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0시부터 최장거리 기준 33% 인하

일산~퇴계원 4800→3200원으로 
시민의 저항과 힘이 빚어낸 성과
‘동일 서비스-동일 요금’ 추진
민자도로 통행료 인하 로드맵 계기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뒷줄 오른쪽부터 세 번째)이 지난 28일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북부구간 ‘통행료 인하·개통 10주년 간담회’에 참석한 후 양주영업소를 방문해 통행료 인하 사전준비 상황을 점검하고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했다. [사진=서울고속도로]

 

[고양신문] 개통 때부터 비싼 통행료 때문에 시민들 불만이 지속돼왔던 외곽순환도로 북부구간 요금이 29일 0시부터 인하됐다. 

국토교통부는 3월 16일 서울외곽 북부구간의 통행료를 인하하는 내용의 실시협약 변경안이 민간투자사업 심의위원회를 통과했다고 밝혔고, 29일 민자법인인 서울고속도로(주)와 변경실시 협약을 체결하면서 개통 10년 만에 요금인하가 현실화된 것이다. 

이번 통행료 인하폭은 구간별로는 조금씩 차이가 있다. 최장거리인 일산∼퇴계원 구간 통행을 기준으로 보면 승용차(1종)의 경우 4,800원에서 3,200원으로 1,600원(33%)이 내렸다. 대형화물차(4종)의 경우 6,700원에서 4,600원으로 2,100원으로 인하(31%) 되는 등 최장 거리 외에 나머지 구간도 재정도로 대비 최대 1.9배(양주영업소)에서 1.1배 이하 수준으로 인하됐다. 

이에 따라 승용차를 이용해 고양 일산~남양주 퇴계원 구간을 매일 왕복 통행하는 경우 연간 약 75만원의 통행료를 아낄 수 있어 이용자의 교통비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북부구간 각 영업소‧차종별 인하 통행료. [자료 = 국토교통부]

 
서울외곽순환도로 북부구간은 한국도로공사가 운영하는 남부구간 통행료에 비해 통행료 격차가 약 1.7배까지 증가되고, 남부구간에 비해 최대 6배 높은 통행료로 인해 시민들의 불만이 누적돼 왔다. 

서울고속도로(주)의 지분 86%를 보유한 국민연금공단이 후순위채권에 대해 매년 20~48%에 달하는 이자수입을 받아가고 있다는 것도 통행료가 비싼 이유 중 하나라는 비판이 제기되며 요금인하 목소리는 더욱 높아졌다. 
 
고양시민사회연대 등 시민단체는 통행료 인하를 요구하며 톨게이트에서 차량시위를 전개하기도 했고, 2013년 고양시에서 시작된 서명운동이 확대돼 2015년 12월에 북부구간 통행료 인하를 요구하는 서울·경기 주민 216만 명의 서명부가 정부에 제출됐다. 

이후 국토부는 민자 법인과 한국교통연구원에 통행료 인하 방안 마련을 위한 공동연구용역과 지역주민 설명회 등 여론수렴 절차를 거쳐 2017년 2월에 ‘관리운영기간 연장+투자자 변경’ 방식의 사업재구조화 방안을 채택해 통행료 인하를 추진해왔다. 

사업재구조화 방안은 민자 법인의 운영기간을 20년 연장해 통행료를 인하하고, 인하 차액을 신규투자자(우리은행-기업은행 컨소시엄)이 보전한 후 연장기간 동안(2036년∼2056년) 통행료 수입으로 투자금(운영비 포함)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이번 사업재구조화를 통한 민자고속도로의 통행료 인하는 정부의 재정절감 효과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통행료 인하 외에 정부가 매년 부담해오던 최소 운영수입 보장액(MRG) 부담(780억원)과 통행료 미인상분 재정 지원(1조 3,320억원) 등 약 1조 4천억 원의 재정 부담을 덜 것으로 분석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이번 통행료 인하를 계기로 상반기 중에 민자고속도로 전반에 대한 통행료 인하 로드맵을 수립하겠다”며 "특히 천안~논산 민자고속도로 통행료 인하를 위한 방식을 연내에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서울고속도로]

 

통행료 인하 시행 하루 전인 28일에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정성호 국회의원,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등이 참여한 가운데 ‘경기북부구간 통행료 인하·개통 10주년 간담회’가 열렸고 현장 사전 준비 상황도 점검했다. 

김 장관은 이 자리에서 “이번 통행료 인하는 국민부담 경감, 민자고속도로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데 의의가 있다”며 “이번 통행료 인하를 계기로 상반기 중에 민자고속도로 전반에 대한 통행료 인하 로드맵을 수립하겠다”고 말하며 천안~논산 민자고속도로 통행료 인하 등 지속적인 민자고속도로 통행료 추진에 대한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그간 비싼 통행료에 대한 시민들의 인하요구에 대해 과거 정부에서는 수익성과 효율성 논리에 막혀 진전이 없었지만 문재인 정부에서는 민자도로나 정부재정도로나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면 비용은 동등해야 한다는 원칙하에 요금을 내리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강태구 서울고속도로 대표이사도 “통행료 부담이 큰 시민들을 위해 긴 논의를 거쳐 요금을 내리게 돼 기쁘다”며 “이번 통행료 인하가 민간투자사업의 문제를 풀어가는 새로운 롤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8일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북부구간 양주요금소를 지나는 차량들 모습. [사진=서울고속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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