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포럼 김보통 작가 초청강연

[고양신문] 단행본 ‘아만자’, 웹툰 ‘DP’, 에세이 ‘아직 불행하지 않습니다’와 같은 작품을 통해 보통 사람들을 위로하는 메시지를 전하는 만화가 김보통. 주엽동에 6년째 살고 있는 고양시민이기도 한 그가 고양시 청년들과 진솔한 만남을 가졌다. 

지난달 25일 덕양구청 소회의실에서 열린 고양신문 주최 청년포럼에서 강연자로 초청된 김보통 작가는 20대 시절 직장생활을 통해 겪었던 어려움과 현재 만화가이자 고양시 청년사업가로서 느낀 본인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전달했다. 

만화가 김보통을 아는 사람들에게 그가 데뷔하기 전 대기업에 다녔던 이야기는 꽤 알려진 내용이다. 금융위기로 취업이 하늘의 별따기와 같았던 2009년, 김보통 작가는 운좋게 한 대기업 입사에 성공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입사한 대기업이었지만 이내 실망을 금치 못했다. “대기업이라는 곳은 스마트한 사람이 모여 있는 스마트한 조직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윗사람들의 생각은 과거에 머물러 있었고 배우는 거라곤 사내정치뿐이었죠. 동기들 중 절반이상은 충성경쟁에 지쳐 퇴사했고 남은 사람은 어떻게 하면 줄을 잘 설까하는 고민뿐이었어요.” 

직장생활 4년 만에 퇴사를 결심했다는 김보통 작가. 하지만 직장을 나와 맞이했던 사회는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처음에는 작은 도서관을 해보려고 했어요. 어린 시절 가난한 환경 때문에 책을 많이 접하지 못했거든요, 저처럼 책을 보고 싶어도 못 보는 아이들을 위해서 도서관을 운영해보고 싶었어요.” 부푼 꿈을 안고 서울시 마을도서관 지원사업을 지원했지만 담당 공무원에게 들었던 답변은 절망적이었다. “활동경력이 없으면 사실상 심사에서 탈락한다고 하더라구요. 그때 참 억울했어요. 나 같은 청년이 새로운 무언가를 하기에는 많은 장애물들이 있구나. 경력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 청년들은 도대체 뭘 할 수 있을까 고민도 많이 했죠.”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김보통 작가는 우연히 만화를 그리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일산으로 막 이사를 왔던 시기였다. 갑자기 큰돈을 만지게 되자 김 작가는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다. “이 돈으로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작업실을 열었어요. 직원을 정식으로 채용하고 고용계약서도 작성하면서 제대로 된 일자리를 만들었죠.” 그때까지만 해도 만화계에서 어시스턴트(조수)를 고용하는 방식은 일종의 도제식 교육이었다. 먹고 재워주고 가르쳐주는 대가로 한 달에 고작 몇 십만원의 돈을 쥐어주는 전형적인 착취구조였던 것.

하지만 김보통 작가는 “남들 하는 대로 따라갈 수도 있었지만 일한 만큼 대가를 지불한다는 사회의 기본적인 상식을 지키고 싶었다”며 고용계약을 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이러한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다른 만화가들로부터 불필요한 오해를 사기도 했지만 김 작가는 “결과적으로 만화업계 어시스턴트들의 노동조건이 많이 개선된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김보통 작가의 작업실은 현재 3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나름 번듯한 사업장이 됐다. 주 4일 6시간 근무에 170만원의 월급. 대부분 열악한 조건에 놓여있는 만화계 어시스턴트에게는 선망의 직장이다. 여기에 김 작가는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돈을 더 벌어서 월급을 200만원까지 맞추고 싶어요. 하루에 5시간씩 일해도 그 정도 월급을 줄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보고 싶은 욕심이 큽니다. 그래서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도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을 고민 중이에요.”

김보통 작가는 마지막으로 “고양시가 지역 청년창업가나 중소기업에게 기회를 많이 줬으면 좋겠다. 일본을 가보면 어느 지역을 가도 지역별 특색이 살아있고 지역산업이 활성화 되어 있는데 고양시 또한 청년들에게 기회를 준다면 충분히 나은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필요하다면 저 같은 사람도 잘 활용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김보통이라는 본인의 필명처럼 특별한 누군가가 아닌, 보통의 꿈을 꾸는 보통 사람들이 함께 행복한 도시가 되길 바란다는 소망을 남기면서 강의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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