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까지 아트스페이스 애니꼴 전시

천문학자 전영범이 보현산천문대에서 찍은 사진

 
[고양신문] “이 사진은 칠레에서 겨울에 찍은 작품입니다. 반짝이는 것은 다 별이구요. 이건 안드로메다 은하수, 이건 남쪽 하늘에서 볼 수 있는 마젤란 은하입니다.”

전영범 천문학박사가 지난 3일 풍동 애니골의 전시공간인 아트스페이스 애니꼴(관장 김희성)에서 사진전 오픈식을 했다. ‘산첩첩심첩첩’이라는 제목으로 아름답고 신비로운 하늘과 별, 산 사진들을 전시하고 있다. 그는 현재 보현산천문대에서 천체관측을 하는 천문학자로 25년 동안 일하고 있으며, 한국천문연구원에서 책임연구원으로 활동 중이다. 지금까지 소행성을 120여 개나 발견해 11개의 별에 최무선, 장영실, 이천 등 우리 과학자 이름을 붙였다. ‘국내에서 별을 가장 오래 관측한 천문학자’로 이름을 알리며 각종 매스컴에 다수 출연했다. 천문관련 논문도 70여 편 썼다.
 

전영범 작가가 찍은 천체 사진


천문학은 사진과 떼려야 뗄 수가 없다. 사진으로 모든 기록을 남겨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천문연구원의 홍보와 교육 사진 대부분을 찍어 지금은 천체사진가로도 많이 알려져 있다. 이와 함께 풍경사진, 첩첩이 이어진 산 사진, 나무, 눈꽃사진도 많이 찍었다. 이번 전시에서 그 일부를 만나볼 수 있다. 보현산에서 1년에 몇 번밖에 볼 수 없는 소나무와 참나무들이 이어져 있는 능선을 찍은 흑백 사진들과 칠레와 외국의 유명 천문대에서 찍은 천체 사진들이 멋스럽다. 특히 밤하늘을 찍은 사진은 같은 곳을 반복적으로 계속 찍은 후 수백 장, 수천 장 붙여 별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대학에 진학할 때 사진을 공부할까, 천문학을 공부할까 고민했을 정도로 사진에도 애정이 컸다. 그에게 사진은 프로스트의 ‘가지 못한 길’이었고 언젠가는 꼭 가보고 싶은 또 다른 길이었다. 그런 이유로 천문학을 공부하면서도 틈틈이 시간을 아껴서 사진 공부를 했다. 대학 때부터 사진동아리 활동을 해서 그룹전에도 많이 참여했지만 개인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현장에서는 지난달 출간한 『천문대의 시간 천문학자의 하늘』이라는 책도 선보였다. 책 속에는 다양한 천체사진과 함께 천문학자이자 사진가로 지낸 이야기, 천문학과 천체사진 이야기, 그리고 천문학자들의 연구 모습 등을 담았다. 이번 전시는 그가 사진작가와 글을 쓰는 작가로도 데뷔하는 매우 의미 있는 시간인 셈이다.

그는 사진이 예술로서도 중요하지만 기록으로서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일과 관련해서 전 세계 어디를 가든 늘 손에서 카메라를 놓은 적이 없다고 한다.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면 별이 흐르고, 달이 흐르고, 달빛을 받은 구름이 능선을 넘어 다닙니다. 자연의 경이로움에 한없이 겸손해지는 마음으로 첩첩이 이어진 산과 흐르는 별과 은하수를 대하고 있습니다. 천문대에 눈이 오든 비가 오든 모두 작품감입니다. 천문학 자체가 저한테 이런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회를 준 것 같습니다. 이제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 그 길로 들어섰습니다.”

김희성 아트스페이스 애니꼴 관장은 “전 작가의 사진은 단순한 기록 사진이 아니라 심오한 심상을 담고 있는 예술”이라며 “천체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를 같이 볼 수 있고, 첩첩이 겹겹이 펼쳐지는 산악사진의 풍경은 마치 겹겹이 쌓인 우리의 심성과 같다”고 말했다. 전시는 8월 27일까지 이어진다. 문의 010-5290-5904

사진전 '산첩첩심첩첩'의 오프닝에 참석한 전영범 천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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