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 빛 시 론>

고광석 대명한의원 원장

[고양신문] 축구 약속을 한 번도 어긴 적이 없는데 이번 주엔 빠지고 말았다. 이유인즉슨 지난주에 비가 오는데도 불구하고 축구를 해서 감기 몸살이 든 탓이다. 의욕만 앞서 주제를 몰랐다. 일도 운동도 뭐든 좀 조절을 해가며 해야 하는데 미욱해서 그렇다.

예전부터 어머님은 나에게 요령이 없다고 하셨는데 그 말이 딱 맞는 말씀이다. 나는 (집에서) 반복적인 일을 지치지 않고 계속 하는 걸로 인정받는 사람이지만 아직까지 새로운 걸 받아들이는 데 거부감은 없는 편이다.

요령 없이 주어진 일을 열심히 반복하고 있으니 주위에서 보는 사람들은 답답할 법도 하다. 그래도 다행히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을 잃지 않고 있다. 그나마 내가 가진 ‘유일한 미덕’쯤이라 할 수 있겠다.

지역 사회 일로 몇몇 젊은이들과 만날 기회가 있다. 거의 우리 아이들 또래이니 그저 귀엽기만 한데 더욱이 세상을 보는 눈도 있고 비판의식도 있어 무척 기특하다. 그 친구들 의견에 귀 기울이는 시간이 즐겁다. 그들이 원하는 세상이 무언지 듣고 싶고 또 그렇게 되도록 돕고 싶은 마음이 든다. 아이들이 민주적인 사고를 한다는 게 무척 반갑고 기쁘다. 그리고 다행스럽다. 아이들에게서 희망이 보이기 때문이다.

예전 우리들이었다면 어른들 앞에서 자기 의견을 말하지 못했을 것이다. 우린 그게 예의라고 알고 자랐다. 수평적 사고를 한다는 게 불가능한 교육을 받고 자라온 것이다. 우리를 그렇게 가르친 세대는 아이들 얘기에 귀 기울이는 게 무척이나 모욕적으로 느껴지는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어른들 중에 사소한 일에도 짜증을 내고 심한 경우엔 불같이 화를 낸다. 그게 언제부턴지 잘 몰랐는데 곰곰 생각해 보니 새로운 정부 들어선 후의 일인 것 같다. 그분들은 이제 세상이 바뀐 걸 실감하시는 모양이다.

그간 당신들이 살아 온 세상과 많이 다르다고 느끼시는지 대놓고 ‘나라가 걱정’이라고 하신다. 세상이치도 모르는 젊은 것들이 함부로 주적과 대화를 한다는 것이나 집안 행사에 초대하는 게 몹시도 못마땅하신 것 같다. 모두 다 자신들의 고견에 귀 기울이지 않고 제멋대로라고 생각하시니 분노할 수밖에 없다. 그런 세상을 살아오지 않았으니 그 감정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이제라도 좀 다르게 세상을 보셨으면 좋겠다.

국민이 뜻을 모아 정권을 바꾸고 부패한 정권을 심판하는 건 더없이 자랑스러운 일이다.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부끄러운 것은 대통령이라는 막중한 책무를 망각하고 사적인 욕심에 눈이 어두워 죄를 지은 자들의 몫이다. 어쩌면 나이 든 사람을 예우해주지 않는다는 서운함 때문일지 모르나 나이든 사람의 잘못은 용인돼야 한다는 건 억지에 지나지 않는다. 길가다 어깨를 부딪친 정도가 아니지 않은가. 국격을 떨어뜨리고 멀쩡한 기업을 파산에 이를 지경까지 몰아가며 개인 금고를 불린 사람들이다.

젊은이들의 진심을 받아들이려는 노력, 또 옳고 그름을 알려는 수고 정도는 하는 게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이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국정이 정상으로 돌아가고 있어 다행이다. 적재적소의 사람들이 소임을 다하고 있다. 불가능할 것 같던 일들이 하나씩 풀려나가는 걸 보며 안도한다. 진심은 역사도 바꿀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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