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해요, 건강 - 생체시계의 건강학

유전자가 코딩하는 단백질 농도
세포 속 자동 시계장치로 작용
생체시계 맞는 생활습관 필요

 

생체시계는 하루 24시간을 기준으로 각각 다른 상황에 맞게 우리의 생리 상태를 예상하고 또 그에 맞게 적응한다. 생체시계는 우리의 수면패턴, 섭식, 호르몬 분비, 혈압, 체온이 조절되도록 도와준다. <출처 = www.nobelprize.org>

 

지난해 연말부터 ‘윙~~’하며 귀에서 사이렌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이명현상이었다. 초기에는 자고 일어나면 아침엔 멈추고 낮에 괜찮다가 밤늦게만 잠시 증상이 나타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반나절로 늘더니 두 달이 지나자 ‘윙~~’하는 소리는 하루 종일 계속됐다. 과로로 인한 생체리듬 파괴가 주된 원인이었다. 

올해 초부터 신문사 주관으로 준비하고 진행했던 ‘2018독일건축·도시재생 테마여행’은 결정타였다. 독일과의 시차로 인해 매일 밤늦은 시간에 현지와 통화를 하면서 실무준비를 하며 생활리듬이 깨졌고, 3월에 독일 현지 여행을 진행하면서 시간대(time zone)가 달라져 시차적응에 특히 어려움을 겪으며 증상은 더 심해졌다.  
 
노벨상 수상한 ‘생체시계’ 연구
이처럼 먼 타국으로 여행을 떠나면 밤낮이 바뀌는 시차로 인해 누구나 고생을 한다. 지구라는 행성에 살고 있는 우리 몸에 내재되어 있는 ‘생체시계’ 때문이다. 낮인데도 밤처럼, 밤이지만 낮처럼 생물학적 시계는 우리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째깍째깍 돌아간다. 몸 안의 ‘생체시계’와 몸 밖의 ‘생활시계’가 어긋나면서 시차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것이다. 

아침에 해가 뜨면 자연스럽게 눈이 떠지고 밤이 되면 졸리는 것은 우리 몸속에서 ‘생체시계’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제프리 홀(Jeffrey C. Hall), 마이클 로스배시(Micheal Rosbash), 마이클 영(Michael W. Young) 등 3명의 미국 과학자는 서캐디언 리듬(circadian rhythm·생체시계·일주기 리듬)을 통제하는 분자 메커니즘을 발견한 공로로 지난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그들은 1984년에 초파리를 생물모델로 이용해 하루의 통상적인 생체리듬을 제어하는 유전자를 분리해냈다. 그리고 이 유전자가 코딩하는 단백질이 야간에 세포 내에 축적되고 주간에는 붕괴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그들은 더 나아가 생체시계를 구성하는 단백질들을 추가로 확인해 세포 내부에서 자동으로 돌아가는 시계장치를 지배하는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생체시계가 다른 다세포생물(인간 포함)의 세포에서도 동일한 원칙에 따라 기능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생체시계의 핵심적인 작동원리를 확립하는 데 크게 기여한 이들의 연구에 힘입어 생체주기가 피리어드(period)라는 유전자가 발현하는 단백질(PER)의 농도가 24시간 주기로 변화하면서 일어나는 생물학적인 현상임이 밝혀졌다”면서 “그들은 피리어드 유전자의 활성화에 필요한 단백질들도 추가로 발견하고, 빛이 생체시계와 동기화(synchronization)되는 데 필요한 단백질도 발견했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생체시계에 따른 몸의 변화 
생체시계는 우리의 행동, 호르몬의 혈중농도, 수면, 체온, 대사와 같은 필수기능을 조절해 준다. 외부환경과 우리 몸의 생체시계가 일시적으로 불일치할 때 건강은 악영향을 받는다. 우리의 생활방식과 생체리듬이 일치하지 않으면 다양한 질병위험도 증가한다. 연구에 따르면 암, 퇴행성 신경질환, 대사 장애, 염증 같은 질병의 위험도 우리 생활방식과 생체시계 리듬이 서로 어긋나면 더 커질 수 있다고 한다. 

 

먼 타국으로 여행을 떠나면 밤낮이 바뀌는 시차로 인해 누구나 고생을 한다. 몸 안의 ‘생체시계’와 몸 밖의 ‘생활시계’가 어긋나면서 시차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것이다.

 

생체시계는 특히 호르몬 분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대표적인 것은 수면에 관련된 멜라토닌이다. 빛에 민감해서 낮에는 분비량이 줄다가 저녁 8시 이후에는 분비가 늘어난다. 멜라토닌은 영양분 사용과 에너지 이용을 줄이고 근육 조직을 강화하는 역할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잠을 깨우는 코르티솔은 오전 6시부터 분비량이 늘기 시작한다. 해가 뜨면서 빛을 인지한 생체시계 유전자가 신체 기관을 낮에 맞는 상태로 작동시키면서 낮의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분비량도 증가한다. 각 기관으로 보내는 혈액량이 증가되면서 신체 기능이 활성화돼 정신이 또렷해지고 감각기관도 예민해진다. 

우리의 체온도 밤에는 낮아지고 낮에는 올라간다. 지구의 밤낮 주기에 적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진화적 산물인 생체시계는 유전자에 저장된 주기에 맞춰 호르몬이나 체온 등을 조절한다. 이처럼 식물을 포함한 지구상의 모든 생물 안에 자율적인 생체시계가 존재하고 있고, 각 유전자는 그 시간에 따라 행동을 스스로 조절하는 것이다. 

생체리듬에 맞춰 살아야 건강
한의학에서는 생체리듬을 기준으로 남자 48세, 여자 42세가 되면 대사 효율이 떨어지면서 산소공급과 영양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몸이 무겁고 수면도 점점 얕아진다고 본다. 한의사 유용우 원장은 “중년 이후에는 수면 시간이 줄어들며 꿈도 많이 꾸고 심지어 중간에 깨며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다”며 “낮에 과로해서 피곤하고 몸이 손상되더라도 밤에 충분한 숙면을 취한다면 우리 몸도 회복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생체시계는 하루 24시간을 기준으로 각각 다른 상황에 맞게 우리의 생리 상태를 예상하고 또 그에 맞게 적응한다. 생체시계는 우리의 수면패턴, 섭식, 호르몬 분비, 혈압, 체온이 조절되도록 도와준다. 따라서 매일 일정한 시간에 기상해 상쾌한 아침을 맞고 낮에는 활발히 활동을 한 후, 잠들기 전에는 몸의 각성상태를 높이는 음주, 흡연, 심한 운동 등은 가급적 피하고 숙면을 취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밤늦게까지 야근하며 컴퓨터 작업을 하거나, 스마트 폰 같은 인공적인 빛에 노출이 많이 될수록 숙면을 취하기는 더욱 힘들게 된다. 또 인슐린이 적게 분비되는 밤에 야식을 즐겨 먹으면 음식물이 에너지원으로 쓰이지 않고 지방으로 쌓여 비만이 되는 것도 생체시계가 고장 나 신체리듬이 깨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체질량지수를 낮추려면 점심이나 저녁보다 아침을 푸짐하게 먹으라고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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