다.

이런 상황을 보면서 ‘물길자유구역’이라는 키워드를 만들어 봤다. 예로부터 우리는 강과 바다의 하구를 중심으로 공동의 생활 문화권을 형성했다. 행정구역이 구분되면서 이런 수권 중심의 공동체 문화가 파괴됐다. 지방자치에 따라 지자체 사이 이기주의가 팽배해졌다. 물 이용과 토건을 통한 개발로 인해 충돌이 발생하고 있다. 수변(강, 하천, 바닷가 물길 총칭)의 난개발은 되돌릴 수 없는 수준으로 관성화 되고 있다. 지금 바꾸지 않으면 영원히 복구하지 못할 수 있다. 이러한 행위가 환경뿐 아니라 사람에게도 어떤 피해를 줄 것인가를 살피고 고민해야 한다.

고양시의 경우 가까이에 있는 이산포나 장항 등 포구가 살아나면 경제가 살아날 것이다. 과학이 근거를 들어 이야기해 주면 문화가 살아날 수 있다. 문화가 살면 사람들 간의 갈등이 적어진다.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갈등은 점차 없어지는 ‘넛지현상’과 같은 일이 가능해진다.

한강을 복구하려면 환경부, 국토부, 해양수산부, 국방부, 기재부, 교육부, 문화부 등 모든 부서가 협치를 해야 한다. 지자체 간, 부서 간 협업을 해야 한다. 도시재생을 할 때도 경쟁 구도가 아니라 지자체들이 공동의 문화사업을 할 때에만 예산을 지급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늘 싸우기만 했던 개발과 보존도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난개발을 복구하는 방향, 즉 역개발로 협상하면 된다. 이를 통해 경제가 활성화 될 수 있고 모두가 함께 살 수 있다.

공동체만이 ‘천박한 자본주의’를 해결할 수 있다. 시민이 공공기관을 컨트롤해야 정치권이 움직인다. 지난 겨울 광화문에 모여 인간의 자유를 위해 애썼던 것처럼, 이제는 아름다운 우리의 강에 더 많은 자유를 주었으면 좋겠다.

 

황선도 박사가 많은 시민들을 대상으로 '바다에서 실학을 찾다'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인문학 모임 귀가쫑긋에서 고등어에 대해 설명 중인 황선도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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