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여성주의 모임 ‘고양페미’

[고양신문] 2016년 5월 강남역 살인사건부터였다. 사회적으로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이 폭발했고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여성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공론장들이 마련되면서 지역에서도 이러한 모임에 대한 관심들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첫 제안자인 신지혜씨는 “페미니즘에 관련된 강연이나 모임이 많이 생겼지만 대부분 서울에서 진행돼 접하기 어려웠다”라며 “동네에서 일 마치고 퇴근한 젊은 여성들이 함께 이야기하고 위로받는 모임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해 11월, 3명의 청년여성이 모여 첫 모임을 시작했다. 정해진 건 없지만 무언가 작당을 시작해보자는 데 의견을 같이한 이들. 우선은 사람들을 모아보자는 생각으로 모집 웹자보와 구글신청서를 만들었다. 

“그냥 모일 수는 없으니 함께 책을 읽어보자는 제안도 나왔어요. 정기적으로 독서수다회를 열어 페미니즘 관련 책도 읽고 같이 고민도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했죠.”

이렇게 시작하게 된 고양시 2030 여성주의 공동체 ‘고양페미’. 처음에는 ‘일단 모여보자’였지만 이후 페미니즘과 젊은 여성들의 일상을 주제로 독서수다회, 잡담회, 강연회 개최 등 다양한 활동들을 펼쳐나가고 있다. 작년 강남역 1주기 추모집회에도 참여했으며 대구에서 활동하는 ‘나쁜 페미니스트’라는 청년여성모임에도 찾아가 벤치마킹의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그 사이 모임에 참여한 숫자는 어느새 10명으로 부쩍 늘었다. 독서수다회에 관심이 생겨 참여하게 됐다는 이지수씨는 “캐나다에 유학을 다녀온 뒤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느껴지는 왠지 모를 ‘불편함’들이 있었는데 SNS상에서 나오는 페미니즘 이야기를 보면서 이게 내 불편함의 원인이 아닐까 생각했었다”고 말했다. 송유라씨는 “부모님을 존경하지만 집안의 가부장적인 분위기에는 다소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었던 차에 이런 모임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운 마음에 참여하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고양페미는 매번 모임의 시작과 끝에 서로 간의 근황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진다. 일터, 삶터에서 느꼈던 각자의 어려움과 힘들었던 점을 페미니즘이라는 가치를 통해 고민하고 이야기하는 자리다. 가정 내에서 딸에게만 요구되는 역할들, 직장 내에서 느끼는 묘한 성희롱적 발언, 교수의 성차별적 발언 등 다양한 문제들이 도마 위에 오른다. 이지수씨는 “일상생활에서 큰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모임에 나가면서 그전까지 ‘내가 너무 예민한가’ 생각하며 자기검열했던 문제들에 대해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이 좋았다”고 말했다. 

최근 전 사회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미투운동’에 대한 생각들도 들어봤다. 신지혜씨는 “각 분야에서 성추행, 성폭력 등에 대한 용기 있는 ‘폭로’들이 터져 나오고 사람들이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한 제도적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들도 나왔다. 송유라씨는 “개인적으로 여성주의(페미니즘)는 남녀구분 없이 일종의 도덕윤리과목 같은 기본적 소양을 위한 교육으로 채택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으며 신지혜씨는 “젠더감수성과 관계의 평등성 등을 일깨워주는 근본적 차원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미투운동’을 넘어 ‘관계의 평등성’으로 나아가기 위해 고양페미는 올해도 다양한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기존의 독서수다회뿐만 아니라 매달 한 번씩 페미니즘 주제에 맞는 활동들을 각자 하나씩 제안해 진행할 예정이다.

신지혜씨는 “더 많은 20~30대 여성들이 참여해 함께 고민을 나누고 서로에게 힘이 되는 모임이 됐으면 좋겠다”며 “페미니즘이라는 주제로 지역사회에서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가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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