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호순 칼럼>

장호순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고양신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각각 25%와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무역전쟁 우려가 세계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값싼 외국산 철강제품으로 인해 무기력해진 미국의 철강산업을 재기시키겠다는 것이 트럼프의 취지다. 미국의 무기제조 산업이 외국산 철강제품에 의존함에 따라 미국의 국가안보에도 위험요인이 된다고 주장했다.

백악관의 철강관세 부과 발표 직후, 전 세계 증권시장의 시세가 크게 폭락했다. 무역장벽과 무역전쟁으로 인해 세계 경제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일부 국가들은 미국산 수입제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반발했다. 미국 내에서도 반대여론이 비등했다. 대다수 미국 경제학자들은 트럼프의 철강관세가 미국 경제에는 득보다 실이 크다고 진단했다. 철강제품 의존비율이 높은 자동차, 기계, 건설 산업분야는 원자재 값 상승으로 인해 시장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그렇다면 트럼프는 왜 철강관세를 관철하려 하는가? 그 이유는 2016년 대선공약을 실천하기 위함이다. 나아가 2020년 재선을 위한 선거전략이기도 하다.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는 총득표율에서는 클린턴에게 패배했지만, 선거인단 득표수가 많아 당선됐다. 트럼프의 예상 밖 대선 당선은 미시건, 오하이오, 펜실베니아 주에서 승리한 덕분이다. 소위 ‘녹슨 지역(Rust Belt)’이라고 불리는 이 지역은 한때 미국의 철강산업 중심지역으로 미국이 세계 최강대국으로 성장하는 데 기반이 된 지역이다. 그러나 지난 20여 년 사이 값싼 외국산 철강제품이 수입되면서 많은 공장들이 문을 닫았고, 실업자들이 크게 늘어났다.

‘러스트 벨트’ 지역 철강 노동자들은 전통적으로 민주당 후보자들을 지지해왔지만 지난 대선에서는 트럼프를 선택했다. 미국의 철강 산업을 부흥시키겠다는 그의 선거 공약이 유권자의 표심을 움직인 것이다. 다음 선거에서 이 지역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지 못한다면 트럼프가 재선될 확률은 크게 떨어진다. 트럼프의 입장에선 러스트 벨트 지역의 유권자 지지를 확실히 해두어야 다음 선거에서 승리의 희망이 보인다. 선거공약을 지킨다는 측면에서 일견 타당한 것처럼 보이지만, 특정 지역의 이익을 위해 국가 전체의 이익이나 세계의 이익도 불사하겠다는 트럼프의 무모하고 무책임한 선거 전략인 것이다.

침체된 지역경제가 국가경제의 발목을 잡는 경우는 한국에도 적지 않다. 지난 몇 년 사이 조선업이 위기를 겪으면서, 울산과 거제 등 조선업 중심지역의 경제가 피폐해졌다. 최근에는 GM자동차가 군산공장 폐쇄 가능성을 암시하면서, 군산 지역의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지역사회 입장에서 보면 정부지원 등의 조치로 기업을 회생시켜 경제안정을 꾀해야겠지만, 국가적 차원에서 보면 경쟁력 쇠퇴기업이나 사양산업 분야에 국민세금을 지원하긴 어려운 실정이다.

트럼프의 철강 관세 파문은 특정 지역의 경제적 위기가 국가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지역경제를 해당 지역의 문제로만 한정하지 말고, 전국적이고 국제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한 가지 분명한 점은 튼튼한 지역경제야말로 국가경제의 받침목이고 세계경제 성장의 원동력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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