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군 철수 앞두고 관리 공백 우려
한강유역청 “민간인 출입통제는 지자체 몫”
고양시 “한강 습지보전 유역청이 책임져야”

 

강물이 불어나 물이 찬 장항습지의 모습. <사진=에코코리아>

 

자유로와 장항습지 철조망을 경계하던 군부대 경계병력이 이달 말 철수를 통보하면서 철조망 출입통제와 장항습지 생태보전에 비상이 걸렸다. 한강유역환경청과 고양시 사이에서 출입통제업무와 환경보전 책임을 놓고 혼선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유로변 고양시 구역의 군 병력 철수와 단계적 철조망 제거 계획은 이미 2006년부터 국방부와 협의가 진행됐으나, 외부적 변수(김포시 감시장비 성능 부적합)로 집행일정이 10년 넘게 미뤄지던 숙원사업 중 하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상 군 철수 시점이 임박하자 한강하구습지보호구역 관리책임 기관인 한강유역환경청이 아무런 준비 없이 손을 놓고 있었음이 드러나 지역 환경운동가들을 중심으로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한강하구 고양시 구간에 자리하고 있는 장항습지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말똥게와 선버들이 공생하고 있어 ‘생태계의 보고’로 불린다. 그동안 한강변을 따라 자유로와 철책선이 이중 삼중의 차단벽을 형성하고 있고, 군인들이 24시간 출입을 통제하는 바람에 역설적으로 생태 환경이 외부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보전될 수 있었다.

그런 까닭에 철책선을 지키는 군부대가 철수하게 되면 여러 가지 문제가 동시다발적으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우선 그동안 군인들의 통제를 받으며 제한된 시간에만 장항습지를 드나들며 농사를 짓고 어업을 하던 농·어민들을 어떤 방식으로 통제할 것이냐다. 농어민들은 군 철수를 계기로 경제활동권 확대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이들의 활동 확대는 민감한 장항습지의 생태적 균형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 환경 전문가들은 보다 정밀한 통제규정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두고 한강유역청과 고양시는 서로 다른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한강유역청은 “민간인의 안전과 관리는 지자체가 책임져야 할 문제이니 고양시가 알아서 통제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고양시 환경보전과는 “습지보호구역 환경관리의 종합적 플랜을 한강유역청이 세워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소연한다. 양측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관리예산과 인력 부족을 토로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농어민의 출입을 안전문제로 볼 것이냐, 환경관리 문제로 볼 것이냐를 두고 환경청과 고양시가 갈피를 못 잡고 있는 셈이다.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의 입장에선 분통이 터질 노릇이다. 안전문제와 환경관리 문제가 어차피 동전의 양면이니 일찌감치 효율적 역할분담을 논의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한강유역청도 고양시도 피해갈 수 없어 보인다.

농어민과 함께 장항습지 탐방, 생태관찰, 사진촬영 등을 요구하는 일반인의 출입 대책도 서둘러 마련돼야 할 과제다. 또한 올해 연말쯤 시작될 자유로변 1차 철책 제거 이후의 관리 문제도 미리 고민돼야 한다. 전문가들은 홀로 남게 될 2차 철책에 개구멍이라도 뚫리면 장항습지에서 개체수를 늘리고 있는 고라니들이 자유로로 튀어나올 위험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로드킬은 물론 고속화도로의 특성상 다중 교통사고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사태가 다급해지자 한강유역청과 고양시는 뒤늦게 협상 테이블을 만들어 논의를 시작했다. 양측은 우선 장항습지를 현행 수준으로 통제를 유지하며 대책을 마련할 시간을 벌기로 공감대를 만든 듯하다. 한강유역청 관계자는 “장항습지 구간에 출입제한고시 명령을 내릴 것과 주민감시요원을 추가 채용해 한시적으로 출입감시 업무를 담당토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여전히 고양시에서 하루 빨리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민간인 출입 관리는 지자체 책임”이라는 입장을 철회하지 않고 있다.

고양시가 내 놓은 대책도 미봉책이긴 마찬가지다. 군부대가 당분간 지금과 같은 출입 통제 업무를 유지해 줄 수 있는지를 타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 환경보호과 관계자는 “19일 한강유역청과 고양시, 군부대 관계자가 만난 자리에서 통제병력 철수에 따른 공백 우려를 군부대 측에 전달하고 협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이제 그만 철수하겠다는 군부대를 지자체가 “아직 대책마련이 안 됐으니 더 머물러 달라”며 붙드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장항습지 생태 모니터링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는 (사)에코코리아 이은정 사무처장은 “한 번 균형이 무너지면 회복이 어려운 생태계의 특성을 신중히 고려해 정밀한 데이터에 기반한 장항습지의 종합적 관리 플랜이 더 늦기 전에 제시돼야 한다”며 우려를 표했다. 박평수 고양도시농업네트워크 공동대표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도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한강유역청은 과연 한강하구 습지에 대한 보전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지 않을 수 없다”며 보다 강경한 목소리를 냈다.

고양시 환경보전과 관계자는 “8월 2일 열릴 예정인 장항습지 람사르 사이트 추진 협의체 회의 자리에서도 군부대 철수에 따른 장항습지 관리 장·단기 계획에 대한 의견을 폭넓게 수렴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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