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사람들> 정지민 ‘아리수 공연단’ 사무국장

[고양신문] ‘짜증을 내어서 무엇하나 성화를 바치어 무엇하나 속상한 일이 하도 많으니 놀기도 하면서 살아가세 니나노 늴리리야~’

정지민(59세)  아리수 공연단 사무국장이 경로잔치에서 경기민요 태평가를 흥겹게 불렀다. 객석에 앉아 있던 어르신들도 박수를 치고, 어깨를 들썩이며 신바람나게 따라 불렀다.

“5월이면 공연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지만 인생의 보람을 차곡차곡 쌓는 달이라 기쁘다”라고 하는 정지민 사무국장. 정 국장은 민요로 재능기부도 하지만 내년 졸업을 앞둔 고양실업고등학교 총학생회장이기도 하다.

그가 늦깎이 고등학생이 된 이유는 중학교 졸업 후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알 수 없는 병마에 시달리면서 학교를 다니지 못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입학은 엄두도 못 냈을 뿐만 아니라 하루하루 절박한 나날을 보냈다. 병원 치료도 소용 없어서 가족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온갖 민간요법을 써봤다. 그러다가 세월이 흘러서 자연적으로 회복됐지만, 진학 기회를 놓쳐 늘 마음 한구석에 배움에 대한 갈망이 남아 있었다.

그후 자녀들이 어느 정도 성장하자 마음에 여유가 생겨 15년 전 민요를 배웠다. 고양시 국악협회 단원으로도 활동하며 꽃박람회, 어울림누리 무대에도 오르고 필리핀 등에서도 공연을 펼쳤다.

7년 전부터는 아리수(회장 곽한웅) 공연단 단원으로 활동하면서 현재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정 국장은 “중앙대학교 최고지도자 과정 국악과도 다녔지만, 고등학교에 입학해 정규 대학을 진학하려는 목표가 생겼고 그러면서 고양 실업고에 입학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늦깎이 고등학생이지만 10대들에게 기죽지 않고, 오히려 당당한 자신감으로 총학생회장까지 맡고 있다.

정 국장은 학교생활에 대해 “몇몇 늦깎이 학생들과 함께 하는 즐거움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기쁘고, 나를 찾아가는 어떤 여행 같은 설렘의 연속”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번 돌아가신 친정어머니에 대한 슬픔이 무척 커서 몸을 가누기가 힘들었고, 퇴행성 허리디스크로 힘겨워도 허리 복대를 하고서 일주일 내내 학교를 다니고 있다. 열심히 공부해 대학 진학이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다. 학교의 각종 행사, 장기자랑 시간에는 어김없이 뱃노래, 태평가 등을 불러서 민요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도 이끌어내고 있다. 

경기민요57호 전수자인 정 국장은 주말도 반납하며 찾아가는 문화 활동 재능기부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는 아리수 단원들과 함께 요양원, 재활병원, 양로원 등을 찾아가서 공연을 펼치고 있는데, 특히 5월에는 다양한 경로잔치가 많다. 그럴 때마다 작고하신 친정어머니 생각으로 어르신 손을 잡고서 어버이날 노래도 함께 부르며 마음을 나눈다.

정지민 국장은 “노래로 웃음을 줘서 행복하다는 어르신들께 앞으로는 더 큰 웃음을 선사해 드리고 싶다”고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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