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으로 본 세상> ➀ 『돌멩이국』

[고양신문] 돌멩이로 국을 끓일 수 있을까? 그것도 엄청나게 맛있는 국을. 심지어 마을 사람 모두가 나눠먹을 만큼 많이.

복, 록, 수 세 스님이 가뭄과 홍수에 전쟁까지 겪어 너무나도 지쳐 서로를 믿지 않는 어느 마을로 간다. 그 마을 사람들은 아주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저마다 자기만을 위해서… 스님들은 모두가 문을 닫고 외면하는 그 마을에서 돌멩이국을 끓이기 시작한다. 아주 작은 솥에 돌멩이 세 개를 넣고 중얼거린다. “솥이 조금만 더 크면 좋을 텐데.” 그러자 한쪽에서 스님들을 지켜보던 소녀가 말한다. “우리 집에 아주 큰 솥이 있어요.”

소녀가 가져온 큰 가마솥에 다시 돌멩이와 물을 넣고 국을 끓이기 시작하자 마을 사람들은 궁금해진다. ‘정말 돌멩이로 국을 끓일 수 있을까?’ 그때 스님들이 중얼거린다. “돌멩이국에는 소금과 후추가 들어가야 제 맛인데.” 그러자 누군가 뛰어가서 소금과 후추를 가지고 온다. 스님들은 또 이야기 한다. “지난번에 국을 끓일 때는 당근이 있어서 달콤했는데.” 그러자 한 아낙이 당근을 가져오고 마을 사람들은 모두 무언가 하나씩 들고 나와 국에 넣기 시작한다. 이제 마을 사람들은 외치기 시작한다. “강낭콩과 시금치가 들어가면 더 맛있을 거 같은데.” “그건 우리 집에 있어”하고.
그날 밤, 마을 사람들은 이렇게 끓여진 돌멩이국을 나누며 참으로 오래간만에 잔치를 벌였다.

『돌멩이국』(존 J 무스 글·그림/ 이현주 옮김/ 달리)은 그림책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중간쯤부터 누구나 결말을 예상할 수 있는데, 그 뻔한 결말에도 슬며시 웃음이 나게 된다. 그리고 누군가와 함께 돌멩이국을 끓여 나눠먹고 싶어진다.
 

『돌멩이국』 (존 J 무스 글·그림/ 이현주 옮김/ 달리)


이 그림책을 다시 읽으며 내가 사는 지역을, 마을을 생각해본다. 6월 지방선거 분위기가 생각보다 시들하다. 열심히 뛰고 있는 후보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어느 정도 결과가 예측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선거는 시작이지 결과가 아니라는 거다. 책으로 되돌아가보자. 이 책에서 돌멩이국을 끓여낸 사람은 누구일까? 스님들? 마을 사람 모두? 다 맞는 말이지만, 주목해야 할 사람은 바로 소녀가 아닐까 싶다. 스님들을 가만히 지켜보다 “뭐 하고 있는 거예요?”하고 묻는 소녀가 없었다면, 과연 돌멩이국이 끓여질 수 있었을까?

이런 시장이 되면, 이런 도의원, 시의원이 되면 세상이 달라질 거 같지만, 그렇지 않다는 걸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지방자치란, 주민들이 뽑은 지도자가 그 지역을 통치하는 방식이 아니라,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 일을 주민 자신이 처리한다는 민주정치의 가장 기본적인 요구에 기초를 두고 있는 방식이다.

결국 스님들은 거들 뿐, 마을을 바꾸지 못한다. 마을을 바꾸는 건 그런 스님들을 지켜보다가 묻고, 맞다고 생각하면 같이 움직이고, 아니라고 생각하면 거부할 수 있는 소녀 같은 사람들이고, 무엇이 필요한지 서로 묻고 말하고 움직이는 마을 사람들이다.

선거판에 나서는 후보들은 모두가 자기들이 국을 끓여 나눠 먹일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솥을 거는 일까지가 그들 몫이고 어떤 재료를 넣고 끓일 것인가는 우리들 몫이다. 그래서 어쩌면 선거는 후보들이 내미는 공약이 무엇인지 지켜보는 장이 아니라 “지금 뭐하고 있는 거예요?”라고 묻는 사람들의 무대여야 하는 건 아닐까 싶다.

그나마 다행인 건, 선거가 끝난 뒤라도 우리는 돌멩이국을 끓일 수 있다는 거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부터 새로 선출된 시장과 의원들이 걸어놓은 솥에 어떤 국을 끓일까 이야기 나눠야 한다. 무엇을 넣고 빼는 게 좋을지, 올해는 어떤 국을 끓이고, 다음에는 어떤 국을 끓여 어떻게 나눠 먹을지 말해야 한다.

책은 이렇게 마무리 된다. 다음날 고마움을 전하는 마을 사람들에게 스님들은 이렇게 말한다.“행복해진다는 것은 돌멩이국을 끓이는 것만큼이나 간단한 일이지요.”

돌멩이로 국을 끓일 수 있을까? 있다. 함께라면. 지방자치도 마찬가지다. 돌멩이국을 끓이는 것만큼 간단한 일이다. 우리가 궁금해 하고 움직이고 중얼거리고 외치고 대답하면 말이다.


 

박미숙 책과도서관 대표/ 책놀이터 작은도서관 관장

※ 뱀발 하나. 이 그림책은 옛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단추 수프’, ‘돌멩이 수프’라는 제목으로 비슷한 옛이야기가 여기저기 들리는 걸 보면, 사람들이 세상 살아가는 모습은 세계 어디라도 같은 가 보다.
뱀발 하나 더. 스님들이 나오는 이 그림책을 번역한 이현주 선생님은 목사님이다. 책 자체가 돌멩이국을 끓이며 나온 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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