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범구 대사의 독일편지>

[고양신문] 고양의 이웃이었던 정범구 독일대사가 SNS를 활용해 흥미로운 독일의 일상을 들려주고 있다. 내용 일부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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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스덴 대한민국 명예 영사관에 걸린 태극기

외국에서 태극기를 봤을 때의 감동은 남다르다. 무슨 거창한 애국심을 내세우지 않더라도 내 나라의 상징물을 의외의 곳에서 만나게 되면 우선 반갑고, 그리고 고맙다.

부임인사차 처음 찾은 드레스덴(Dresden) 시 청사 앞에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다. 대한민국 대사가 방문한다고 오늘 하루 종일 태극기를 게양한다는 것이다. 작센 주의 수도인 드레스덴 시 청사 앞에 작센주 기와 태극기가 나란히 펄럭이고 있는 것이다.

드레스덴은 최근 들어 한국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다. 2016년 숙박객 기준으로 1만 명이 넘었는데 자고 가지 않는 관광객이 더 많은 현실을 감안하면 년간 수만 명의 한국인이 이곳을 찾고 있다. 인구 60만이 조금 안되는 드레스덴 시에는 한국 유학생들도 많다. 이곳 드레스덴 공대는 아헨, 베를린 공대 등과 함께 독일을 대표하는 공대로, 우리 포항공대, 연세대와도 다양한 학술교류를 하고 있다.

드레스덴 시에는 우리와도 인연이 깊어 한국광장(Koreanischer Platz) 으로 명명된 장소도 있고 2013년 삼성이 인수한 독일기업 노발레드(Novaled) 본사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드레스덴 시는 1945년 2월 연합군의 대공습(드레스덴 대공습)으로 도시가 거의 초토화 됐는데 꾸준한 복구작업을 통해 오늘날 “엘베 강변의 플로렌스”라는 명성을 누리고 있다. 독일에 흔치 않은 바로크 양식의 건물들이 전 세계로부터 관광객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기다리고 있던 힐버트(D. Hilbert) 시장이 반갑게 맞아준다. 특별히 부인과 아이까지 함께였다. 그의 부인은 한국인이다. 성악가로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7살짜리 아들 루카스는 한국말로 떠듬떠듬 수줍게 인사를 한다. 아주 잘 생긴 소년이다.

드레스덴 시와 한국과의 다양한 사업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나오는데 힐버트 시장이 청사 문 앞까지 내려와 배웅을 한다. 펄럭이는 태극기를 보며 시장께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베를린으로 돌아오려 하니 오늘 만남에 동행했던 홀렌더스 명예영사가 자기 사무실을 잠깐이라도 들러 가라고 권한다. 돌아오는 길이 바빴지만 안 들를 수 없어 찾아간 명예 영사관. 아! 그곳에도 태극기는 펄럭이고 있었다! (3월 29일)

정범구 독일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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