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숲 생태 오아시스 영주산 습지

훼손 위기 벗어나 생태적 건강 회복
양서류 등 300여 종 동식물 발견

 

영주산 습지가 훼손 위기에서 벗어나 생태적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 물이 풍성히 고인 습지에는 초봄부터 개구리와 두꺼비, 맹꽁이가 차례로 찾아와 산란을 한다.
불법 매립이 진행되던 지난해 7월의 모습.

 
[고양신문] 지난해 불법훼손 위기에 처해졌던 영주산 습지가 안정된 모습을 되찾으며 다양한 생명을 품는 도심 숲 생태 오아시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 9일 찾아간 영주산 습지는 일주일 전 내린 봄비 덕분에 넉넉히 고인 수면 위로 갈대와 버드나무의 푸르른 신록이 물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표면으로 드러난 모습만이 아니다. 영주산 습지는 새봄부터 개구리와 두꺼비 등 양서류들이  찾아와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는 산란장 역할을 하고 있다. 2월 말 산개구리를 시작으로 3월 초에는 두꺼비가, 4월 말부터는 청개구리와 참개구리 순서대로 영주산 습지를 찾아와 산란을 했다. 마지막 손님 맹꽁이는 6월에 영주산 습지 방문을 예약했다. 초봄부터 초여름까지, 영주산 습지는 사라져가는 양서류들의 종합 산란지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영주산 습지는 고양시 일산동구 산황동 한국수자원공사 정수장과 군부대 사이의 자투리 땅에 수줍은 듯 숨어있다. 원래는 산기슭에 연결된 논이었는데, 전면에 수자원공사가 들어서며 자연스레 저층습원이 됐다. 습지 바닥에는 작은 샘이 있어 적절한 수량을 공급한다. 

하지만 관리 소홀을 틈타 지난해 7월 토지 전용과 불법 매립이 진행되며 습지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다행히 지역 생태활동가들의 발빠른 움직임과 행정당국의 적절한 대응으로 훼손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입구에는 출입을 통제하는 철조망이 둘러졌고, 정체불명의 매립토로 덮여 단단하게 굳어졌던 땅은 부드럽게 갈려 풀씨가 뿌리를 내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고양시 곳곳에서 지속적인 생태 모니터링 활동을 펼치고 있는 에코코리아 이은정 사무처장은  영주산 습지의 생태적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지난해 시 녹지과의 지원을 받아 지역활동가 역량강화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한 영주산 습지 생태 모니터링 결과 놀랄 만큼 다양한 동식물이 습지를 중심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식물은 142종, 육상곤충과 거미 93종, 수중생물 31종, 양서파충류 7종, 포유류 6종, 조류 30종 등 모두 300종이 넘는 생명이 확인됐습니다.”

이 중에는 멸종위기 야생생물인 맹꽁이, 무산쇠족제비, 삵. 새호리기 등이 포함되고, 천연기념물 수리부엉이가 발견되기도 했다. 이처럼 영주산 습지는 비록 규모는 작지만 덕양구와 일산구의 경계지역에 생태 섬처럼 남은 영주산과 산황산을 오가는 동물들에게 매우 중요한 식수원이자 번식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도시 근교의 작은 습지는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정서적 보고가 아닐 수 없다. 과거 도시화가 진행되기 전에는 사람들이 거주하는 마을 주변에 개구리, 맹꽁이 등의 양서류와 각종 새들이 늘 함께 살아가며 철따라 울음소리를 들려줬다. 개구리소리와 새소리는 자연과 이어져 살아온 인간의 근원적 정체성을 환기시키는 청각적 기호이기에 이들을 ‘정서동물’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은정 사무처장은 “도시화가 진행되며 습지가 급격히 사라지고, 그와 함께 사람들의 친구였던 정서동물들도 자취를 감춰 버렸다”면서 “도심 가까이의 영주산 습지가 건강한 모습을 되찾고 있어 참 소중하고 기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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