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색의 생강나무 꽃. 김유정의 소설에 등장하는 '동백꽃'이 바로 생강나무꽃이다. <사진제공=김윤용>



[고양신문] ‘노란 동백꽃’이 있습니다. 개나리, 진달래, 벚나무, 철쭉보다 빨리 피어 봄을 알리는 꽃입니다. 모두가 아는 것처럼 동백꽃은 검붉거나 하얗고 겨울에 핍니다. 그런데 노랗게 피는 동백꽃, 봄을 알리는 동백꽃이라니 뭔가 이상하지요.

강원도 춘천에 김유정문학촌이 있습니다. 단편소설 작가 김유정의 고향인 실레마을에 세운 문학촌입니다. 김유정 작가가 살았던 마을에 생가를 복원하고 문학비를 세웠습니다. 산책로를 만들고 김유정 작가를 널리 알리는 공간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단편소설 「동백꽃」 배경이기도 합니다.

‘나’를 짝사랑하는 주인집 딸 점순이는 ‘나’를 괴롭히는 것으로 관심을 표시합니다. ‘나’의 수탉과 자기네 수탉을 싸움질시켜 ‘나’의 닭을 못살게 굽니다. ‘나’는 약이 바짝 오릅니다. 어느 날 점순이는 또 닭싸움을 시킵니다. 그 광경을 보고 화가 난 나는 점순네 닭을 패대기쳐 죽이고 맙니다. 주인공 ‘나’는 겁이 나서 서러워 울고, 점순이는 그런 나를 어른들께 이르지 않겠다며 위로합니다. 그러다 점순이는 ‘나’의 어깨를 짚은 채 넘어져 함께 ‘노란 동백꽃’ 위에 쓰러집니다.

“그 바람에 나의 몸뚱이도 겹쳐서 쓰러지며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푹 파묻혀 버렸다.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

‘노란 동백꽃’은 산수유꽃과 같이 잎이 나오기 전에 꽃이 먼저 핍니다. 잎은 어긋나고 잎 끝이 보통 세 갈래로 갈라집니다. 갈라지지 않거나 다섯 갈래까지 갈라지는 잎도 있습니다. 열매는 콩알만 하고 붉어지다가 완전히 익으면 검게 변합니다. 녹나무과 나무로 분류합니다. 산수유꽃처럼 노란 꽃이 피기 때문에 사람들이 헷갈리기 쉽습니다. 산수유 꽃은 꽃자루가 길고 나무껍질이 얇게 벗겨집니다. ‘노란 동백꽃’은 꽃자루가 짧아 가지에 붙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나무껍질은 매끈합니다.

‘노란 동백꽃’이 바로 생강나무 꽃입니다. 강원도 사람들은 동백 열매 기름 대신에 생강나무 열매로 기름을 만들어 썼습니다. 그래서 생강나무를 ‘산동백’이라 불렀습니다. 꽃과 잎에서 생강 냄새가 난다고 해서 생강나무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생강나무 가지와 잎. <사진제공=김윤용>


산수유와 생강나무를 비교해서 관찰하기 좋은 장소가 호수공원에 있었습니다. 꽃전시장 옆 화단이었습니다. 어느 날 꽃 관찰을 위해 찾았더니 생강나무가 사라졌습니다. 고양국제꽃박람회를 위해 이곳 화단 한 곳을 없애고 아스팔트로 덮었습니다. 아마도 자동차가 드나드는 길을 만들었나 봅니다. 이제 호수공원에서는 아랫말산 주변에서만 생강나무를 볼 수 있습니다. 지난해 꽃박람회 때는 참나무과 나무가 심어진 녹지에 우회도로를 만들더니, 올해는 화단 하나를 쉽게 없애버렸습니다.

사람마다 의미를 두는 장소는 모두 다르겠지만, 저는 호수공원을 산책할 때 달 따라 계절 따라 특별히 찾는 구역이 있습니다. 산수유와 생강나무를 비교할 수 있는 화단, 한 그루씩밖에 없는 호두나무와 가래나무가 자라는 곳 등이 바로 그곳입니다. 살구나무와 매화나무, 탱자나무, 음나무, 참죽나무, 함박꽃나무 따위를 찾아가는 길이기도 합니다. 그 나무 때문에 호수공원 가는 길이 더 즐거웠습니다.

오랫동안 한 자리에서 자라날 나무에 그만 손을 댔으면 좋겠습니다. 시설은 오래되면 낡아서 개축하거나 다시 지어야 하지만 나무는 나이가 들수록 명물로 자라납니다. 세월의 무게를 견딘 든든한 연륜 쌓인 나무를 만나고 싶습니다.

꽃전시장 옆 생강나무가 서 있던 화단 자리. 하루 아침에 아스팔트로 덮여버렸다. <사진제공=김윤용>
지난해 꽃박람회 때 참나무숲 사이로 낸 우회도로. <사진제공=김윤용>
2018년 4월 15일 호수공원 풍경. 흰 조팝나무꽃 뒤로 호수에 비친 벚꽃길이 멋지다. <사진제공=김윤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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