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학부모 어우려져 땀 흘리며
고양시 녹지공간 지켜지기를 함께 기원


 


[고양신문] 해마다 10월이 되면 곡산역 뒤 대내리(대장동과 내곡동) 마을에는 누런 벼가 익어간다. 여기에 10여개의 허수아비들이 즐비하게 서서 지나가는 사람들과 차량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이곳은 대곡초등학교 아이들이 매년 가을걷이를 하는 논이다. 고양시 몇 개 남지 않은 녹지축 중 하나인 영주산과 산황산 주변은 맹꽁이, 고라니, 금개구리, 그리고 다양한 새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지난 18일과 19일 양일에 걸쳐 대곡초 아이들이 추수작업을 진행했다. 추수하는 날은 마을의 잔칫날이다. 학부모 풍물동아리는 그간 닦은 기량을 발휘하는 시간이고, 고사리손 낫질 돕고, 새끼 꼬느라 엄마 아빠의 손이 분주하다. 아이들은 자기가 심은 모가 벼가 되고, 또 벼를 베는 과정을 체험하는 실제 꼬마농부였다. 매년 접하는 일이지만 징을 치면 벼를 베고, 홀태에 벼를 훑어 이삭을 고르고, 짚을 쌓는 과정으로 진행되는 벼베기 활동이 아주 인상적이다. 벼베기가 끝나면 아이들은 지푸라기로 새끼도 꼬고 새끼줄로 줄넘기도 하며, 논에서 뒹굴며 즐거운 놀이의 향연이 시작된다.

이틀동안의 추수작업에서 얻은 쌀은 정미소로 가져가 도정 후 떡을 해 나누어 먹으며 꼬마농부의 1년 농사체험을 마무리한다.
 


대곡초등학교에서는 농촌현장을 가지 않고도 교육과정으로 학교 가까운 마을에서 경험을 쌓고 있다. 선생님들과 학부모가 상호 협력해 만들어낸 6년간 교육과정의 구현이기도 하다. 기회만 된다면 다른 학교 친구들도 대내리에 와서 맘껏 뛰어 놀았으면 좋겠다. 아이들의 생태적 감수성을 함양하고 녹지보전에도 함께할 수 있어 이보다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이 활동에 참여하는 학부모들의 마음은 고양지역의 녹지축이 계속 연결되어 생물들이 잘 어우러져 살 수 있는 공간이 지속되길 바랄 뿐이다.

지난 10여 년의 고양시 모습을 보더라도, 대형할인매장의 수 증가, 주상복합단지와 아파트 건설에 집중하여 개발에 열을 올려왔다. 이에 반해 녹지 보전과 관리에 관한 예산투입이나 사업은 계속 감소하고 있다. 산황동 골프장 개발부터 택지개발까지 사업자를 중심으로 허가를 내주는 방식에서 고양지역 시민들과 아이들이 자연생태계와 공존하며 공생하는 길로 마인드가 변화되길 바라는 학부모들의 마음은 같은 연장선일 것이다.

100만이 넘는 고양시에 녹지공간이 얼마나 될까? 영주산은 북한산과 한강하구를 잇는 중요한 생태축이다. 아이들의 추수 활동을 함께 하며 마을숲과 마을습지의 원형이 잘 보전될 수 있기를 내내 기원했다. 아울러 아이들의 생태활동은 미래세대 아이들의 삶을 위한 시민행동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되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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