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경 기자의 공감공간> 강화 신문리 미술관 & 카페

1930년대 세워진 조양방직 폐공장
빈티지한 낭만 깃든 공간으로 재탄생

 

아기자기한 빈티지 소품들로 꾸민 상신상회


[고양신문] 강화에는 걷기 좋고 역사적 사연이 깃든 길이 많다. 고양시에서도 가까워 찾아가기도 쉽다. 나들이하기 좋은 계절. 강화나들길 14코스에 포함되어 있고, 강화읍 스토리워크길 중 한곳인 미술관 겸 카페 조양방직(이용철·김현화 공동대표)을 방문했다.

왕복 2차선 길가에 바로 접해 있는 허름한 건물이 보인다. 조양방직이라는 중앙간판 아래 좌우로 ‘신문리 미술관’이라는 간판이 붙어 있다. 빈티지 감성이 넘치는 입구에서부터 사람들이 사진을 찍느라 바쁘다. 젊은 남녀, 중년층, 가족 단위 등 손님들 성향도 다양하다.

조양방직은 일제강점기인 1933년에 설립된 우리나라 최초이자 최대의 방직회사였다. 이곳은 국내 섬유산업을 주도하며 1960년대까지 최고 품질의 인조직물을 생산했다. 이후 수십개의 방직회사들이 들어오면서 강화도는 최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방직공장이 대구나 구미 등지로 옮겨가면서 강화도는 급격한 쇠락의 길을 걷게 됐다. 이곳 조양방직도 20~30년 정도 폐가로 방치되어 있다가 이 대표가 지난 1년간 보수 공사를 해 올 7월에 현재의 모습으로 오픈했다. 정식 오픈행사도 하지 않았는데 벌써 SNS 에 핫 플레이스로 알려져 많은 이들이 찾고 있다.
 

강화 신문리 미술관 겸 카페 '조양방직'


오래된 벽을 비추는 추억의 흑백영화

최근 창고형 커피숍이 하나의 트렌드처럼 늘고 있는데, 이곳은 2000평이나 되는 규모에 입이 떡 벌어진다. 입구를 들어서면 곳곳에 놓여 있는 조형물들과 공간들이 시간의 흐름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듯 보인다. 근엄하고 무거운 느낌의 창고형 건물들과 달리 조양방직 안쪽의 상신상회 코너는 빈티지한 가구와 소품들로 가볍고 재미있게 꾸몄다.

이 대표가 특히 사랑하는 공간은 ‘벽1’과 ‘벽2’로 이름 붙인 카페 오른쪽 벽면이다. 세월만이 만들 수 있는 벽면 그 자체를 그는 미술작품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곳 벽면에는 빈티지한 대형 영사기를 통해 옛날 영화가 계속 상영된다. 흑백필름 속 찰리 채플린이나 오드리 헵번을 보며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다 보면 마치 시간이 멈춘 듯싶다.

인사동에서 유럽 빈티지 샵을 운영했던 이 대표는 인테리어에도 관심이 많았다. 이전에 살았던 삼청동 집도 직접 꾸며 예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고, 부인 김현화 대표가 인사동에서 운영한 카페도 직접 꾸몄다. 지금의 조양방직 간판도 직접 디자인했다.

이 대표가 지인을 통해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때는 고물상 비슷한 폐가였다.
“너무 많은 쓰레기가 쌓여 있었고 등나무로 뒤덮여 있어서 폐가처럼 무섭기까지 했어요. 바닥에는 물도 차 있고, 기둥도 무너질 것처럼 휘고, 보들이 주저앉기 직전이었어요. 그 와중에 제 눈에 아름다운 트러스 구조가 보이더라구요. 건축물이 저한테 말을 거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이곳과 사랑에 빠지게 됐죠.”

그 후 거의 날마다 이곳에 와서 이리보고 저리보며 건축물과 대화를 나누고 교감을 했다. 점점 강화에 진한 흔적을 남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리모델링을 결심한 후 처음에는 마음 고생을 무척 많이 했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에 짊어지기 힘든 짐과 같았다. 주변의 시선도 부정적이었다.
 

야경이 아름다운 조양방직


강화 관광의 새로운 명소로 부각

하지만 변신을 시도한 후 이곳을 찾는 이들은 찬사 일색이다. 배타적이었던 주민들도 지금은 좋아한다. 침체됐던 공장터를 개성 넘치는 예술 공간으로 탈바꿈시켜 많은 사람들이 찾게 했기 때문이다. 이곳 뿐 아니라 신문리나 강화읍 곳곳에 잘 지어진 예전 건축물들이 남아 있어 또 한 번 제2의 부흥기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소중한 자원이 될 것 같다. 그 모티브를 조양방직이 제공하고 있는 듯하다.

“이곳을 통해 강화읍이 새로운 관광명소가 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어요. 공간은 투박하지만 그 자체가 미술이고 아트인 거죠. 조명에 제일 신경을 써서 거칠지만 화려하게 표현했어요. 앞으로 이곳에서는 세계적인 디자이너의 크고 멋진 패션쇼를 열거나, 럭셔리한 결혼식, 자동차 런칭 행사를 하고 싶어요.”

이 대표는 젊은이들이 떠나고 노인들만 덩그러니 남겨졌던 일본 나오시마 섬을 예로 들었다. 안도 다다오가 설계하고 섬 전체를 갤러리로 꾸며 건축물과 미술품 전시 등 현대 미술의 성지로 새롭게 태어났다. 노랑이나 빨강 원색에 검은색 물방울무늬를 입힌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 ‘노랑 호박’을 보기 위해 세계에서 수 많은 사람들이 찾을 정도다.

이곳 조양방직도 도시재생이라는 관점에서 앞으로 더 조명을 받을 듯 싶다. 실제 6만평 규모의 시멘트 공장 활용방법을 찾기 위해 문경 공무원이 이곳을 다녀갔다.
 

조양방직 마당에 세워진 빨간색 전화부스.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감성 충전’

카페 내 안쪽 공간에서는 홍대에 본점을 둔 케이크 카페 ‘레미니스’의 대표가 직접 다양한 케이크들을 만들고 있다. 카페에 들어서면 커피 향과 함께 퍼지는 고소한 냄새가 기분 좋게 만든다. 적당히 단맛이 나는 홍차치즈케잌은 입안에서 살살 녹는 느낌이다. 계산대 앞 주방에서는 여러 명의 바리스타가 분주하게 커피 주문을 받고, 커피를 내린다. 좋은 원두를 사용해 맛에 특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이 대표는 이곳을 전담할 바리스타 겸 매니저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당분간 이곳은 조금 더 진화를 계속할 예정이다. 정착이 되고 나면, 지역발전을 위해 어디든 달려갈 생각이다.

처음 방문했다는 김포에서 온 20대 여성은 “박물관처럼 볼거리가 많아서 입장료를 내고 와도 아깝지 않을 것 같다”며 “빨간색 공중전화나 낡은 버스 등 옛날 감성들이 묻어나고 공간이 예뻐서 또 오고 싶은 곳”이라며 사진을 찍기에 바빴다. 휴일이면 어느 새 아침부터 사람들이 붐빈다. 버려졌던 공간이 새롭게 변신해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의 발길을 끌고 있는 것이다.


주소 : 인천 강화군 강화읍 향나무길5번길 12
문의 : 0507-1307-2192
 

빈티지한 대형 영사기를 통해 옛날 영화가 상영되고 있는 카페 안쪽 벽면

 

입에서 살살 녹는 홍차 치즈케이크와 맛있는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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