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윤의 하류인문학>

김경윤 인문학 작가

[고양신문] 지방선거가 끝나고 우연히 들은 방송에서 어떤 방송인이 “이제야 대선이 끝났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그도 맞는 말이구나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지방선거는 현정권 심판이 아니라 구적폐를 청산하는 마음이 크게 작동했던 것 같다.

민주당은 파란을 일으켰으며, 전국을 파란색으로 물들였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민주당의 승리가 아니라 “평화, 문재인, 홍준표”가 원인이 되어 만들어졌다는 진단도 고개가 끄덕여졌다. 민주당이 잘해서 당선된 것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한켠에서 밀려왔다. 이렇게 온통 파래서야 ‘푸른 독재’가 시작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들기도 한다. 나는 그 우려가 우려로 끝났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소망한다.

나는 착한 반장이 반을 다스리는 것보다 반장이 없는 것이 나으며, 반장을 없애지 못한다면 자주 반장을 갈아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다 너 잘 되라고 그러는 거야”라고 말하며 선의의 독재를 펼쳤던 부모들 때문에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고통스러워했는지 알고 있다. 나는 빨간 독재든 파란 독재든 모두 독재라는 점에서 민주주의가 갖는 최대 장점인 다양성을 훼손한다고 생각한다. 3선, 4선하며 장기 집권하는 정치가들이 미워서가 아니라 그들 때문에 막히는 새로운 정치가들의 슬픔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의 한 청년은 페이스북에 “젊은 사람들이 투표하지 않아 정책에서 소외됐다”는 말은 착각이며, “투표자들이 젊어져야 하는 게 아니라 후보자들이 젊어져야 한다”라고 쓴 글을 읽으며 무릎을 탁 쳤다. 백번 맞는 말이다. 정치가 무슨 뱀파이어도 아니고, 젊은이들의 피를 빨아 생명을 연장하는 짓은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청년 정치가들에게 기회를 준 기성 정치인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

한편 이번 선거를 치르고 관전하면서 정당정치의 폐해를 누구보다 절감했다. 언론에 노출되는 몇몇 거대정당 빼놓고는 공중전에서 아예 소외된 소수정당의 후보들은 당선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똑 같이 선거기탁금을 내고 활동을 했던 소수정당 후보들은 대중매체에서 차별적으로 취급당했다. 원래 이럴 것이었다면 소수정당에게는 기탁금을 받지 말든지, 받았다면 동등하게 대우했어야 했던 것 아닌가? 이건 상도의에도 어긋나는 파렴치한 짓이었다. 선거법을 바꾸든 방송법을 바꾸든 소수정당의 활동을 위축시키는 악법이나 규칙은 이번 기회에 철폐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된다면 정당의 난립을 막을 수 없다고? 원래 민주주의는 난립을 권장해야지 막아서는 안 되는 법이다.

게다가 전국정당이 아니면 정당이 성립이 안 되는 것도 민주주의 정신에 어긋난다. 특히 지방자치 선거의 경우는 지방정당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고양시에서 정치하겠다는 사람이 굳이 전국정당원이 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이번 지방선거는 적폐청산이라는 소기의 목표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것 같다. 그런데 말이다. “목욕물 버리려다 아기까지 버려서는 안 된다”는 속담이 있다. 나는 이번 선거결과를 보면서 비참하게 버려진 소중한 아기들을 많이 봤다. 그 누구보다 열심히 지역을 위해서 일하고, 사회정의에 투철하면서, 공동체를 위하여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젊은 정치인들이 소수정당에 속해 있어서, 돈과 빽이 없어서 그렇게 열심히 선거운동을 하고도 비참한 득표수를 얻고 고배를 마셨다. 이들은 적폐도 아니고, 어떤 관점에서 보면 유구한 조직력에 의해 당선한 후보자들보다 백 배 천 배 나은 후보들이었다. 이들을 키워내지 못한다면 정치는 무슨 개뿔 정치란 말인가. 뭔가 조치를 취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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