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스케치> 하남 한강유역환경청 앞 농성 12일차

‘산황동 골프장 증설반대’ 범대위 밤샘농성
“더 많은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 절실”

 

골프장 개발로 훼손 위기에 처한 산황산을 지키기 위해 고양시민들이 하남 한강유역환경청 앞에서 매일 밤샘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왼쪽 두 번째부터)조정 고양환경운동연합 의장, 유왕선 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위원,  이영강 고양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고양신문] 비가 쏟아지던 지난 16일 고양시민 두 명이 고양시에서 50km 떨어진 하남시 한강유역환경청으로 차를 몰았다. 고양환경운동연합의 조정 의장, 이영강 사무국장이 그 둘이다. 외곽순환도로를 40분 정도 달려서 도착한 환경청 입구 한켠에 녹색천막이 있다.

“이 천막 산 게 정말 잘 한 일 같아.” 조정 의장이 말했다. 그 말처럼 쏟아지는 빗속에서도 녹색천막은 굳건했다. 이영강 사무국장이 천막 문을 열자 천막 내부에 며칠간의 밤샘농성 흔적이 드러났다. 라면과 과자, 몇 권의 책들… 어느덧 밤샘농성 12일째, 무엇이 고양시민들을 그곳에 있게 했을까.

고양환경운동연합을 중심으로 한 산황동 골프장 증설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는 지난 4일부터 하남 한강유역환경청 입구에 천막을 치고 밤샘농성에 돌입했다. 정수장 농약피해 등의 이유로 2년간 미뤄져온 산황동 골프장증설사업에 대해 협의기관인 한강유역환경청이 사업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범대위는 환경청에 고양시 도시숲을 파괴하는 산황동골프장 증설을 부동의 할 것을 요구하며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둘은 천막에 새어 들어온 빗물을 수건으로 닦았다. “전기가 괜찮아야 될 텐데….” 이영강 사무국장이 말했다. 범대위 천막은 주차장 입구에서 전력을 끌어 쓰고 있었다. 이 국장 말에 따르면 12일 동안 30여 명의 고양시민들이 돌아가면서 릴레이 농성에 함께했다. 천막 정비가 끝나고 12시쯤이 돼 둘은 근처 중국집에 짜장면을 주문했다. “이제 전화하면 어딘지 물어보지도 않아.” 이 국장이 웃으며 말했다.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조정 의장이 환경영향평가서를 꺼내 보였다. “보시면 알겠지만 사업구역 지도에 고양정수장은 의도적으로 표기하지 않았어요.” 조 의장은 주문한 짜장면이 도착할 때까지 현재 산황동의 상황을 기자에게 상세히 설명했다.

어느덧 비는 잦아들었고 배달오토바이의 소리에 천막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짜장면보다 반가운 얼굴들이 보였다. 고양시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유왕선씨가 지인과 함께 멀리서 응원방문을 온 것. 천막 안의 고양시민들은 허름한 종이박스를 식탁 삼아 짜장면을 함께 나눠 먹었다.
 


식사가 끝나고 함께한 이들이 천막에 둘러앉아 산황동 지킴이 활동 이야기를 나눴다. 고양의 대표적 인권운동가 중 한 명인 유왕선씨는 “그동안 관심을 깊게 갖고 있지는 않았다. 인권을 침해하는 여러 가지 요소들이 있는데 그 중 환경권의 측면에서 산황동 문제를 들여다보고 싶다. 고양시가 인권 측면에서 산황동을 봐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정당들이 중앙만 바라보고 있다. 우리가 사는 지역 이슈에도 더 관심을 가져야 할 텐데…”라며 정치권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조정 의장은 “고양시 사람들은 참 정치적인 것 같다. 환경문제는 보편적임에도 정치적 이해가 안 맞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더 많은 사람들과 연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농성장에 모인 시민들은 두 시간여 동안 산황동뿐만 아니라 고양시의 여러 가지 사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며 연대를 다짐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동물이 서식한다고 하면 개발은 즉시 중단 될 거예요. 그런데 산황동엔 사람이 살고 있어요. 사람들이 있다고요.” 조정 의장의 이야기를 듣던 고양시민들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매일 이어지는 궂은 날씨 탓에 많은 시민들이 찾아오지 않았지만, 범대위는 찾아주는 시민들에게서 큰 힘을 얻는다고 한다. 독자들이 이 기사를 읽는 그 시간에도 그곳에는 천막을 지키는 고양시민들이 있다.

“오늘은 날씨가 안 좋아서 더 올 사람은 없을 것 같아요. 그래도 내일도 그 다음 날도 우린 여기에 있을 겁니다.” 농성장을 떠나며 이영강 사무국장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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