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 우성립 조각작품전

10월 22일까지 아트스페이스 애니꼴
 

우성립 작가의 작품 '글쎄 그런데'


[고양신문] 보고 있으면 빙그레 웃음이 나온다. 고집스럽고 허풍도 있고, 잘난 척하고 싶지만 속은 비어 있는 사람들. 자신만의 스타일로 우리 시대 중년의 초상을 보여주고 있는 조각가 우성립의 조각전이 고양시 일산동구 풍동에 위치한 아트스페이스 애니꼴(관장 김희성)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장 입구에 있는 ‘바람이 전해준 도시의 소리’부터 빨간색 여행 가방을 옆에 두고 벤치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는 ‘어느 멋진 날의 오후’, 꽃다발과 쇼핑백을 들고 마치 애인을 만나러 가듯 달려가고 있는 즐거운 표정의 ‘기다려라 오빠가 간다’, 마이크를 들고 노래를 부르는 중년을 표현한 ‘내 아버지의 18번’ 등 작품 제목도 작품 이미지만큼이나 정겹고 코믹하다.

우 작가가 처음 전시를 시작할 때는 어둡고 무거운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다. 작품 활동을 하면서 점차 주인공들의 표정도 밝아지고, 액션도 크게 만들게 됐다. 2010년도에 가죽나무에 채색해 완성한 작품 ‘글쎄 그런데’는 손가락 사이에 담배를 들고, 뭔가 풀리지 않는 고민거리가 있는 듯 주름이 깊게 파인 중년 남성의 표정을 심각하고 심술 맞게 표현했다. 작가의 설명을 들어보니 그가 지금 고민하고 있는 것은 몇 올 남지 않은 머리카락이다. 우 작가는 중년이라는 타이틀로 캐릭터를 만들면서 고민을 많이 했다.

“중년이라고 하면 고집스럽고 허풍도 있고, 잘난 척하고 싶지만 속은 비어 있는 그런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느껴졌어요. 그런 사람들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허세를 보이는 모습을 표현하고 싶다고 생각했죠. 제일 처음 생각했던 것은 대머리와 그 경계에 있는 사람들, 앞머리가 조금 남아있는 남자였죠. 몇 가닥 남지 않은 머리카락이 남자의 마지막 자존심이라고 하잖아요. 스스로는 아직 대머리가 아니라고 자위하고 있는 거죠. 그것처럼 과장된 허세를 조금 코믹하게 보여주자는 의미에서 얇은 팔다리와 불룩한 배를 표현했어요.”
 

(사진=애니꼴)


그는 살면서 만나게 되는 일상의 수다스러운 이야기를 과장된 몸짓들로 완성했다. 관객들이 작품을 보면서 ‘내 주변에도 저런 사람이 한 명은 있어. 그런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들이 그들만의 고민은 아니지 않을까’라고 공감하는 시간을 주고 싶었다. 작품을 통해 내 아버지와 남편, 아들, 그리고 남자로 살아가는 그들을 만나볼 수 있고, 이 모든 모습은 여성으로 대치해도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울산에 거주 중인 우 작가는 그동안 다수의 개인전과 초대전을 열었다. 그의 작품들은 울산 복산 조각공원, 울산 수변공원과 울산시 교육청 등에서 만날 수 있다.

전시를 준비한 애니꼴의 김희성 관장은 “그동안 애니꼴에선 서정적인 그림이나 사진 등을 주로 전시했고 입체적인 조각전은 오랜만”이라며 “중년 남성들이 주인공이지만 친숙한 모습이어서 여성들도 공감하기 쉬울 것 같다. 삶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전시 의도를 설명했다. 전시는 10월 22일까지 열린다.
 

" (사진=애니꼴)


 

풍동 아트스페이스 애니꼴에서 진행 중인 우성립 조각전 전시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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