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인의 정신의학칼럼>

 

[고양신문] 숨이 탁탁 막히도록 더운 날씨가 이어진다. 가만히 있어도 온 몸에 땀이 줄줄 흐르고, 목은 조여 오고 가슴이 답답하다. 바야흐로 ‘공황’의 계절이 다가왔다. 공황 장애는 공황발작을 주증상으로 하는 질병이다. 공황발작이란 숨이 답답하고 조여오며, 심장이 매우 두근거리고, 온 몸에 땀이 나며 죽거나 미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증상을 말한다. 이러한 증상 몇 가지가 조합되어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공황발작은 보통 30분 이내에 수그러들지만 경험자는 심장이나 호흡기에 큰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닐까, 이러다 죽는 것은 아닐까 하는 공포에 응급실로 달려오는 경우가 많다. 이어 몸에 특별히 이상이 없다는 말과 함께 공황 장애 평가나 진단을 위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권유 받는 게 일반적 사례다. 근래에는 유명 방송인 등을 통해 공황 발작이 잘 소개되어서인지 응급실이나 내과 진료를 보지 않고 바로 정신과로 내원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공황발작이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 몸에는 자율신경이라고 하는 일종의 스위치가 있다. 자율신경이란 휴식기에 활성화되어 인체를 재충전하는 부교감신경과 위급 상황에서 활성화되는 재난 시스템인 교감신경계로 구성되어 있다. 자동차에 비유하자면 교감신경계는 파워모드, 부교감신경계는 연비절약 모드와 비슷하다. 파워모드로만 주행하는 자동차는 효율이 좋지 못하고 고장이 나기 쉽다. 신체 역시 교감, 부교감 신경의 적절한 순환을 통해 회복과 활력의 정도를 조정한다.

교감 신경계를 작동시키는 열쇠는 스트레스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교감 신경계가 활성화되어 스트레스에 대처하게 해주고, 적절한 대처로 스트레스 상황이 끝나면 부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어 다시 몸을 회복시킨다. 예를 들어 얼룩말이 사자를 만나면 교감신경계를 최대한 활성화시켜 위기를 벗어나고 휴식을 취할 때는 부교감신경계를 활성화하여 다친 몸을 추스리며 회복할 것이다. 원시인들의 삶도 아프리카 얼룩말과 비슷했을 것으로 보인다. 사냥을 하거나 맹수에 쫓길 때는 교감신경계의 스위치를 올렸을 것이고, 사냥을 끝내고 동굴에서 휴식을 취할 때는 부른 배를 두드리며 부교감 신경계의 스위치를 켜 몸을 회복시켰을 것이다. 물론 정말로 스위치를 킨다는 말은 아니다. 자율신경계라는 말 그대로 교감, 부교감은 환경변화에 따라 자율적으로 변화한다. 다시 자동차에 비유하자면 속도에 따라 알아서 단수를 조정하는 자동 변속기 비슷하다고도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원시인들의 삶과는 달리 현대인의 일상은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 미래에 대한 근심 등 스트레스 요소로 가득하다. 한번 스위치가 켜진 교감신경계가 좀처럼 꺼지지 못하는 것이다. 가장 편안해야 할 잠자리에서조차 불안과 스트레스에 치여 교감신경계는 날카롭게 켜져 있다. 이러한 자율신경계 불균형이 지속되면 교감신경계의 고장을 야기할 수 있다. 깊은 숲 속에서 호랑이를 마주친다면 신체의 고통에도 아랑곳없이 미친 듯이 도망쳐야 화를 피할 수 있다. 죽을 위기에 대한 신체의 응급비상 신호인 것이다.

그런데 호랑이가 보이지 않는데도 호랑이를 본 것 같은 고도의 교감신경계의 활성이 일어나는 것이 바로 공황발작의 정체다. 그러다 보니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응급실에 달려가게 되는 것이다. 한번 공황발작이라는 스위치가 켜지고 나면 언제 또 공황발작이 올까 두려움에 떨게 된다. 호랑이를 마주쳤던 사람이 호랑이를 다시 볼까 전전긍긍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를 예기불안이라고 한다. 공황발작의 빈도가 반복될수록 예기불안은 심해지고 삶은 점점 피폐해진다.

공황발작을 예방하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부교감신경계가 기지개를 킬 수 있도록 적절한 방법을 만들어줘야 한다. 기도나 묵상, 요가나 명상은 부교감 신경계를 활성화는 좋은 방법들이다. 공원에서의 산책 같은 일상의 평화롭고 잔잔한 활동도 매우 좋다. 무언가를 하기보다는 ‘존재하기’ 자체를 추구하는 활동들은 다 적절하다. 따라서 게임이나 격렬한 스포츠보다는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한가함을 즐기는 것이 부교감 신경계 활성화에 유익하다. 자율신경계의 균형과 회복 능력을 유지시킨다는 점에서 이러한 활동은 결코 시간 낭비가 아니다.

설경인 화정병원 정신과의사

피해야 하는 음식이나 장소도 있다. 커피, 술, 담배다. 물론 과용할 때 문제가 되는 것이다. 너무 꽉 끼는 옷, 덥고 습한 불쾌한 날씨, 밀폐된 공간 등의 환경도 공황발작과 연관될 수 있다. 공황발작은 한번이라도 생기면 이후의 삶에 큰 영향을 주게 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예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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