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도 위법성 판결 이후에도 시 행정절차 진행

정부의 도시재생뉴딜사업 정책기조에도 뉴타운 사업이 여전히 추진되고 있는 능곡1구역. 이달 말부터 조합원 이주절차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사업반대주민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어 찬반주민 간의 마찰이 우려되고 있다. 여기에 시 당국 또한 앞선 대법원의 행정절차 위법 판결에도 불구하고 절차진행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어서 ‘조합 편들기’라는 비판 또한 제기되고 있다. 

능곡1구역 조합측은 지난 8일 ‘이주기간 통보 및 기간 내 이주 요청의 건’이라는 공문을 통해 오는 31일부터 3월 31일까지 조합원들에게 이주기간 내 이주를 완료할 것을 통보했다. 이주 및 철거가 완료되면 조합측은 착공신고를 할 수 있으며 시의 준공허가가 떨어질 경우 바로 공사에 돌입하게 된다. 

하지만 반대주민들로 구성된 능곡1구역 뉴타운반대비상대책위(비대위) 측은 “조합의 감정평가 결과 현금청산자 상당수가 제값을 받지 못하고 떠나야하는 상황”이라며 사업추진에 반발하고 있다. 이강호 비대위 간사는 “10년 전 35억원에 매입한 건물의 감정평가액이 10억원으로 나오는 등 조합원 재산 상당수가 적정가에 훨씬 못 미치는 금액으로 평가됐다”며 “주민들의 재산과 삶의 기반을 뺏어가는 사업은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에 작년 9월 능곡1구역 비대위 주민들은 시청 앞에서 능곡1구역에 대한 구역해제를 요구했지만 시에서는 “조합이 적법한 절차를 거쳐 추진한 사업이라서 제할 근거가 없다”는 입장만을 반복했다. 그 사이 능곡1구역 뉴타운 사업은 어느덧 착공을 코앞에 둔 상황까지 오게 됐다.    

법원판결 앞두고 지구변경 왜?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시의 입장과 달리 비대위는 “구역지정부터 위법성이 명백한 사업”이라고 주장한다. 그 이유는 2010년 7월 도시재정비촉진계획안 수립결정을 앞두고 진행된 노후도조사가 조작됐다는 사실이 대법원 판결을 통해 확인됐기 때문이다. 서울고등법원과 대법원은 능곡 1, 2구역 주민들이 낸 지구지정 무효소송 판결문에서 ▲노후도가 적법한 요건을 만족했음을 확인하고 경기도에 수립결정을 신청해야 했음에도 신청 이후 조사를 진행해 실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거나 다른 목적으로 시행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 ▲현장조사 시기와 사진이 맞지 않다는 점 ▲전문가의 참여가 없었고 전문적 진단조사가 없었다는 점 ▲한 달 조사기간 동안 촉진지구 내 1402동의 건축물을 조사했다는 것은 극히 형식적으로 시행됐을 것이라는 점 등을 들어 지구지정에 대한 위법판정을 내렸다. 즉 노후도조사의 위법성이 판명된 만큼 사업추진을 위해서는 능곡1구역 지구지정부터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하지만 시는 법원판결을 앞두고 촉진지구에 대한 계획이 변경됐기 때문에 행정절차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안정국 도시재생과 과장은 “앞선 지구지정에 위법성이 있다는 법원판결이 내려지긴 했지만 현재 뉴타운사업은 2013년도 촉진계획 변경안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 만큼 문제가 없다는 법률자문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또한 법원판결을 불과 한 달 앞두고 촉진계획변경과 노후도재조사를 진행한 것은 시가 위법을 인정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촉진계획 변경안은 소송과 무관하게 진행됐던 부분이며 노후도 재조사는 계획을 변경할 때 의무적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진행한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한 도시정비 전문가는 “최초 노후도조사가 문제가 없다면 왜 예산까지 새로 반영해서 조사를 다시 하겠느냐”며 “이는 조사절차가 위법성이 있다는 것을 시가 미리 인지하고 꼼수행정을 펼친 것 아니냐”라고 꼬집었다.

능곡1구역 우편조사 실시예정
이처럼 능곡1구역에 대한 행정절차상 위법성 논란이 일고 있지만 시는 “구역해제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김용섭 도시계획국장은 “능곡1구역의 경우 사업절차가 막바지까지 진척됐기 때문에 직권해제는 사실상 어렵다. 시가 함부로 결정할 경우 조합 측의 민원이 반대로 제기될 것이기 때문에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한편 능곡1구역 비대위는 작년 7월 토지등소유자 30% 이상 해제동의서를 받아 도시재생과에 제출했다. 고양시 도시재정비 촉진조례에 따르면 ‘토지등소유자 30%이상의 사람이 반대할 경우 시장은 재정비촉진지구의 변경·해제 등을 검토해야한다’고 되어있다. 안정국 도시재생과장은 “능곡1구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우편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며 현재 갈등조정위원회를 통해 조사방식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시재정비촉진법에 따르면 50% 이상의 주민들이 반대할 경우 지자체장이 해당구역을 직권해제 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강호 비대위 간사는 “지금의 뉴타운은 주민갈등만 부추길 뿐이다. 미니재건축, 가로주택정비사업 등 대안적인 정비사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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