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공간> 원당서적

원당시장 인근, 5년 만에 다시 문 열어
잘 꾸며진 책방에 커피전문점 편안함 더해
“이웃과 함께 하는 따뜻한 동네책방 꿈꿔”

 

원당 주교동 상가거리에 반가운 이름 '원당서적' 간판이 다시 내걸렸다.


[고양신문] 주교동 원당시장 인근 상가거리에 원당서적이 돌아왔다. ‘문을 열었다’가 아니라 ‘돌아왔다’고 쓴 이유는 말 그대로 시간을 되돌리듯 5년만에 예전 그 자리에 그 이름으로 재오픈했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서점이 점점 자취를 감추는 것이 당연스레 받아들여지는 요즘 작은 동네서점이, 그것도 옛 추억을 고스란히 호출하며 돌아왔다는 사실이 반갑지 않을 수 없다.
 

감각적 북큐레이션과 세련된 인테리어

주교동 중심가 롯데리아 건너편, 화장품 매장과 이동통신 매장 사이로 ‘원당서적’ 이라는 살가운 간판이 눈에 띈다. 상호 아래엔 ‘Book & Coffee'라고 적어 넣었다. 안으로 들어서면 좌·우로 이어진 붉은 색 서가에 책들이 장르별로 정리돼 있다. 책꽂이를 빽빽하게 100% 활용하지 않고, 군데군데 여유공간을 두며 아기자기하게 디스플레이 했다. 표지가 예쁜 책들은 정면으로 나란히 배치하고, 작은 소품과 메모지 등을 적절히 활용한 모습에서 주인장의 감각이 꼼꼼히 느껴진다. 입구 근처에 창밖 상가거리를 내다볼 수 있는 테이블도 몇 개 놓여있다.

입구는 상가 한 칸 넓이지만, 매장 안쪽은 입구에 비해 훨씬 넓고 편안하다. 입구가 서점의 기능에 비중을 둔 공간이라면, 안쪽은 서점과 카페의 장점이 적절한 수위로 조화를 이룬 공간이다. 테이블과 의자의 배치가 다채로워 손님 숫자에 따라 적절한 자리를 잡을 수 있다. 혼자 찾아와 커피 한잔 마시며 책을 보기 좋은 자리도 있고, 서너 명이 수다를 떨기 좋은 공간도 따로 마련됐다. 가장 안쪽에는 십여 명이 둘러앉아 작은 모임을 열기에 좋은 단체석도 자리하고 있다. 모든 테이블마다 멀티탭을 마련해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사용자들이 편하게 이용하도록 했다.
 

서점 입구에서 이어진 서가. 분야별로 선별된 다양한 책들이 꽂혀있다.


30여년 전 문 연 토박이 책방

1986년 무렵 문을 연 원당서적은 고양군 시절 인근에서 가장 번화한 상업지역이었던 원당 주교동 상가거리의 유일한 동네책방이었다. 온라인 서점이 등장하기 전 고양에 살던 사람들은 책을 사려면 너나없이 원당으로 나와 원당서적에서 책을 사곤 했기 때문에 토박이들은 ‘원당서적’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여러 가지 기억들을 떠올리곤 한다.

원당서적과 관련된 또 하나의 스토리는, 고양을 대표하는 지역 서점인 ‘한양문고’의 못자리가 바로 이곳이라는 점이다. 한양문고 남윤숙 대표는 원당서적을 인수하며 처음 서점 사업을 시작해 이후 한양문고 마두점과 주엽점을 연이어 성장시켰던 것. 하지만 오프라인 책 시장이 위축되면서 지난 5년간 원당서적이 있던 자리에는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탐앤탐스’가 간판을 걸었었다. 남 대표는 “경영적 판단에서 문을 닫았지만, 원당에 하나밖에 없는 책방 문을 닫았다는 생각에 후회도 많이 했다”면서 “서점이 없어져 너무 섭섭하다는 한 고객의 전화가 아직도 기억난다”고 회고한다. 결국 프랜차이즈 계약 만료를 맞아 다시 원당서적의 전격적인 ‘귀환’을 결정했다.
 

긴 서가가 늘어선 입구를 지나 안쪽으로 들어서면 넓고 여유로운 공간이 열린다.
북큐레이팅 감각이 돋보이는 추천도서 코너.

 
커피전문점 부럽지 않은 차림표

탐앤탐스 시절부터 매장 운영을 맡아온 최홍익 점장도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내내 손님들로부터 원당서적이 사라져 아쉽다는 소리를 종종 듣곤 했다”면서 “5년 전 원당서적에서 훨씬 업그레이드 된, 훨씬 편안하고 친근한 공간이 될 것”이라는 자랑도 잊지 않았다.

원당서적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꼽자면 전문 커피전문점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식음료 차림표다. 커피나 음료가 구색 맞추기 수준에 머무는 일반적인 카페형 서점과 달리, 탐앤탐스 시절의 다양한 메뉴와 맛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어 커피는 물론 각종 주스와 차, 빙수, 베이커리 등을 입맛대로 주문할 수 있다. 책을 한 권 사면 음료 1000원 할인, 두 권을 사면 커피 한 잔이 아예 공짜다.

책방으로서의 전문성도 높은 점수를 줄만하다. 서가를 천천히 둘러보면 문학, 인문, 아동, 실용 등 코너별로 단정하게 분류된 서가와 추천도서 코너 등에서 남다른 북큐레이팅 솜씨가 감지된다. 한양문고의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는 덕분에 서가 구석구석을 공간과 가장 어울리는 책들로 채울 수 있었다. 그러나 동네책방의 색깔은 공급자의 안목과 수요자의 관심이 교집합을 이루는 지점에서 만들어지게 마련. 그런 까닭에 원당이라는 입지, 그리고 60여 평이라는 매장 규모에 어울리는 서점 운영 모델을 하나하나 찾아가는 것이 새로 문을 연 원당서적의 앞에 놓인 과제다.
 


"지역의 문화 사랑방 만들 것"

최 점장은 원당서적의 지향점을 고객에게서 찾으려 한다고 말한다.
“원당서적이 단순한 구매 공간이 아닌, 사람들이 이어지고 문화가 소통되는 지역의 문화 사랑방으로 자리잡았으면 좋겠어요.”
그는 개점 이후 매일같이 오전 10시 문을 여는 시간부터 밤 10시 문을 닫는 시간까지 서점을 지키며 손님 한 명 한 명의 반응과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온라인 서점이 주지 못하는 마지막 영역, 사람과 사람이 만날 때 만들어지는 정서적 자장을 소중히 품겠다는 마음으로 읽힌다.

다시 문을 연 지 이제 석 달. 고맙게도 다시 돌아온 서점을 반기며 어느새 단골이 된 손님들이 늘고 있다며 “혼자 왔던 손님이 친구나 지인들을 데리고 와 소개를 해 줄 때는 너무 고맙더라”고 말한다.
아직까지는 공간과 일을 새롭게 세팅하느라 경황이 없었지만, 가을부터는 동네서점에 어울리는 크고 작은 문화 프로그램을 열 계획이다. 시간이 지나며 원당서적을 중심으로 이런 저런 분야의 정기 모임이 여러 개 만들어지기를 꿈꾼다고 한다.
“원당 한복판에 편안하고 괜찮은 동네책방이 있다는 얘기를 오래도록 듣고 싶습니다.”


원당서적

고양시 덕양구 호국로 790번길 6
031-966-4545


 

입구에 오픈 이벤트를 안내하는 작은 입간판이 놓였다.

 

원당서적 최홍익 점장. "고객 한 명 한 명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듣겠습니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