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윤의 하류인문학>

김경윤 인문학 작가

[고양신문] 비록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이제 고양은 나의 고향처럼 느껴진다. 우리 두 아이들이 고양에서 성장했고, 나 역시 고양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했으니까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이제 특별한 일이 아니면 고양을 벗어나지 않는다. 벗어나기 싫다. 그만큼 고양이 좋은 것이다. 그래서다. 자랑스러운 고양시민으로 고양에 대한 꿈을 꾼다.

나는 고양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고양에서 즐겁게 성장하고, 일자리를 찾고, 마을사람들과 함께 나누며 늙어죽을 때까지 별 탈 없이 살았으면 좋겠다. 고양의 아이라면 누구나 안전하게 집밖으로 나갔다가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어른들은 밖에 나간 아이 걱정 없이 자신의 삶을 살 수 있는 도시가 되었으면 좋겠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여성들이 불안해하지 않고, 일하는 사람들은 즐겁고, 노인들도 편안한 도시, 가장 안전한 도시가 되었으면 좋겠다.

고양의 아이들은 입시걱정 없이 살았으면 좋겠다. 모두들 공부를 잘 하는 우등생으로 키우자는 말이 아니다. 공부를 잘 하지 못해도, 대학에 들어가지 않아도, 청년이 되면 누구나 자신의 적성에 따라 취직할 수 있는 건실한 지역의 일터들이 많아서, 집 가까운 곳에 일터를 마련하고 큰 걱정거리 없이 자신이 하는 일에 자부심을 느끼면서 살 수 있는 그런 경제적으로 건강한 도시가 되었으면 좋겠다. 학생이라면 교과서나 참고서 대신에 누구나 자신이 읽고 싶은 책 한 권쯤은 손에 들고 다니며 읽고, 자신의 미래를 마음껏 설계할 수 있는 멋진 청소년들이 살 수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다.

나는 고양의 사람들이 모두 민주주의자가 되었으면 좋겠다. 자신의 자유뿐만 아니라 타인의 자유를 존중하고, 차별 없이 평등하게 지내며, 서로 연대하고 나누며 사랑하는 시민들이 사는 고양. 서로 생각도 다르고 처지도 다르기에 더욱 서로를 이해하려 하고 힘차게 소통하는 토론이 일상화되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 몇몇 지도자에게 자신의 운명을 맡기지 않고, 누구나 자신의 운명의 주체가 되어 자신의 삶의 현장에서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멋진 사람들의 도시가 되었으면 좋겠다.

고양은 북한하고도 가까우니 통일의 주역들이 많이 배출되는 곳이었으면 좋겠다. 기회가 된다면 가장 먼저 북한의 도시와 자매결연을 맺고 서로 왕래하고 서로 배우고 돕고 사는 그런 도시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고양이 평화의 상징이 되고, 고양시민들이 평화의 메신저가 되는 그런 멋진 꿈이 이루어지면 얼마나 좋겠는가.

고양은 도농복합도시이기도 하다. 그러니 세계적으로 유명한 생태도시의 꿈도 꿀 수 있을 것이다. 유기적 생태농업이 활성화되어 고양시에 있는 시민이라면 누구나 땅을 살리고, 몸에 좋은 작물을 가꾸고, 자연을 닮은 삶을 사는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가진 시민들의 도시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된다면 굳이 우리가 세계에 나가지 않더라도 세계시민들이 부러워하며 고양시를 찾는 세계시민의 도시가 될 것이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말이 있다. 나는 이 말을 ‘고양에서 고양까지’로 바꿔 부를 수 있는 고양시를 꿈꾼다. 태어나 죽을 때까지 고양시민으로 살면서 고양시를 자랑스러워하는 도시. 고양시에서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삶의 주인공, 민주시민, 세계시민으로 성장하는 도시. 그래서 인구가 많아서 자랑스런 도시가 아니라, 즐겁게 노동하고, 아름답게 대화하고, 힘차게 실천하며, 타인들을 항상 환대하고, 자연과 더불어 편안하게 평생을 누릴 수 있는 자급자족 도시, 세계로 열린 도시 고양! 함께 꿈꿔볼만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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