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신문주최 고양시장 후보 초청토론회

지난 28일 열린 시장후보 초청 토론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60여 개의 질문을 쏟아냈다. 소통에 대한 갈망이 터져 나왔다.

400여 명이 집중한 150분의 평가
분야별 질문에 날카로운 답변 공방

[고양신문] 6·13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4명의 고양시장 후보들이 한자리에 모여 유권자들 앞에서 각자의 공약과 포부를 펼쳐보였다. 지난달 28일 고양신문 주최·주관으로 열린 고양시장 후보 초청 토론회에 참석한 각 당 후보들은 2시간 20분 동안 이어진 질문 릴레이에 그동안 준비했던 자신만의 ‘정책’을 하나씩 꺼내 보이며 정면 승부를 펼쳤다. 

후보들보다 더 뜨거웠던 것은 청중들의 열기였다.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 고공행진으로 인해 관심도가 떨어지는 선거가 될 거라는 일반적 예측과 달리 예상인원을 훌쩍 상회하는 400여 명의 청중들이 토론회장인 일산동구청 대회의실을 가득 채우고 후보자들의 대답 하나하나에 눈과 귀를 집중했다. 누가 차기 고양시장으로서의 자격이 있는지, 소중한 나의 한 표를 어떤 후보에게 던질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유권자들의 성숙한 열망을 확인한 자리였다.

이날 원상필 한국항공대 교수(경영학과)의 사회로 진행된 ‘고양시장 후보 초청 토론회’는 본후보 등록 후 지역에서 열린 첫 번째 토론회였다. 토론회에는 후보로 등록한 더불어민주당 이재준, 자유한국당 이동환, 바른미래당 김필례, 정의당 박수택 후보가 모두 참석했다.

토론회는 분야별 공통질문, 주도권토론, 쟁점토론, 방청객질의 순으로 2시간 20분 동안 흥미롭게 진행됐다. 후보자들은 시작발언·마무리발언·주도권토론을 제외하고도 각각 15개의 공통질문에 답해야했다. 모든 답변은 1분씩 핵심적인 이야기만 할 수 있도록 밀도 있게 진행됐다. 후보들에게 각각 8분의 시간을 부여한 주도권토론에선 긴장감 속에 팽팽한 기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토론회는 주최측이 요구한 사항들을 후보자들이 전반적으로 잘 따라주면서 후보자측과 일반 방청객들 모두 내용면에서 만족스러워했다.

당내 치열한 경선을 뚫고 최종후보로 나선 더불어민주당 이재준 후보는 경기도의회에서 부지런히 쌓은 조례실적을 강조하며 자신의 정책실천 능력을 믿어줄 것을 호소했다. 또한 집권당인 민주당 후보로서 접경지역인 고양시를 남북경제협력의 전초기지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대곡역 물류기지 조성 관련 공약이 최근 수정된 점을 인정하기도 했다. 주도권토론에서 별다른 임팩트를 주지 못한 것과, 조례제정 등 지난 활동소개에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은 아쉬움을 줬다.

일찌감치 단수후보로 공천된 자유한국당 이동환 후보는 점잖은 이미지와 품격 있는 태도로 토론회를 매끄럽게 이끌었다는 평이다. 주도권 토론에서는 민주당 이재준 후보를 압박했고, 요진와이시티 기부채납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면서 방청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또한 도시공학박사라는 이미지를 강조하며 급격히 인구가 늘어난 고양시에 기반시설이 부족한 점을 지적했고, 이를 해결할 것을 약속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질문에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아 차별성이 부족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바른미래당 김필례 후보는 토론회 5일 전(후보등록 하루 전)에야 당내 공천을 받았기 때문에 토론회 준비가 가장 부족했다. 그런 까닭에서인지 주로 준비한 답변을 읽는 것에 그쳤다. 자신의 정책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은 세련되지 못했지만 나름 성실하게 토론회에 임하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주도권토론 시간에는 “늦게 출발한 탓에 공약을 알릴 기회가 없었다”며 8분 동안 자신의 10대 공약을 자세히 설명하기도 했다. 고양시의회 최초 여성의장이란 점과 지역민생을 철저히 살폈다는 점을 주로 강조했다.

정의당 박수택 후보는 토론회에서 가장 강력한 에너지를 내뿜었다. 기자와 앵커 경험을 살려 본인의 주장을 유권자들에게 가장 확실히 전달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듯했다. 주도권토론에서는 깐깐하고도 직설적인 화법으로 상대방을 몰아붙여 상대 캠프 지지자들에게 가벼운 항의를 받기도 했다. 박 후보는 ‘대곡지구 국제철도터미널’을 주요공약으로 내세웠다. 민주당 이재준 후보를 거세게 몰아붙였지만 마무리발언에서는 이 후보에게 ‘통 큰 연정’을 할 것을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토론회를 찾은 한 시민(남·24세·대학생)은 “시장 후보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토론회가 열린다고 해서 호기심에 찾아왔다. 그런데 예상외로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처음 보는 정치인들이었지만 이들의 토론회가 이렇게 재미있을 줄을 몰랐다. 개인적으로도 큰 경험이 된 것 같다. 각 후보들의 정책과 자질을 비교해 볼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평소 선거에 큰 관심이 없었다는 이모(여·31세·고양동)씨 역시 토론회가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TV토론회가 아니라 수백 명의 사람들과 함께 현장에서 직접 들을 수 있어 더욱 생동감이 느껴지는 토론회였다. 정치인 토론회라면 형식적일 거라 생각했는데, 자연스럽게 진행돼 재미있게 지켜봤다”고 말했다. 이어 “후보 개개인을 잘 몰랐기 때문에 당만 보고 찍으려 했는데, 이번 토론회를 보고 투표할 후보를 바꾸게 됐다”며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다음 선거에서도 인물과 정책을 보고 투표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