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산문집 낸 노경실 동화작가

따뜻한 용기 주는 『사는데 꼭 필요한 만큼의 힘』
작고 소중한 것에 주목하는 글 담아
고양작가단 등 참여하며 지역 문화 일궈

 

<사진제공=다우출판>


『상계동 아이들』, 『복실이네 가족사진』 등 다수의 작품으로 독자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고 있는 동화작가 노경실씨가 첫 산문집 『사는 데 꼭 필요한 만큼의 힘』(다우출판)을 출간했다. 그동안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가슴 아픈 현실을 이겨내는 따뜻한 용기를 주는 글을 써 온 작가가 이번에는 어른들을 위해 ‘인생 산문집’을 선보인 것.

노경실 작가는 1992년 등단 이후 지금까지 창작동화, 청소년소설, 번역서 등 300여 종이 넘는 책을 짓거나 매만지며 오롯한 전업작가의 길을 걷고 있다. 동시에 전국의 도서관과 서점 등에서 책과 문학에 대한 강연을 쉼없이 펼치며 ‘열혈 책 전도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오랫동안 거주해 온 고양과의 인연도 끈끈하다. 고양시도서관센터에서 추진하는 ‘아주특별한책의도시 고양’ 추진위원장을 맡고 있고 고양작가단의 일원으로도 활동하는 것에서 보듯, 기회 있을 때마다 지역을 기반으로 유기적인 독서 생태계를 구축하는 일에 앞뒤 재지 않고 앞장서는 이가 바로 노경실 작가다. 이번 산문집에서도 작가가 일상을 그리는 무대로 호수공원을 비롯해 일산의 소소한 구석들이 등장한다.

책 서문에서 작가는 ‘세상을 살아가며 넘어져 상처 입은 누군가의 그늘이 되고 싶은 작은 바람’을 이 책에 담았다고 말한다. 그의 말처럼 책 속에는 ‘세상이 들려주는 온갖 잡다한 소리와 영상에서 자신의 영혼을 지킬 것, 혼자 있는 시간을 지상에서 가장 행복한 공부의 시간으로 여길 것, 아이들의 눈망울과 가슴을 가장 중요하게 여길 것’ 등 머리와 가슴을 동시에 움직이게 하는 따뜻한 문장들이 갈피마다 숨어있다. 
하지만 거저 얻은 문장은 한 줄도 없다. 상처와 절망의 대가로 하나씩 획득한 깨달음이기 때문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을 끝까지 기억하기

자신의 기억과 체험에 대한 솔직한 토로는 책의 1부 ‘나의 이야기’에 모았다. 깊은 인상을 남기는 인물은 세 명이다.

첫 번째는 작가에게 가장 가슴 아픈 기억으로 남은 막냇동생. 폐렴에 걸려 부모도 없는 방에서 작가가 지켜보는 가운데 하늘나라로 떠난 동생에 대한 상처는 지금껏 작가에게 글을 써야 하는 동기로 작동한다.

두 번째는 엄마다. 어릴 적, 연이어 닥친 두 번의 큰 물난리를 겪으면서도 작고 연약한 힘으로 아이 다섯을 지켜낸 엄마를 회고하며 노경실 작가는 ’하늘은 살겠다는 의지가 있는 자에게 꼭 필요한 만큼의 힘을 준다’는 것을 깨닫는다. 책의 제목이 바로 이 대목에서 나왔다. 그리고 지금의 노경실 작가를 다시 ‘건강한 삶’으로 이끈 것도 다름 아닌 늙어 왜소해진 엄마에 대한 절절한 애정이라는 사실을 책 곳곳에서 드러낸다.  

마지막으로 옛사랑에 대한 회고를 담은 ‘그 사람’도 흥미롭다. 스무 살에 만난 ‘그 남자’를 작가는 멋지고 선한 사람이라 추억한다. 모든 면에서 불균형이었던 작가를 지탱해 주고, 바로잡아 준 그는 작가의 어깨에 빛나는 ‘황금 견장’이었다는 것. 비록 ‘그 남자’와 헤어졌지만 작가는 그와 함께한 시간이 없었다면 본인은 볼품없고 구차하기 그지없는 존재로 여생을 억지로 살아야 했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일찍 하늘나라로 간 막냇동생, 겨우 삶을 지탱할 만큼의 힘에 의지해 삶을 헤쳐 온 어머니, 그리고 헤어진 옛사랑…. 작가는 이 모든 인연들이 남긴 아픈 상처, 따뜻한 위로, 든든한 추억 등을 자양분 삼아 깊은 시선의 쟁기로 글밭을 일구고 있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을 끝까지 기억하는 일관성과 오롯한 끈기는 이 책이 독자에게 전하는 가장 큰 메시지다.
 

<사진제공=다우출판>


존재에 대한 무한 긍정의 힘

‘별은 사라지지 않는다’라는 글에서도 이런 성향이 드러난다. 밤 산책을 할 때 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걸을 수 있을까? 작가가 가르쳐 준 대로 하면 될 듯하다. 욕심을 버리고 ‘내가 고른 하나의 별’에만 시선을 고정하고 걷는 게 비결. 그러면 비틀거리지 않고 똑바로 나아갈 수 있다고 한다. 하나의 별을 바라본다는 말은 삶을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은유다.

이렇듯, 잊지 말아야 할 것과 걸어가야 할 길을 지켜내게 만드는 작가 내면의 가장 근본적인 힘은 무엇일까? 아마도 그건 ‘존재 자체에 대한 무한 긍정’인 듯하다. 작가의 예민한 귀는 겨울을 이겨낸 버스 정류장 옆 나무가 ‘추운 겨울에도 이만큼 컸다’고 말하는 소리를 듣고, 맑은 눈은 새벽 아침을 뒤덮은 하얀 눈을 보며 내 생에 다시 한 번 찾아온 축복의 기회를 읽어낸다. 그리고 “그저 제자리에서 묵묵히 타오르는 태양과 조용히 반짝이는 별과 달을 보는 것만으로도 위로받는 느낌이다. 나는 태양과 달의 호위를 받고 살아간다”고 당당히 말한다. 세상 만물의 존재 전체가 이토록 작은 나를 믿어주고 지지해준다는 것보다 더 큰 믿음의 근거가 어디 있겠는가.

더불어 살아가는 이들에 대한 애정

2부 ‘그리고 당신의 이야기’는 일상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에 대한 작가 특유의 애정 어린 시선이 담겼다.

누군가에게 기대고픈 허기진 사람들에게 말없이 어깨를 빌려주고 싶다 말하고, 자녀들 이야기로 이어지는 친구들의 수다에 끼어들기 위해 당당하게 강아지를 키우는 경험을 이야기하는 유쾌한 비혼 여성에게 박수를 보내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집단 최면에 걸린 듯 생기를 잃은 직장인들에게 ‘돈과 함께 늙어가지 말라’는 따끔한 일침을 놓기도 한다. 하지만 이내 분노와 허탈, 부끄러움으로 가득하다고 고백하는 중년 남성의 배를 보며, 또한 공공장소에서 화장하는 수고로움을 감내하는 여성들의 흙투성이 구두를 보며 ‘힘든 세상, 굳세게 견디라’며 뜨거운 응원을 보낸다. 

책에 실린 ‘습관’이라는 글에서 작가는 스스로의 일상을 변화시켜 준 세 가지 습관이 몸에 완전히 장착되기까지 각각 얼마의 시간이 필요했는지를 순서대로 들려준다. 흥미롭게도 첫 번째 습관은 단 5초 만에, 두 번째 것은 3개월 만에, 마지막은 무려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단다. 그리고 그 세 가지 습관을 체득하는 과정을 거쳐 지독한 우울증과 무기력으로부터 비로소 벗어날 수 있었음을 고백한다. 그 세 가지 습관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책을 펼쳐 읽거나 이달 29일 한양문고 주엽점에서 열리는 노경실 작가의 북토크에 참가하시길. 습관과의 부단한 싸움에서 마침내 승리를 쟁취한 자만이 들려줄 수 있는, 소박하지만 경이로운 이야기를 만날 수 있으리라.
 

노경실 작가의 어른들을 위한 첫 산문집 『사는데 꼭 필요한 만큼의 힘』(다우출판)


노경실 작가 신간 북토크

일시 : 1월 31일(수) 오후 7시
장소 : 한양문고 주엽점 한강홀
참가비 : 5000원
문의 : 031-919-6144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