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고양문화재단 혁신인사 단행한 '박정구 대표이사'

▲ 박정구 고양문화재단 대표이사.

1년 임기 대표이사 보궐 인사 땐,
전 시장 측근 인사 비판받았지만
아무도 손 못 댄 조직개혁 단행
재단 직원들도 환영하는 분위기


[고양신문] 박정구 고양문화재단 대표이사가 취임한 지 7개월이 지났다. 지난 7월 말 박정구 대표는 본부장 2명을 결재라인에서 제외시키는 등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재단의 내부 기강을 바로잡고 과거의 위상을 되찾기 위한 개혁에 돌입했다. 결과는 만족스럽다는 평가다. 시의회의 평가도 호의적이었으며, 직원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다. 내부적으로는 “이제 일할 맛이 난다”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최근 있었던 조직개편안의 좋은 평가와 달리 박 대표의 출발은 여건상 여러모로 좋지 못했다. 올해 초 문화재단 전직 대표의 갑작스런 사직서 제출이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이었고, 잔여임기도 1년여밖에 남지 않은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2월 최성 전 시장이 박정구 대표를 문화재단 대표이사로 낙점하자 지역문화계에선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정치적 판단으로 결정됐다”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박 대표이사가 최성 전 시장의 측근으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분쟁과 고발로 얼룩졌던 고양문화재단 내부문제를 해결하고 개혁을 주도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시각도 많았다.

하지만 지방선거가 끝난 직후 고양문화재단은 내부개혁을 가장 혁신적으로 이룬 산하기관으로 평가받고 있다. 내홍의 핵심으로 여겨졌던 ‘본부장’을 지난 7월 전문위원으로 발령시킴으로써 직원들의 사기를 올리고 문화재단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조직을 슬림화 했다. 고양문화재단이 최성 시장 시절 이렇다할 자구책을 마련하지 못했던 것과 비교해서 이번 조직개편은 상당히 강력한 조치라 할 수 있다. 물론 일각에선 문제가 됐던 본부장을 과감하게 퇴출시키지 못한 것을 두고 아쉽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박 대표는 이번 조직개편이 문화재단 개혁의 시작임을 시사하고 있다. 앞으로도 손봐야 할 부분이 많다는 얘기다. 지난달 20일 박정구 고양문화재단 대표를 만나 조직개편의 의미와 문화재단의 발전 방안에 대해 물었다.    


▬ 최근 단행된 고양문화재단 조직개편에 대한 평가를 스스로 내린다면.

결론적으로 말하면 너무 잘됐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우울했던 직원들의 얼굴이 많이 밝아졌다. 그것으로 충분히 성과가 있는 거 아닌가. 올해 초 문화재단 대표에 취임하면서 구상했던 것을 이제야 실현시킨 것이다. 이번 개혁의 핵심은 조직의 슬림화다. 중간에 칸막이 역할을 했던 결재라인은 없애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조직 내에서 2명의 본부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다.

공정한 인사가 이뤄지지 못한 것도 직원들에게는 큰 불만이었다. 2014년 허위제보사건의 소용돌이 속에서 무고한 직원들 10여 명이 강제 퇴직당하는 아픔을 겪었다. 대법원 판결까지 가서 복직을 했지만 이 사람들이 제 위치에서 일하지 못하고 있었다. 시설전문 인력을 행정으로 넘기고 행정직을 엉뚱한 데로 보내는 그런 인사가 진행돼왔다. 조직 내의 이런 불공정은 직원들 간 불신만 초래했고 사기를 떨어뜨렸다. 이런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했다. 그래야 직원들이 좋은 공연도 가져오고 시민들을 위한 프로그램에 창의적인 아이디어도 낼 수 있다.


▬ 본부장을 결재라인에서 제외시켰다. 반발은 없었나.

대를 위해 개인이 희생해야 한다고 설득했다. 2명의 본부장들도 기꺼이 수용했다. 그동안 팀장급, 과장급, 또 팀원들에게 들어보니 모든 화살표가 한쪽으로 쏠려있었다. 두 명의 본부장 중 한 명이 지목됐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보고 있다면 그것은 정말로 그 사람이 문제의 핵심이란 얘기다. 본인 스스로는 억울할 수도 있다. 또 그 본부장은 많은 소송에서 무혐의도 받아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홍의 핵심에 그 본부장이 있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본인이 떳떳할지라도 대를 위해서는 희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직위를 내려놓을 때 한 명의 본부장만 내려오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른 본부장도 함께 직위에서 내려와야 했다.
 

▲ 고양문화재단이 운영하는 고양아람누리 전경. <사진=고양문화재단>


▬ 내년이면 문화재단이 15주년을 맞는다. 105만 대도시 문화재단으로의 위상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중요하게 판단해야 할 부분은 문화재단이 공공성을 우선하느냐, 이익을 추구해야 하느냐다. 재단이 세금으로 운영되다보니 경영에 있어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즉 재정자립도를 따져야 한다. 그렇게 되면 공연의 질보다 시설 임대나 대관에 치우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공공성을 우선시하면 자체적으로 좋은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시민들에게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제공할 수도 있다. 저렴한 가격에 문화향유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중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서는 안 되겠지만, 그래도 저는 공공성에 많은 비중을 두려고 한다. 

2004년 출범한 고양문화재단은 초창기에 공공성을 중시하며 사업을 진행했다. 그래서 시민들의 사랑도 많이 받았다. 재단의 위상이 높았던 시기는 2011년도까지다. 재단의 공공성이 빛을 발할 때였다. 그런데 그 이후로 쇠락했다. 가장 큰 이유는 출연금(예산)의 축소다. 시에서 돈을 안 주면 재단이 자구책을 낼 수밖에 없다. 벌어서 써야 한다. 그렇다고 돈을 벌 수 있는 구조의 기관도 아니다. 악순환이 생기는 거다. 현재의 문화재단은 10년은 후퇴했다고 본다. 재단 예산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작년 예산이 145억원이었다. 이전에는 100억원이 안 됐다. 작년에서야 10년 전 수준으로 올라온 거다. 인구가 비슷한 성남시 문화재단은 240억원 정도 예산을 쓰고 있다.


▬ 고양문화재단의 내년 예산은 어느 정도 생각하고 있나.

15년 된 문화재단은 시설이 많이 노후화 됐다. 시설 현대화가 필요하다. 그래서 작년에 예산을 전년도보다 많이 요구했던 것이다. 시설 개선은 3개년, 5개년 계획으로 세워 나가야 하는데, 최근 시의원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노후 시설개선을 5년간 할 필요가 있느냐, 내년에 할 수 있는 데까지 하는 방향으로 예산을 세워봐라”라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최근 이재준 시장이 산하기관 예산을 삭감한다고 하니 이게 가능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  

우리 재단은 시설보강까지 포함해 총 230억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서 줄이고 줄이니 208억원 정도 된다. 하지만 시장님이 더 삭감하라고 하니 154억원 정도에 맞췄다. 이것이 저희가 생각하는 최소 금액이다. 고양문화재단의 공공성을 위한 최소한의 돈이다.


▬ 굵직한 공연들이 과거엔 많았지만 몇 년 사이 줄었다. 좋은 공연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감을 다시 채워줄 수 있을까.

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문화재단의 위상과 직원들의 마인드가 중요하다. 조직이 개편되고 일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직원들의 의욕도 올라갔다. 결재라인을 줄이고 일하고 싶은 부서에서 일할 수 있게 한 것이 주요한 것 같다. 직원들이 자부심을 갖고 일을 했을 때 성과도 좋아진다. 그래야 공연기획사와의 협상에서도 끌려다니지 않게 된다. 직원들 한명 한명의 마인드가 그래서 중요하다.

최근 들어 여러 공연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얼마 전 있었던 정경화·조성진 콘서트는 100% 매진됐다. 원래는 고양시 단일공연으로 준비됐지만 관객 호응이 너무 좋아 기획사가 순회공연을 하겠다고 양해를 구했고 우리도 허락했다. 전국을 도는 인기 콘서트가 고양시에서 시작된 셈이다. 시립교향악단의 인기도 기대 이상이다. 2번의 공연이 모두 만석이다. 보통은 무대 합창석을 비워두는데, 합창석까지 관객으로 가득 찼다. 시민들의 음악수준이 높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10월에는 ‘노트르담 드 파리’ 등 좋은 뮤지컬이 잡혀있고, 송년 음악회로는 문화재단이 직접 기획한 장사익 콘서트가 준비돼 있다.
 

▲ 박정구 고양문화재단 대표이사.


▬ 새로운 시장이 취임하면서 산하기관장들의 거취에 관심이 많다. 취임 초 이재준 시장은 “임명권자가 바뀌면 서로의 의향을 묻는 것이 예의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한다”는 말을 했는데.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시장도 본인의 시정에 대한 전체적인 구상이 있을 텐데, 그렇게 하려면 국장급만 가지고는 안 된다. 산하기관장도 함께 가야 한다고 본다. 이재준 시장이 취임 초 “산하기관이 제출한 혁신안을 보고 거기에 따라 재신임을 묻겠다”라고 했는데, 저는 그것을 따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재신임에 대한 판단은 현 시장에게 맡겨야 한다.


▬ 선거 당시 이재준 시장이 “당연직인 이사장직을 물러나겠다”는 약속을 했는데, 가능한 일인가.

실제로는 진행되는 데 걸림돌이 많다. 우선 조례를 바꾸는 과정이 녹록지 않을 것이다. 재단법인이기 때문에 이사장직을 아예 없앨 수는 없다. 그렇다면 이사장을 외부인사로 뽑았을 때 비상임 명예직으로 앉힐 것인지, 상임 이사장으로 둘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마포구에선 연기자인 손숙을 이사장으로 두고 있다. 하지만 비상임이기 때문에 명예직일 뿐이다. 만약 이사장을 상임으로 두면 이미 상임으로 일하고 있는 대표이사와 충돌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외부인사가 강력한 힘을 가진 이사장직에 앉게 되면 쓸데없는 알력싸움으로 재단이 오히려 퇴보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 임기가 내년 1월까지다. 연임에 대한 기대도 있을 것 같다. 

현재 문화재단은 개혁의 연속성이 필요한 때다. 재단을 1년 꾸리면서 조직만 바꾼다고 곧바로 혁신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1년 임기로 왔지만 연임도 가능한 자리다. 연임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무엇보다 이번 혁신안을 집행하고 완성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문화재단의 체질을 바꾸기 위해서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 물론 개인적 희망사항이다. 객관적 판단에 따라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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