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빛시론> 유정길

유정길 지혜공유협동조합 이사장, 불교환경연대 운영위원장

함께하는 시민단체운동의 거버넌스

[고양신문] 시민단체는 약자를 돕고 지원하며 그들의 고통을 대변하고 그들을 위한 감시와 저항운동을 전개한다. 국경을 넘어서 인류의 보편적 이익과 미래세대를 위해 다양한 대안적 사회운동을 전개하는 세력이다. 그래서 사회적 강자인 돈과 권력에 대해 비판의 시각을 갖고 지켜보며 그래서 쉽게 그들의 말을 신뢰하지 않고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습관이 있다. 약자의 입장을 대변하면서 더 이상 권력이 부패하지 않도록, 그리고 재벌과 기업이 사익으로 인해 공익이 피해를 받지 않도록, 현재 세대의 이익을 위해 미래세대가 피해 받지 않도록 공시적(共時的)이며 통시적(通時的) 관점을 갖고 사회의 소금과 빛의 역할을 한다.

그러나 최근 시민단체가 비판과 저항만하는 ‘저항주체’가 아니라 대안사회를 위한 ‘창조주체’로서의 역할도 강조되면서 정치와의 협치(Governance)가 강조되고 있다. 사전논의 단계부터 정책과 활동을 검토해야지 일이 벌어진 뒤에 이를 반대하는 것은 자원과 인력만 소진하게 되어 덜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항과 감시만이 아니라 함께 참여하면서 의제설정과 진행, 결과와 평가까지를 하며 처음부터 시민중심의 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 더 나아가 저항주체로서만이 아니라 대안주체, 책임주체, 창조적 주체의 관점에서 저항을 조직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양시 평화경제준비위원회 준비

작년 5월 9일 촛불혁명으로 사상초유의 대통령보궐선거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의 1년간은 최고 84%의 지지율을 갱신했고 1년이 지난 최근도 여전히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역대 대통령 중에 최고라고 할 수 있으며. 이러한 지지에 힘입어 1년 뒤인 지난 6월 13일 지방자치단체선거는 예상했듯이, 아니 예상보다 더 큰 격차로 민주당이 압도적으로 승리를 했다.

이번 고양시장으로 당선된 이재준 시장의 시정운영을 위해 지난 6월 19일부터 27일까지 7회에 걸쳐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1차 평화경제준비위원회 회의가 있었다. 각 부서별 업무보고를 들었고 향후 공약실행 계획을 듣고 치열한 토론이 있었다. 이어 7월 1일 취임이후 총 5회의 2차 평화경제준비위원회 회의가 열려 전체토론 및 분과별 토론이 진행되었다.

필자는 과거 환경부의 환경정책시민협의회와 서울시의 거버넌스 조직인 녹색서울시민위원회를 함께 만들었고, 대통령자문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으로 수년간 활동을 했던 적이 있었지만 대체로 행정의 한 부분적 역할에 그쳤던 반면, 이번 고양시의 평화경제준비위원회라는 인수위원회의 활동에 참여하면서 한 도시운영의 전모를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는 점이 각별했다. 시민단체들도 이렇게 초기에 협치(거버넌스)의 일환으로 참여하여 큰 역할을 하였다.

4년 뒤 훌륭한 정치예술품이 되길

먼저 느꼈던 점은 우선 새로운 시장이 취임하면서 정책적 변화를 위한 고양시정 전체의 포괄적인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전 시정과의 계속성을 유지하면서도 공약으로 당선된 시장의 정책적 차별성과 실효성을 찾아야 했고, 지속되는 민원과 지역내 갈등의 새로운 해법을 위한 논의를 해야 했다.

104만 인구와 예산 2조2000억원으로, 수도 서울과 인접하고 북한산을 남쪽에 두고 한강과 군사분계선과 인접하여, 농촌과 함께하는 도농복합도시이자, 전시 및 관광 방송산업 및 역사문화도시인 고양시를 균형 있고 통합적으로 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최근 남북관계가 활성화되면서 파주와 인접한 철도교통의 요충지로서 고양시는 평화경제특별시로서의 위상을 준비해야한다는 점과, 인간과 환경이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지속가능한 도시로서, 그리고 ‘성장’이 아니라 ‘성숙’의 사회로 가는 길에 시민들의 ‘행복도’를 중심으로 하는 시정이 되어야 한다.

이재준 시장은 이번 회의 내내 진지하게 경청하는 자세에서 큰 신뢰가 느껴졌다. 그러나 감시자와 대변자에서 이제는 행정책임자가 되었다. 사람을 통합하고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자리로서 유연하고 열린 통합성을 갖지 않으면 안 된다. 더 많은 유머와 관용과 여유가 있어야 한다.

또한 이번에 참여하면서 회의를 준비하는 공무원들의 일사불란함과 깔끔하게 의제를 정리해오는 좋은 실력에 나름 놀랐다. 그러나 바로 그러한 실력이 개인과 몇몇 소수의 이익을 위해 집중된다면 큰 위험이 아닐 수 없다. 4년 뒤 신임시장의 성패여부는 이들 공무원들과 입안의 혀처럼 어떻게 팀워크를 만드는가가 중요하다. 이번에 평화경제위원회에서 만들어진 정책이 4년 뒤에 찬란히 실현되어 훌륭한 정치예술품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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