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손 큰 보람> 함께하면 아름다운 세상

[고양신문] 매월 1회 무료급식 봉사단체는 간혹 볼 수 있지만 매주 하는 단체는 드물다. 2016년 8월부터 매주 토요일 문촌9단지 상가 1층에서 장애인과 독거노인에게 무료급식 봉사를 진행하는 단체가 있어 만나보았다. 이들은 ‘함께하면 아름다운 세상’(회장 윤창준)으로 ㈔한국장애인권익지원협회 고양시지부 산하 봉사단체다.


매주 무료급식을 하다 보니 아무래도 재정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윤창준(59세) 회장은 “카드빚으로 시작했고 빚이 많아서 지금 신용불량자가 됐다”고 한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서 받는 수급비까지 이 활동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어려운 상황을 단체 임원과 봉사자들에게 설명한 후 십시일반으로 후원금을 모아 무료급식을 지속하고 있지만 쉽지 않아 보였다. 윤 회장은 고양시민과 다른 단체의 후원이 절실하다고 고백했다. 이렇게 무리하는 이유는 뭘까. 심근경색으로 2013년과 2015년에 죽을 고비를 넘긴 윤 회장은 좋은 일을 해야겠다는 다짐이 앞섰다고 한다. 장애인과 노인에 대한 배려가 없는 현실을 보면서, 장애인 당사자로서 장애인과 노인을 배려하기 시작한 것이다.

인천 부평에서 일산까지, 봉사하기 위해 새벽길을 나서는 신미연(48세)씨. 신 씨는 일회성으로 잠깐 도와드린다는 생각으로 봉사에 참여했다. 하지만 이후에 단체의 어려움을 알고 본격적으로 합류하게 됐다. 신씨는 어떤 생각으로 봉사를 하고 있을까? “봉사를 하면서 저도 나중에는 이분들의 나이가 됐을 때, 누가 어떻게 나를 도와줄 것인가 한번 생각을 하게 되었다”며, “일회성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꾸준하게 한다면, 그리고 이런 생각을 많은 분이 하신다면 앞으로 우리가 저 어르신들의 나이가 됐을 때도 누군가가 나를 도와주지 않겠냐는 생각에 꾸준히 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이게 바로 우리가 서로를 외면하지 않고 돌보며 더불어 살아가는 이유가 아닐까”라는 말도 보탰다. 

자원봉사포털(1365.go.kr)을 통해 무료급식 봉사현장을 찾아온 이정민(39세)씨. 한 달이 지나면서부터 봉사가 재미있어졌다고 한다. 왜 그럴까? “그동안 ‘힘들다’ 이런 건 아니었지만 그냥 와서 아무런 감정 없이 봉사하고 갔는데, 한 달이 되니까 재미가 생기더라고요. 여기 계신 분들과 친해진 거예요. 그 유대감으로 어색함이 사라지면서 동료 같다는 것이 생기니까 좀 더 재미있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이씨는 “집에서 처음 나오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집에서 TV를 보시는 것보다는 나와 봉사하시고, 유대 관계도 맺으면 참 좋을 것 같다”며 고양시민에게 자원봉사를 권했다.

서울에서 새벽밥을 먹고 이곳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주말마다 오고 있다는 양점식(56세)씨. 일산에 잠깐 살았을 때 홀트아동복지에서 아들과 봉사하다가 윤창준 회장을 만났고, 그때부터 여기 무료급식 자원봉사를 한 것이 벌써 2년 4개월이 지났다고 한다. 양씨는 “이렇게 멀리서 오는 것이 아주 즐겁다. 처음부터 즐거워했던 것은 아니고, 많이 힘들었지만, 지금은 생활화된 것 같다”고 말했다. 특별히 양씨는 이 봉사를 통해 장애인과 어르신을 섬기다 보니 자신의 어머니와 관계가 좋아졌다고 한다. 봉사를 통해 자신만 변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과 이웃의 관계까지 개선하게 된 것이다. 

‘함께하면 아름다운 세상’의 총무를 맡고 있는 이연희(56세)씨는 고양시자원봉사센터에서 교육강사단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씨는 장애인과 어르신의 얼굴을 알아봐 드리고 성함을 불러드리면 너무 반가워한다면서 “어떤 큰 산을 보는 게 아니라, 이름 한번 얼굴 한번 대면 한번 더 해드리면서 웃어드리는 게 정말 큰 자원봉사”라고 말했다. 이런 것을 볼 때, 이웃과 함께 어우러지는 것이 자원봉사의 본질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함께하는 아름다운 세상’을 통해 문촌9단지 주변은 더 아름다워질 것 같다. 음식뿐만이 아니라 웃음과 마음을 나누는 이 단체의 미래를 더욱 응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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