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제동 전원주택 입주민들 소유권 없어 쫓겨날 판

현재 건설된 전원주택은 10채. 시행사는 건축허가도 없이 건물을 지어 분양했고 계약자들은 이 사실을 모른 채 입주까지 한 상황이다.

입주민들 소유권 없어 쫓겨날 판
“사기분양 피해액 50억원 달해”

[고양신문] 전원주택단지를 분양받아 입주까지 했는데 알고 보니 무허가로 공사를 한 건물이었다. 당연히 준공허가(사용승인)도 받지 못해 계약자에게 소유권 이전도 불가능하다. 일이 이렇게 되고 시행사와 건설사는 잠적했다. 분양계약을 한 30여 세대가 적게는 1억원부터 많게는 2억4000만원까지 계약금과 중도금을 냈다. 이중 이미 입주를 완료한 10여 세대는 투자한 돈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고 거리로 내몰릴 형편이다. 고양시 덕양구 벽제동에서 최근 일어난 전원주택 분양사기 사건이다.

벽제동 540-6번지에는 17일 현재 10채의 전원주택이 들어서 있다. 2년여 동안 무허가로 지은 집에 살고 있는 입주민들은 집과 토지에 대해 어떠한 재산권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이라 밤잠을 편히 자본 적이 없다.

“이사하고 나서야 건설사가 처음부터 건축허가도 받지 않고 공사를 했고 임야를 불법으로 조성해 복구명령까지 내려진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또 건설하청업체에 공사비를 지급하지 않아 공사대금 유치권 신고금액이 24억원이나 된다는 사실도 뒤늦게 알았습니다.”

입주민들에 따르면 2016년 벽제동 일원에 한 건설사가 전원주택단지 조성 계획을 수립하고 시행을 맡아 시공과 분양을 진행했다. 약 8000㎡ 부지에 총 30여 세대의 주택을 건립하고 1채당 3억원의 분양가를 책정해 분양사무소와 공인중개사 등을 통해 홍보했다. 이후 분양소식을 접한 분양계약자들은 시행사(건설사) 측에 1억~2억5000만원의 돈을 계약금과 중도금으로 지불했다.

이런 상황에서 전원주택이 지어진 해당 부지는 시행사(건설사 대표)가 사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토지담보로 대출을 받아 현재 이 부지는 경매로 넘겨졌고 지난 8일 낙찰돼 소유권이 다른 사람으로 이전됐다.

분양계약과 공사를 주도한 시행사와 건설사가 잠적했고, 이후 토지는 경매로 넘겨져 소유권이 제3자에게 넘어갔기 때문에 전원주택에 이사까지 온 입주민들은 손쓸 방법도 없이 거리로 내몰리게 된 것이다. 지난 8일 토지를 경매로 낙찰 받은 새로운 토지주는 주택분양을 다시 해 계약자를 새로 입주시킬 가능성이 높아졌다.

시행사(건설사)가 하청업체에 공사비를 지급하지 않고 잠적하자 하청업체는 해당 부지에 유치권을 행사 중이다. 하지만 이를 모르고 2년 전에 입주한 입주민들은 지금도 이 단지를 떠나지 않고 지금까지 이행강제금(준공허가 없이 입주)을 내면서 살고 있다.

입주민들은 “토지주 2명과 시행사 측 2명 포함 4명이 모두 자매와 동서지간으로 한 가족인 것이 확인됐다. 건축허가도 없이 공사를 진행한 점, 공사 전에 토지담보 대출을 받은 점, 하청업체에 공사대금을 지불하지 않은 점 등이 모두 계획적인 분양사기라고 볼 수 있다”며 수사당국이 하루빨리 사건을 철저히 수사해 줄 것을 요청했다. 현재 입주민들은 시행사를 상대로 횡령, 배임, 사기 등의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건축허가 사용승인을 담당하는 관할구청 담당자는 “건축허가를 받지 않고 무단으로 공사가 진행되더라도 공사현장이 확인되지 않으면 단속할 수 있는 방법이 현실적으로 없다. 또한 건축허가와 사용승인 등에 대한 현장조사는 민간 건축사가 대행하고 있기 때문에 담당공무원이 공사를 하는 곳마다 찾아다니며 확인할 수도 없다”며 “분양계약자들이 직접 구청을 통해 건축허가가 난 곳인지, 전원주택 분양이 가능한지 등을 확인해야 이와 같은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사건은 민간 간의 계약으로 인한 피해이기 때문에 시가 관여할 수는 없다. 현재 해당 전원주택 건축물은 행정절차상 건축허가와 착공까지는 사후처리됐지만 사용허가는 지금까지 처리되지 않아 입주가 불가한 건물이다. 따라서 현재 입주민에게는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 입주민은 “계약금과 중도금 외에도 공사를 마무리하기 위한 추가분담금과 이행강제금 지불을 위해 8억원의 돈을 추가로 각출했다”며 “계약금과 중도금까지 모두 포함하면 계약자 30여 명이 총 50억원이 피해를 입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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