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기념 559km 걸어 귀가한 김승빈씨

무사귀가를 축하하며 부모님과 기념 사진 한컷. 김승빈씨의 전역기념 국토도보순례 559km의 든든한 응원군 부모님이 있었기에 순례가 가능했다.

[고양신문]지난 23일 오후 4시50분 덕양구 삼송지구 한 아파트단지 앞 공원. ‘축 하-포항에서 고양까지 일천사백리길 (559km) 단독 국토도보순례 대장정 완주, 해병대 1215기 전역기념행사’ 문구의 현수막이 내걸린 공원에 구릿빛 얼굴의 해병대 청년이 공원 입구에 들어 서자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청년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김문영, 이명순 부부의 얼굴이 더없이 환해졌다. 이들 부부와 함께 서있던 김문영씨의 친구들은 “장하다! 멋지다! 아들”이라고 크게 외치며 박수를 쳤다.
이날은 이들 부부의 아들인 김승빈 (23세·사진 가운데)씨가 군복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날이다. 김씨는 포항 해병대 1사단에서 지난 9일 전역을 한 후 다음날 오전 6시30분 교육훈련단 정문에서 출발해 이날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아파트에 무사히 도착 했다. 해병대에 자원했었다는 김씨는 “전역을 앞두고 군 생활이 끝난다는 즐거움 보다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더욱 컸다”고 한다. 전역 기념으로 활력을 찾을 수 있는 계기를 찾던 중 지난 봄에 세계 4대 극지마라톤이라 할 수 있는 ‘사하라사막’257㎞를 완주하고 20대 부문 1위를 차지한 유동현 해병의 스토리를 인터넷에서 보고 뭔가 느껴지 는 게 있었다. 고등학교 때 미래계획으로 적어둔 ‘국토대장정’도 떠올랐다.
도전을 결심한 김씨는 해병대 빨간 티셔츠를 입고 배낭에 태극기를 꽂고, 여벌의 옷, 세면도구, 텐트, 매트리스 등 20㎏ 정도의 배낭을 메고서 걷기 시작 했다. 포항에서 출발해 강릉까지 동해안 자전거길인 해파랑길을 따라 일단 걸었다. 대관령 옛길을 넘고, 평창, 원주, 양평, 하남까지 걷고, 14일째 되는 날에는 서울 광화문 이순신 장군 동상에 참배를 한 후 지하철 3호선 길을 따라 연신내, 북한산입구길, 삼송지구로 도착했다.

길위에서 만나 응원도 해주고 힘도 실어준 '길위의 응원군'들과 함께

캠핑장이 있는 곳에서는 쉽게 텐트를칠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찜질방에 가거나 산에서 비박을 하며 잠을 청했다. 따가운 햇살을 피하기 위해 대부분 새벽 3시쯤 출발해 저녁 9시 까지 걸었고, 핸드폰 지도 검색과 랜턴 하나에 의지하며 한 걸음 한 걸음을 옮겼다. 영덕의 강구항을 지날 때 아침식사를 위해 음식점에 들어갔는데 김 씨의 이야기를 들은 주인장이 진수성찬을 차려내 줘 힘을 얻기도 했다.
임원항에서는 고양시민인 퇴직자 부부 2팀이 캠핑카로 여행 중에 고양시 청년을 만났다며 반가워하며 먹을 것을 챙겨주기도 했다. 해안가 쉼터와 망상 해수욕장, 원주 등을 지날 때는 여행객과 해병대 안전요원들이 반겼는데, 간식과 격려금을 건네줘 더욱 힘이 생겼다. 대관령 고갯길을 지날 때는 새벽 3시 쯤이었는데 랜턴으로 불을 밝혀도 어두 웠다. 커브길에서 택시가 한 대 다가와서 피하려다 비탈길의 가드레일에 매달 리게 됐다. 다행히도 달리던 택시에서 내린 기사가 팔을 잡아당겨 구해줘서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기도 했다.

김승빈 씨는 삼송동에 도착했을때  부모님 친구분들이 반겨주고 격려해줘 그동안의 외로움과 육체적 피로를  싹 잊을수 있었다.

김씨는 “혼자 걸으면서 외로움과 두려움이 엄습해오기도 했지만 그래도 세상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을 경험한 소중한 시간들이 더 많았다”고 말했다.
휴가 때 새 운동화를 준비해뒀다가 이번에 신었는데, 신발 바닥도 모두 내려앉고 검게 그을린 피부가 벗겨지기도 했지만 해병대에서 단단하게 다져진 체력 덕분에 크게 몸이 불편하지는 않았 다. 삼송지구에서 동일탑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운영하는 김씨의 부모는 “막 내아들이 걱정스러워 울진, 양평으로 응원을 나갔다가 아들의 듬직한 모습에 마음이 놓였다”라고 말했다. 예정일보다 이틀 빨리 도착한 김씨는 “나약함을 떨쳐버리고 새로운 자신감을 얻었다”며 “9월이면 다시 울산과학기술원으로 복학하는데 좀 더 열심히 해서 세상에 도움 되는 공학자가 되겠다”고 힘차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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