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장현의 통일로 가는 길>

[고양신문] 사상 처음으로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렸던 북미정상회담은 다음과 같은 의의를 지니고 있다. 첫째, 70여 년간 적대관계 속에서 서로를 악마시해왔던 북미 두 정상이 ‘신뢰’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전쟁이 아닌 협상을 통해 북핵 폐기와 북한의 안보우려 해소를 위해서는 상호 신뢰관계 구축이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한 것이다.

둘째, 공동 합의문은 ▲적대관계 청산과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항구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의 순서로 되어 있다. 이는 미국 정부가 사상 처음으로 북한 핵개발의 배경인 적대 속에서의 군비경쟁의 현실을 직시하고 이를 합의문에 명시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 정부의 입장은 북한의 핵 개발 배경이나 원인은 도외시한 채 일방적으로 먼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게 되돌릴 수 없는 수준으로 폐기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셋째, 두 정상은 공동 합의문의 각 조항을 ‘신속하게’ 이행한다고 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문 발표 이후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북핵 개발의 핵심 프로세스 20%를 폐기시키면 다시는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이를 완전한 폐기라고 본다”고 발언했다. 그간 미국이 주장해왔던 완전한 핵폐기란 핵무기·물질·시설·인력 등을 모두 폐기하는 것으로서 오랜 기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해, 2020년 미국 대통령선거 이전에 북핵 폐기를 마무리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북미정상회담 후속 조치를 둘러싼 신경전

그러나 북미정상회담이 끝나고 합의문의 이행을 둘러싸고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에선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세 번째 평양회담에서 빈손으로 귀국한 뒤 북한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북한에 비핵화 의지가 없다며 이제 북핵 폐기는 물건너갔다는 보도까지 이어지고 있다. 더욱이 지난 7월 16일 미·러 정상회담을 끝내고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대선 개입을 부정하는 푸틴 대통령을 옹호하는 발언을 한 이후 미국 내 여야 정치권과 언론의 뭇매를 맞으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궁지에 몰리고 있다.

 북한 또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 협상팀이 평양회담에서 일방적으로 강도같은 요구만 되풀이했다고 비난했다. 자신들은 ▲평화체제 구축 분야의 ‘종전 선언’과 ▲비핵화 분야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생산 중단을 물리적으로 확증하기 위한 대출력발동기 시험장 폐기’ ▲‘미군 유해 발굴’ 등을 동시에 토의하려 했으나, 미국이 종전선언 문제를 이러저러한 조건과 구실을 대면서 멀리 뒤로 미루어놓으려 했다는 것이다. 정상회담을 한 지 한 달만의 풍경이다. 이는 북핵 폐기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한반도에서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여정은 도처에 장애물들이 도사리고 있는 험로이다. 북미 양자에게만 맡겨서는 순항을 장담할 수 없다. 양국 모두에서 ‘적대적 공생관계’의 유지에서 기득권을 누리는 세력들이 활개를 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가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북미 간 쟁점이 되고 있는 ‘종전 선언’ 문제도 북미 정상 간에 이미 합의된 것으로서 문재인 정부가 개입해 양 측을 중재하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다.

촛불시민 동력삼아 평화체제 마무리해야

돌이켜 보면 이 여정의 출발은 재작년 겨울의 촛불집회였다. 촛불 시민들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으로 인한 국가적 위기가 발생하자 떨쳐 일어나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시키고 문재인 정부를 출범시켰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의 염원인 ‘나라다운 나라’ 건설을 모토로 안으로는 적폐청산과 밖으로는 평화 정착을 위해 뛰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북한이 참여하면서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개최 등으로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을 위한 여정은 시작됐던 것이다. 평화 동력은 다시 안으로 한국의 민주주의를 강화시켰다. 6.12 지방선거에서 국민들은 평창올림픽을 ‘평양 올림픽’으로 조롱하고, 평화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발목잡기에만 혈안이 되었던 자유한국당을 응징했다. 그야말로 쌍끌이 여정이다. 촛불혁명 > 문재

백장현(한신대 초빙교수, 고양파주통일시민학교 교장)

인 정부 출범 > 남북·북미정상회담 성공 등 평화 드라이브 > 6.13 선거 승리 등 민주주의와 통일의 두 동력이 서로 밀고 당기면서 쌍끌이 여정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6.13 선거승리로 만들어진 새로운 힘으로 북핵폐기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마무리할 때다. ‘기회가 왔을 때 잡지 못하면 어김없이 위기에 빠진다’는 한국 현대사의 교훈을 기억하며 다시 한 번 민족의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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